<해설> 섬을 노래한 시인가? 사랑을 노래한 시인가? 왜 섬은, 언제나 그 자리 그만큼의 지점에서 홀로 푸른 미소를 그리며 원으로 둥둥 떠 있는 그대인가. 내가 관심의 선분을 그으면 돌아서고 지우면 부르는 얄미운 그대인가의 답은, 섬이 섬 아닌 그대이기 때문 아닐까. 이 시에서의 사랑은 시인의 일방적인 사랑에 가깝다. 결국 나는 다가가지만 섬인 그대는 와락 안기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시인은 고독하고 심지어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앞에 두고, 삼각자를 들고 끝없는 작도행위를 거듭하고 있다. 아프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있다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이 시를 끝까지 끌고 가면서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애간장을 녹이게 한다. 시인이 너무 믿는 것은 깃털이 새를 흔들고 나비의 날개가 태풍을 몰고 온다는 것. 그건 가설일 뿐 당겨도 섬이 오지 않으면 다이너마이트를 배에 가득 싣고 섬을 향해 돌진해보는 건 어떨지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