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마스터 강진명의 치즈 완전정복 (2)
모짜렐라 치즈
갓 만든 두부를 한 번이라도 먹어 봤다면 알 것이다. 방금 쪄낸 따끈한 두부는 오래 묵은 두부와는 비할 데 없이 맛있다는 것을. 그런데 치즈 중에서도 만들자마자 신선하게 먹는 치즈가 있다. 신선한 우유의 향기를 가득 품고 있으면서 녹이면 실처럼 길쭉하게 늘어나는 치즈, 바로 ‘모짜렐라 치즈’다.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탄생한 모짜렐라 치즈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치즈다.
쭉 늘어나는 ‘피자 치즈’로 국내에 알려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치즈는 무엇일까? 열을 가하면 길게 늘어나는 하얀색 치즈, 흔히 ‘피자 치즈’로 알려진 모짜렐라 치즈가 아닐까 싶다. 모짜렐라 치즈는 피자뿐만 아니라 치즈불닭, 치즈등갈비 등 여러 히트 메뉴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연말 출시 당일에 170만개가 팔린 롯데리아 ‘모짜렐라 인 더 버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짜렐라 사랑’을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모짜렐라 치즈는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살균 가공한 제품으로, 모짜렐라 본연의 농후한 맛과 신선한 향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가공 치즈를 건조·분쇄해 냉동 저장하는 토핑용 치즈는 모짜렐라 치즈의 길게 늘어나는 성질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공정을 거친 것으로 우유의 풍미는 감소했다. 심지어 치즈에서 우유를 아예 없앤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2009년 외식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모조치즈’가 그것이다. 모짜렐라 치즈의 길게 늘어나는 특성에만 집중한 결과, 콩단백과 식물성 유지를 이용해 탄력만 강화한 모조치즈가 개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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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만든 신선함이 생명인 프레시 치즈
사실 모짜렐라 치즈는 열을 가해 녹여먹기 보다는, 만든 직후의 신선한 맛을 즐기는 생치즈(Fresh cheese)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드는 전통적인 모짜렐라 치즈의 경우 유통기한이 이틀 정도로 치즈 중에서도 가장 생명이 짧은 축에 속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동네 치즈가게에서 그날 아침에 만든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를 사다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만들어 유통되는 것보다는 가까운 치즈가게에서 방금 만든 신선한 것을 구입해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 모짜렐라 치즈 한 덩이를 툭툭 썰어서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만 뿌리고 신선한 우유 향을 즐기는 것이다.
‘부팔라’ 물소 젖의 농후한 맛이 모짜렐라의 참맛
물소 젖으로 만드는 모짜렐라 치즈는 이탈리아 남부지역인 캄파냐(Campania)에서 탄생했다. 흥미로운 점은 원래 이 지역에서는 물소가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습지에서 서식하는 물소가 어떻게 지중해성 기후인 이탈리아 남부에 살게 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짐작하건대 로마제국 시대에 짐을 싣기 위해 유입된 것이 아닐까 추정되고 있다.
캄파니아 지역은 80%가 산지라서 물소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다. 물소는 다루기도 어렵고 착유량도 적어 생산성이 그리 좋지 않다. 소의 하루 착유량이 약 24L인데 비해 물소는 9L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파니아 사람들이 물소 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온 까닭은 한 가지다. 맛있기 때문이다. 물소 젖은 동물의 젖 중 가장 고형분이 많아서 일반 우유보다 훨씬 농후하고 진한 맛을 낸다. 지방과 단백질 등 고형분 비율을 보면 물소 젖은 약 21%, 우유는 약 12%로 크게 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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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여서 당기고 늘리고… 쭉 늘어나는 비결은?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모짜렐라 치즈 하면 물소 젖으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 전통 제법으로 만드는 물소 젖 모짜렐라는 ‘모짜렐라 디 부팔라 캄파냐’라는 이름으로 유럽연합의 원산지 보호 명칭(PDO)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모짜렐라 치즈의 가장 큰 특징은 열을 가하면 탄력 있게 늘어나는 신장성(伸長性)이다. 이는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 때만 쓰이는 파스타 필라타(Pasta filata)라는 특유의 제법 덕분이다. 응고된 커드가 녹을 정도로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손으로 쭉 잡아 당겨 늘린 뒤 차가운 소금물에서 굳힌다. 이렇게 손으로 실을 뽑듯이 당기면 치즈에 신장성이 더해진다. 일반적으로 치즈를 만들 때 열을 가하는 까닭은 장기 숙성을 위해서인데, 모짜렐라 치즈의 경우 보존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쭉 늘어나는 신장성을 더해주기 위해서다. 이는 치즈 제법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마르게리따 피자 타고 세계로 전파되다
모짜렐라 치즈가 세계적으로 전파된 것은 마르게리따 피자 덕분이다. 1889년 이탈리아 나폴리의 유명한 요리사 ‘돈 라파엘 에스폰드’는 나폴리를 방문한 마르게리따 왕비에게 바질,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피자를 만들어 바쳤다. 왕비는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녹색, 빨간색, 흰색이 조화된 이 피자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피자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마르게리따 피자’라 명명했다. 마르게리따 피자가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모짜렐라 치즈는 뜨겁게 녹여 먹는 피자 치즈의 대명사가 됐다.
모짜렐라 치즈의 수요가 늘면서 물소 젖이 아닌 우유로 만든 모짜렐라 치즈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우유로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면 카로틴이라는 색소 때문에 연한 노란빛을 띠며, 카로틴 색소가 거의 없는 물소 젖으로 만들면 순백색을 띤다. 그래서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노란 모짜렐라’보다 순백색을 띠는 ‘부팔라(Bufala)’ 모짜렐라 치즈를 고급으로 친다.
신선한 부팔라 치즈를 통으로 즐기는 초간단 레시피
모짜렐라 치즈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부팔라’가 쓰여진 모짜렐라 치즈를 골라 생으로 먹어보길 권한다. 부팔라 치즈의 농후한 우유맛을 즐기는 데에는 올리브 오일과 소금, 후추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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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부팔라 모짜렐라 치즈 1개(150g), 어린잎 샐러드 1팩, 퓨어 그린 올리브 오일 4Ts, 소금, 후추 적당량
1. 어린잎 샐러드를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해둔다.
2. 치즈를 건져서 준비해둔다.
3. 어린잎 샐러드를 그릇에 깔고 치즈를 얹는다.
4. 퓨어 그린 올리브 오일을 넉넉하게 뿌리고 소금 후추를 뿌린다.
Tip.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보다 향이 적고 사과향이 나는 퓨어 그린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면 부팔라 모짜렐라 치즈의 농후한 맛과 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발사믹 식초나 레몬즙을 사용해도 좋다.
우유로 만든 모짜렐라 치즈와 채소 구이 레시피
치즈의 농축된 영양분과 토마토, 가지, 호박 등 채소의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영양식이다. 모짜렐라 치즈는 바질과 토마토가 아주 잘 어울리는 식재료이므로 토마토 바질 소스를 사용하면 맛있다.
재료 : 모짜렐라 치즈 1개(150g), 가지 100g, 쥬키니 호박 100g, 시판용 토마토 바질 소스 8Ts
1. 가지와 호박을 1cm 두께로 어슷 썰어 양면에 소금을 뿌리고 10분 정도 둔다.
2. 모짜렐라 치즈도 가지와 호박과 같은 사이즈로 1cm 두께로 썰어 둔다.
3. 팬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두르고 가지와 호박을 양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4. 치즈와 구운 가지, 호박에 토마토 소스를 바른다.
5. 치즈, 가지, 호박을 순서대로 겹겹이 쌓아서 230℃의 오븐에 10분간 굽는다.
Tip. 채소를 구울 때 그릴에 굽거나 팬에서 탈 듯한 정도로 구우면 그릴 향이 나므로 기호에 따라 조리하면 된다.
글·사진 치즈마스터 강진명 (일본치즈프로페셔널협회(C.P.A) 공인인증 치즈마스터, 르 꼬르동 블루 졸업, 야사이 소믈리에 자격, <키친·i> 대표, 요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