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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저녁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퇴진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이원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선포라는 긴급 담화를 발표했지만, 농인들을 위한 수어통역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농인들이 실시간 정보를 얻지 못해 소외되고 공황에 빠지는 절박한 상황이 다시 한번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김경철의 비극과 반복되는 현실
계엄령 선포 당시의 상황은 우리 농인들에게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목숨을 잃은 농인 김경철 씨의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
김 씨는 청각장애로 인해 계엄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계엄군으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12월 3일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농인들이 바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세심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당시 농인들은 대통령 담화 내용에 접근하지 못했고, 공포와 혼란 속에서 각자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며 상황을 추측해야만 했다. 이는 5‧17 계엄에서 12‧3 계엄까지 4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국가적 시스템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수화언어법 위반, 국가의 책임
한국수화언어법 제16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어통역이 필요한 농인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중요 정책 발표 시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관련 영상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계엄 선포는 이러한 법적 의무가 철저히 무시된 사례다. 대통령의 담화와 같은 중요한 순간에조차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며, 농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현장에서의 수어통역, 대통령 옆에 배치해야
정부는 긴급 상황에서도 실시간으로 수어 통역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대통령 담화와 같은 중요한 발표 시에는 반드시 현장에서 대통령 옆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농인들이 실시간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방송국 역시 수어통역 제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 시간대에만 통역사를 배치하거나, 재난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수어 통역을 생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것으로 인해 언어적 소수자인 농인들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조차 차단당하는 상태에 놓인다. 방송국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모든 국가 차원의 발표와 재난 방송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실질적 변화 필요
농인들이 국가 차원의 발표와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 접근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에 정부는 대통령 발표와 같은 주요 정책 담화 시 현장에 수어통역사를 즉시 배치해야 한다. 방송국은 모든 방송 시간대와 재난 상황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수화언어법 제16조의 준수를 철저히 모니터링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
농인의 정보 접근권은 단순히 편의를 넘어서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정부와 방송국이 협력해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농인들이 정보에서 배제되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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