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에 뭉게구름이 어우러져 몰려다니며 노니는 아침이다. 아침에 주스 한 잔을 마시고 라인댄스를 하러 교회로 가며 운전하는 내내 눈은 구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에 애꿎게 구름만 바라본다. 라인댄스를 한 시간 하는 것도 힘들어 쉬어가며 하는 나를 보며 언제 이렇게 체력을 잃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라인댄스가 끝나고 김 권사를 태우고 그녀의 집에 내려주니 감을 주겠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새들이 와서 다 먹어 아직 익지 않았지만 아까워 거의 땄다고 하며 들고 나왔다. 우리 집 감나무가 병이 들었는지, 가지를 통째 잘라 화가 났는지 달랑 5개 열렸는데 그마저도 3개를 새들이 먹어 남은 것은 2개인데 친구를 통해 공급해주시고 있다.
오늘은 스택과 과일을 먹는 날이다. 집에 가는 길에 알버슨에 들려 뉴욕 스택과 감자를 샀다. 두 조각에 23불이니 비쌌지만, 이왕이면 맛있게 해주고 싶어 남편에게 전화해서 점심을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샐러드와 감자를 준비하고 남편에게 고기를 부탁해서 맛있게 먹었다. 주스는 스파게티 소스로 끓여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마시기가 쉬웠다. “고기를 먹었으니 커피는 마셔줘야지.”
방에 들어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데 버지니아 친구가 전화했다. 잘 지내느냐고 물으니 놀라지 말라며 며칠 동안 일이 많았단다. 목소리를 들으니 괜찮은데 무슨 일일까 걱정되어 맥박이 빨라졌다. 그녀는 카톡으로 보내면 내가 놀랄까봐 전화하는 거라며 찬찬히 말했다. 남편이 열흘 전부터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운전하는데 발에 힘이 없는 것 같고, 바둑을 두는데 손이 불편하고 골프를 쳐도 잘 맞지 않는다며 이상하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옆에서 봐도 이상해 보여 주치의한테 가니 신경외과를 가보라고 했다. 하필 신경외과 의사가 휴가 중이라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보려고 갔다.
이틀을 침을 맞으러 갔고 사흘 후 가니 진맥을 한 의사는 지금 당장 신경외과에 가서 치료받고 그 후에 침을 맞으러 오라고 했다.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집으로 가서 잤는데 다음날 남편이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친구는 내일 가자고 했다. 평소에 큰소리를 내지 않는 남편이 화를 내며 지금 가자고 했다. 요즈음 귀가 잘 안 들리는 친구 대신 운전을 도맡아 해주는 남편이 911에 전화해 가자고 해서 부르니 주위 사람이 놀라 달려오고 했다. 병원에서 검사하니 머리에 피가 흐르고 있어 응급으로 오늘 시술을 했다. 지금은 무사히 시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나는 몸이 떨리고 눈물이 맺히며 친구의 말을 들었다. 경상도 남편은 묵묵히 친구의 울타리가 돼주었는데 행여 잘못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고, 친구의 남편이고 인품이 좋아 나 역시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친구는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작년 남편이 얼굴 마비가 왔는데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한쪽 눈이 반쯤 감겨 답답하다고 했고, 입술도 약간 비뚤어 보였는데 시술을 하고 나니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며 남편도 기분이 좋아 보여 힘들었던 마음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있다고 했다.
아직 병실로 옮기지않아 잠시 쉬러 집에 와 침대에 누워 나에게 전화하는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먼 거리에 사는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마음만 태울 뿐 할 수 있는게 없음에 친구의 소식을 들으며 몸조차 떨리니, 정말 눈앞에 닥치면 어찌할꼬. 친구는 남편이 골프와 바둑을 두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영적으로 더 깊게 들어가기를 기도하며 틈만 나면 남편에게 말한다. 내가 보기에 믿음이 좋은데 친구는 이 세상 낙을 끊고 하늘나라에 온전히 집중하기를 원한다. 노년을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얼마나 좋은데 친구의 욕심이라고 말해도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 한참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친구는 남편이 이번 일로 주님 앞에 모든 것 맡기고 기도 생활에 매달리기를 기도한다기에 아픈 사람 봐주라고 웃으며 말한다.
매일 나누는 소식이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오늘처럼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소식이 없으면 좋겠다. 어느 날 우리는 모두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아버지 집으로 간다. 피할 수 없는 슬픈 소식을 듣는 날이 올 테고, 전할 때도 오겠지. 친구도 머리 시술을 두 번 받아 놀랬는데 남편까지 시술을 받다니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다행히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시술을 마친 귀한 친구의 남편이 이 밤 편히 잠들고 내일부터 빠른 회복을 할 수 있게 지켜달라고 주님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