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손자(季孫子)가 노(魯)나라를 다스릴 때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반드시 그 죄에 합당했으며,
또 많은 사람에게 형벌을 내렸지만 역시 그 잘못에 합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공(子貢)은 이를 보고 “포악하도다! 그의 다스림이여”라고 평하였다.
계손자가 이를 듣고 “나는 사람을 죽여도 반드시 죄에 합당하게 하였고 형벌을 내려도
잘못에 합당하게 하였소. 그런데 선생께서 나를 포악하다고 하시니, 무슨 이유요?”라고 물었다.
이에 자공은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대는 어찌 자산(子産)이 정(鄭)나라를 다스릴 때처럼 하지 못합니까?
그가 정나라를 다스린 지 일 년이 지나자 벌 받을 만한 잘못이 줄었고,
이년이 지나자 사형에 처할 만한 죄가 사라졌으며,
삼 년이 지나자 옥에 갇히는 사람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백성은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그에게 몰려들었으며,
효자가 어버이를 공경하듯 그를 아꼈습니다.
그런 자산이 병들어 죽게 되자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통곡을 하며
‘누가 자산의 죽음을 대신할 수 없을까?’라고 하였습니다.
마침내 그가 죽자 사대부들은 조정에서, 상인들은 저자에서, 농부는 들에서 통곡을 하였습니다.
자산의 죽음에 곡을 하는 자들은 모두 마치 부모를 잃은 듯이 하였지요.
그런데 지금 듣자 하니 그대가 병들었을 때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희희낙락(喜喜樂樂)하다가 다시 살아나자 두려움에 떨었다 합니다.
이처럼 죽음을 기뻐하고 살아나는 것을 겁낸다니, 포악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법에만 의탁해서 다스리는 것을 포(暴)라 하고,
경계하지도 않고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을 학(虐)이라 하며,
가르치지도 않고 벌을 내리는 것을 적(賊)이라 하고,
자신이 남보다 월등히 낫다고 해서 억지로 빼앗는 것을 책(責)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책(責)은 몸을 잃게 하고, 적(賊)은 신하를 잃게 하며,
학(虐)은 정권을 잃게 하고, 포(暴)는 백성을 잃게 하지요.
또 제가 듣기로 윗자리에 있는 자가 이 네 가지를 행하면서
망하지 않는 경우는 아직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계손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였다. “삼가 명령을 듣겠나이다.”
-《한시외전(韓詩外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