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능 선수촌 철거 논란◀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민관식씨는 생전에 "태능에 선수촌을 짓자는 아이디어는 화장실에서 번쩍 떠 오른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성적은 말이 아니었다. 은메달 둘, 동메달 하나로 27위. 배구 9전(戰)전패(全敗).농구 7전 전패에다 축구는 체코에 6대1.브라질4대0.이집트에 10대0으로 완패...당시 체육회장이었던 민씨는 "과학적 훈련 없이는 한국 스포츠 장래가 없다"며 선수촌 설립을 구상했다.▶후보지는 서울 불암산 자락 태릉(泰陵)조선11대 임금 중종의 비(妃)문정와후 능이다. 공기 맑고 숲이 우거져 안성맞춤이었지만 문화재관리국이 반대했다. 민씨가 끈질기게 건의하자 박정희 대통령이 조건을 달아 허락했다."나무를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 건설비는 외상이었다.민씨는 김성곤 공화당 재정위원장을 찾아갔다. "예산을 주지 않으면 부대를 끌고 오겠다."고 했다.김ㅆ가 군인도 아닌데 무슨 부대냐"대꾸하자 민씨가 맞받았다. "사격부대.레슬링 부대....우리부대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오?"▶그 후의 태릉선수촌은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대로다. 문 연지 10년 만인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레슬링 양정모가 올림픽 참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은 8개.동 7개로 종합 5위를 기록했다.태릉에서 선수들이 흘린 땀의 대가로 한국은 손꼽히는 스프츠 강국이 됐다..
▶내년으로 50년을 맞는 태릉선수촌이 철거 논란에 휩싸였다.태릉은 다른 조선 왕릉 39기와 함께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문화재청이 조선왕릉들을 본래 모습으로 정비하겠다며 선수촌을 철거하려하자. 체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를 되도록 원형대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청 입장을 이해 못 할 바아니다. 그러나 선수촌을 모두 들어내야만 태릉의 가치가 사는 것일까.▶문정왕후를 모르는 국민은 있어도 장미란.양학선처럼 태릉선수촌이 낳은 영웅을 모르는 국민은 별로 없다. 태릉이 조선왕조를 증거하는 문화재이듯 태릉선수촌은 대한민국의 한 모습을 후세에 전할 수 있는 문화재다. 1976년부터 10년 넘게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원로 김성집씨는 "일요일도 반납하고 혼자 운동장에서 공을차던 차범근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태릉선수촌은 한 사람의 땀과 눈물이 그 자신의 성공을 불러오고 나라의 영예로 이어지던 시대의 표상이다. 하나를 죽이고 하나를 살리는 게 아니라 둘 다 살리는 묘안은 없을까.?
김 태 익 조선일보 논설위원
노인지도사 황 의 억 옳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