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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잡초들의 삶
네모로잘린콘크리트바닥 대여섯뼘남짓한조각땅에안에빽빽이들어선잡초들이다 지나는소낙비조차사지가찢겨져 증발해버리는대낮의소갈증에 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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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로 잘린 콘크리트 바닥
대여섯 뼘 남짓한 조각 땅에 안에
빽빽이 들어선 잡초들이다
지나는 소낙비조차 사지가 찢겨져
증발해 버리는 대낮의 소갈증에
탈탈 꼬여드는 가느다란 풀잎들이 그늘 없는
그곳에서 살고있다
사방에서 밀어닥치는 바람에
부러지고 째지고 색 바래기까지
뿌리박힌 땅에서 서걱거리는 외침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가뭄에
엎어지다가도 바로 서는 생잎들
조여 드는 뜨거운 열기에 꼬인 몸으로
서로를 껴안아 제 그림자로 그늘 만들어
땡볕 견디는 잡초들의 메마른 아픈 삶
물기 마른 침묵이 한 시절 땅만 보고
서걱서걱 올라오는 목쉰 소리 쥐고 틀어
죽을 만큼 힘이 들어도
제 씨앗만 날려 보내고 손 흔드는
잡초들은 무릎을 굽히지 않는다
<시작노트>
뉴욕 엘머스트 시티 병원 응급실 앞을 지나면서 한여름 철 네모로 잘린 콘크리트바닥 사이에 빽빽히 들어서 땡볕 견디며 선 채로 말라 가고 있는 잡초들을 보다가 문득 겹쳐오는 느낌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 보았습니다.
손정아
『시문학』으로 등단 작품 활동시작.
뉴욕중앙일보 문화센터 문학교실 회원.
시집 ‘길 위에 길’ ‘길 안에 길’
현재 뉴욕 거주. 시산맥시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