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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나눔방 스크랩 우동 한 그릇
성심원 추천 0 조회 16 10.07.30 13: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 점심 메뉴로 나온 우동 한 그릇

 

 

문득 오늘 점심에 먹은 우동 한 그릇에 증학교 때 읽은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이란 동화가 떠올랐다. 그때는 사춘기라 얼굴에 여드름 투성이에 뭇자란 잡초에 듬성 듬성 둘러쌓인 머리를 한 세상의 투덜이였다. 어떤 강철도 내 마음을 뚫을 수 없을 듯 자만하며 살든 철모른 그 시절, 감히 두 눈에 이슬 맺히게 한 책이다. 한 동안 읽고 또 읽으면서 혹여 가족들에게 들킬세라 숨죽이며 같은 방을 쓰는 형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섣달 그믐이면 새해을 앞두고 바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특히 일본의 우동집은 가장 바쁜 날이다.

북해정 한 우동 집도 설달 그믐을 맞아 여느 우동집처럼 분주하게 하루를 보낸 뒤 이제 문을 닫으려하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여자가 두 사내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다. 거지 행색과 같은 여인은 우동 한 그릇을 시킨다. 하지만 우동집 주인은 우동 한 덩어리와 반을 더 넣고 삶아 내어 그들에게 준다. 세 모자는 우동 한 그릇을 가운데 두고 맛있게 먹은 뒤 우동 값 150엔을 지불하고 간다. 그들은 북해정의 그해 마지막 손님이었다.

 

한해를 보내고 연말을 맞이한 북해정.

오후 10시를 막 넘겨 이제 가게문을 닫으려는 그 때 지난해 이맘처럼 한 여자가 두 사내 아이와 함께 들어온다. 여인은 다시 우동 한 그릇을 시키고 주인은 지난해와 같은 테이블로 안내해 역시 넉넉한 우동 한 그릇을 그들에게 삶아준다. 세 모자는 우동을 먹고 우동 값 150엔을 지불하고 나선다.

 

 

다시 한 해가 가고 연말. 오후 10시가 가까워지자 주인은 200엔으로 바뀐 우동값 차림표를 150엔으로 바꾼다. 주인은 세 모자가 앉았던 테이블에 ‘예약석’이란 팻말을 놓아둔다.

 

이제는 형처럼 보이는 사내아이는 중학생 교복을 입었고 동생은 형이 입었던 옷을 입고 있었지만 여인은 여전히 허름한 그대로로 들어선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동을 한 그릇이 아닌 두 그릇을 시킨다.

 

세 모자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보험료로 지불하지 못한 나머지 돈을 갚느라 힘들었던 일, 동생 쥰이가 학교에서 쓴 작문이 뽑혀 전국 콩쿨에 출품되어 형이 수업에 참관했던 일들을 들려주며 우동 값 300엔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간다.

 

다시 일 년이 지나 북해정 주인은 세 모자를 기다리지만 밤 10시를 넘겨도 오지 않았다.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하지만 주인은 우동집을 리모델링하면서도 세 모자가 앉았던 테이블은 그대로 두었고 의아해 묻는 손님들에게 우동 한 그릇의 이야기를 들려줘 아주 유명해졌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섣달 그믐. 이번에는 세 모자가 앉았던 테이블이 빈 테이블로 새해를 맞을지 궁금했던 같은 거리의 상점 가게들이 북해정에 모였다.

정장차림의 두 청년이 들어선다. 하지만 이미 가게 안은 인근 상점거리 상인들과 세 모자를 기다리는 예약된 빈 테이블만 남았다. 주인은 자리가 없다고 말하려던 참에 일본 전통 옷 화복을 입은 여인이 들어와 두 청년 사이에 선다.

이번에는 여인은 우동 세 그릇을 시켰다.

 

14년 전 세 모자가 우동 한 그릇에 용기를 얻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청년 하나가 주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형은 의사가 되었고 동생은 은행원이 되어 아버지의 묘를 다녀오든 길에 삿뽀로의 북해정에 들렸다는 것이다.

주인은 눈물을 흘리며 세 모자가 예전에 앉았던 예약석이라는 팻말이 붙은 14년전의 헌 테이블로 안내를 하게 되고 가게 안에 모두가 감동한다.

 

 

 혹여나 우동 한 그릇으로 부족할듯 배려한 식품팀에서 참치 주먹밥을 곁들였다.

 

그런데 문득 우동 한 그릇을 점심 때 땀 흘려 가며 먹는 사이사이로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 까닭은 가난하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했던 가족의 모습을 담은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내가 근무하는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도 많고 많기 때문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과 걸어다닐 수 없는 어르신이 한 방을 쓰면서도 전혀 불편을 몰랐다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앞을 볼 수 없는 어르신은 다리가 불편한 이의 다리가 되고 다리가 불편한 이는 앞을 볼 수 없는 이의 눈이 되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살았단다.

서로의 단점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조차도 더불어 함께 나눈 덕분에 오늘날 이렇게 정겨운 마을이 되었으리라.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소록도에서 헤어진 할아버지를 찾아 다시 청혼한 사연까지...

성심원은 한센병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등떠밀려 떠난 아픔들이 이제는 동화처럼 살아 숨쉬고 있다.

 

 

 

                                                                                                     김종신

 

 

성심원은 한센병을 완치했지만 그 후유 장애와 고령 등으로 생활이 불편하신 160여 명의 한센병력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복지시설입니다.

또한 천주교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생활공동체입니다.

 

자원봉사 및 후원문의 : 055-973-6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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