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방사수 프로그램이 두 개나 생겨 행복지수가 몇 배나 껑충 뛰어올랐다. 일요일 저녁의 《K-Pop Star》와 금토 드라마 《도깨비》다. 원년부터 본방을 사수해온 《K-Pop Star》는 어떤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이다. 출연자들의 진정성과 노력, 그리고 심사위원 양현석‧박진영의 풍성한 인간미와 유머센스 덕분이다. 《K-Pop Star》를 보노라면 매번 몇 차례씩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혼자서 열렬하게 박수를 치곤 한다. 마지막인 올해는 미국 텍사스에서 건너온 열네살짜리 이성은 양의 순수성이 매회 카타르시스의 눈물을 자아낸다. 경쟁자의 열창에 환하게 웃으며 진정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소녀, 그녀는 《K-Pop Star》 6년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보석이다. 선의의 경쟁자에게도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는 자세, 바로 인류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다.
《도깨비》는 지금껏 본 드라마 가운데 단연 최고작이다. 작가 김은숙의 상상력은 항상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앞선다. 출연자들에 대한 낯가림이 심해 그녀의 드라마는 《시크릿 가든》밖에 보지 않았지만, 《도깨비》는 《시크릿 가든》을 몇 갑절 뛰어넘는 역작이다. 다른 작가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통통 튀는 대사는 김은숙만의 절대적 독창성이다. 도깨비 공유와 저승사자 이동욱의 압도적인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두 연기자 다 절정기를 맞은 듯하다. 어린 나이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고은도 그들의 연기력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저승사자와 도깨비와 삼신할머니를 현대로 끌어들인 판타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다. 저승과 이승, 전생과 현생,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도 변함없이 발현되는 휴머니즘,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의 가치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이라는 말이 있다. 양의 창자처럼 이리저리 꼬부라지고 험한 산길을 이르는 말이다. 험난한 인생살이를 구절양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초식동물만큼 길지는 않지만 사람의 창자도 총 길이가 7~9m에 이른다. 이 긴 창자를 배 안에 들어앉히기 위해 기하학적으로 정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대장은 오른쪽 아랫배에서 출발하여 위장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다가 왼쪽으로 한 바퀴 휘둘러 내려가 아랫배 중앙에서 항문에 연결되어 있다. 똥배가 나오는 것은 복부의 피하지방과 함께 장간막(腸間膜) 사이에 축적된 지방 때문이다.
소장의 벽은 주름이 잔뜩 잡혀 있고 길이 1㎜ 내외의 융모가 1㎟당 30개가량 나 있다. 각각의 융모에는 그보다 헐썩 작은 미세융모가 나 있어 소화된 영양분을 남김없이 흡수한다. 참으로 경이로운 구조요 기능이다. 소장은 길이가 6~7m에 이르며 십이지장‧공장(空腸)‧회장(回腸)으로 이뤄져 있다. 십이지장은 길이가 손가락 열두 마디쯤 된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십이지장을 다른 말로 샘창자라고도 하는데, 중간 벽에서 췌장액과 담즙이 샘처럼 솟아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십이지장에 연결되어 있는 길이 약 2m의 가느다란 공장은 속이 비는 경우가 많아서 붙인 이름이다. 길이 약 4m의 회장은 소장의 끄트머리에서 대장에 연결되어 있으며,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고 바깥에는 지방이 많이 달라붙어 있다.
소장에서는 여러 가지 단백질 분해효소, 지방 분해효소, 탄수화물 분해효소를 분비하여 소화 작용을 수행한다. 이 효소들에 의해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탄수화물은 포도당‧과당‧갈락토오스 등으로 가수분해 된다. 이러한 효소들이 각각 담당하는 영양소를 분해하면 소장과 대장을 거치면서 혈관에 흡수되어 인체의 모든 세포에 골고루 분배된다.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소화 과정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우리 몸에 필요한 아미노산만 흡수되기 때문에, 간을 먹으면 간으로만 가고 해구신을 먹으면 양기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몸보신을 위해 비싸고 희귀한 보양재를 먹어봐야 말짱 도루묵이라는 얘기다.
대장은 길이 1.5m에 불과하지만 지름이 소장의 두 배인 6㎝가량 된다. 대장은 맹장‧결장‧직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맹장은 길이가 매우 짧으며 끝에 충수돌기가 붙어 있어 맹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충수돌기는 인류가 초식을 할 때는 길었는데 육식을 시작하면서 크기와 기능이 차츰 퇴화해왔다. 한때는 복부 수술 환자의 충수돌기를 무조건 절제했지만, 요즘은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면역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있어 탈이 없으면 절제하지 않는 경향이다. 대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장은 다시 상행‧횡행‧하행‧S자 결장의 네 부위로 나뉜다. 식사 후 음식물이 소화를 거쳐 완전히 배출되는 데는 약 24시간이 걸린다.
대장에는 500종이 넘는 세균이 공생하고 있는데, 인체에 이로운 것들도 있고 해로운 것들도 있다. 이로운 균들이든 해로운 균들이든, 모든 대장균은 소장에서 내려온 음식물을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그 결과 음식물이 분해되어 비타민B‧비타민K‧아미노산 등으로 변환된다. 즉, 인체에 필수적인 비타민B‧비타민K‧아미노산 등은 대장균의 배설물인 셈이다. 유산균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장균의 일종이다. 외부에서 유해균이 침투하거나 약물의 오‧남용으로 대장균들 사이에 세력의 균형이 무너지면 생명과 직결되는 여러 가지 탈이 난다.
항생제를 장기 복용하면 대장균들에게도 치명타가 되는데, 일부 대장균의 멸종으로 인한 비타민 결핍 증상은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특히 대장균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비타민K 결핍증에 걸리면 혈액이 응고되지 않아 죽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수십 년 동안 항생제 소비량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돈에 눈이 먼 의사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먹고 전혀 무관한 증상에도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병이므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와 전혀 무관한데도 항생제를 처방한다. 이때는 환자 스스로 항생제 처방을 거절하는 지혜와 용기도 필요하다.
첫댓글 참 여유로운 삶이시네.
나는 요즈음 tv를 거의 안봐서 뉴스도 모르고 드라마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