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찌는 듯 했다. 열대야까지 겹쳐 매일 찜통 속에서 지내는 듯 했고 그래서인지 유독 여름이 길게 느껴졌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를 앞둔 요즘 아침 저녁으로 가을이 오고있음을 느낀다. 아직 한낮에는 변함없이 뜨겁지만 한여름에 비하면 약간 낮아진 온도와 습도,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자세히 보면 가로수에서도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내리쬐는 강한 햇살에도 끄떡없이 싱싱하던 나뭇잎들이 계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릴 때,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오묘해서 이미 가버린 계절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계절 속에 있을 때 길게 느껴질 뿐이다.
울산교육정책연구소(이하 정책연구소)에서 <울산교육 종단연구>를 시행한다. 10번의 계절이 변하는 동안 학생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연계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종단연구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울산에 적합한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과학적 데이터 기반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연구 데이터가 구축되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의 교육 비전에 적합한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교육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아이의 환경이나 부모의 경제력, 인지적 능력 등 다양한 변인을 지닌 아이들 각자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 맞춤한 교육정책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들이 타고난 고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수립하는데 종단연구의 방대한 데이터는 이론적, 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다.
2024 울산교육 종단연구의 시작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먼저 올해 하반기에는 울산의 모든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을 포함한 학부모, 교사, 관리자, 학교 등 모든 교육 주체가 참여하는 전수조사 형태로 실시된다. 요즘은 개인정보가 중요시되는 시대라서 20세기처럼 모든 아이들에게 조사를 강요할 수는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통해 종단연구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형태를 띠고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많은 연구와 숙려를 통해 계획된 종단연구가 의미 있는 자료로서 학생들의 미래 교육에 영향을 끼치려면 우선 대상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표본조사라는 비교적 간단한 길을 두고 전국 최초로 69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방식을 채택한 교육 연구소의 교육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종단연구의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단연코 교육 주체의 참여율이다. 10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얻어질 자료가 울산의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되려면 높은 참여율이 전제되어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옛말에 교육은 백년지대계(白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농사에는 1년의 계획이, 나무를 심는 데는 10년의 계획이 필요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데는 100년의 큰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울산교육이 종단연구를 시작으로 백년지대계의 첫발을 떼었다.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최초의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아이들의 의미 있는 삶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곧 시작될 <2024 울산교육 종단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으면 좋겠다. 나 자신이 교육 주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재능과 역량을 발휘하여 건강한 사회의 행복한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