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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평론 (한강문학 22년 신년호<제27호>) 佛心 김종상
《스님과 선재동자》에 스며있는 뜻
- 인성교육을 위한 불교 동시
佛心 김종상
1. 인성은 본성과 다르다
1) 오늘날 우리교육은 가장 소중한 민족자원으로서의 어린이들을 성
품이 아름답고, 행동이 바른 참인간으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익힌 지식을 많이 쌓아놓는 암기의 저장고(?)나 모든 기능적인 면을 고루 갖춘 '맥가이버식 만능기기로 만들어낼 뿐 사람다운 정신을 가꿔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귀여운 병아리로 빌딩에서 던지기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이 있
고, 전철에서 담배 피는 것을 꾸짖는 노인에게 캔맥주를 머리에 덮어씌우는 아가씨가 있나하면 제부모를 죽이는 패륜아도 있다. 생명경시, 물질만능, 환경훼손, 자원낭비, 질서파괴, 이기주의, 패륜행위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데, 이런 행위들은 어릴 때 좋은 품성과 바른 생활습관을 길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훌륭한 어른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주어 본받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범된 생활행동을 경험하게 하거나 훌륭한 생활사례를 문학작품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2) 사람 본래의 마음 상태에 후천적으로 어떠한 인위적 영향이 전혀 가해지지 않은, 타고난 그대로의 성(性)을 본성(本性) 또는 천성(天性)이라고 하는데, 이 본성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논어(論語)에서는 성은 서로 가까우며(相近), 습(習)은 서로 멀다(相遠) 했고, 중용(中庸)에서는 성은 천명(天命)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러한 본성과는 달리 사람의 성품을 가리키는 인성(人性)이란 말이있다. 본성이 본디부터 타고난 선전적인 개체요인에서 비롯된 성(性)이라면 인성은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후진적 환경요인에 의해 결정된 성을말한다. 법화경에서 말한 인연과보의 인연법을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원인이 있어 그것이 인연을 따라 과보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 인(因)→연(緣)→과(부) '보(報)의 연결고리는 과학적 현상에도 부합되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는데, 인성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천성이 인(因)이라면, 인성은 그 인이 만나게 된 연(緣)에 따라 모습이 바뀌어진 성(性)이고, 그 인성은 행동과 운명 (報)을 결정한다.
2. 인연과보는 필연이다.
1) 앞의 '因緣果報'를 과일나무의 씨앗을 땅에 심어 가꾸어서 과일을
따서 먹을 때까지의 과정에 비겨서 생각해보면 이래와 같이 된다.
ㄱ).인(因) ㅡ씨앗(先天)-
타고난 본래의 상태
ㄴ).연(緣)ㅡ 환경(後天) - 씨앗이 심어진 풍토
ㄷ).과(果) ㅡ 과일(結果) - 훌륭한 과일이 열림
ㄹ).보(報) 먹음(答) - 맛있는 과일을 먹음
2) 즉 씨앗이 싹터 자라 과일을 맺음은 인(因)과 연(緣)에 의한 과(果)이고, 과일을 먹게 됨은 보(報)이다. 이러한 인연법의 인과응보(因果應報)는 필연적인 것이다.
문학작품이 좋은 환경이 되어 훌륭한 품성을 갖춘 사람을 만들어 줄것이라는 가정 아래서 좋은 씨앗으로서의 어린이들(因)에게 훌륭한 환경(象)이 될 생활사례를 보여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옛스님들의 삶을 보면 이에 알맞은 사례로 작품의 좋은 모델이 되겠기에 우선 시급한 행동덕목으로 생명존중, 근검절약, 자연보호, 경로효친, 이
타관용, 자기완성을 중심으로 이를 일상 속에서 실행해 가는 모습을 〈스님과 선재동자〉라는 이름의 '이야기시'로 보여주려고 한다.
3. 스님과 선재동자 이야기
1) 생명존중
{ - 고래나 모기나 생명의 무게는 같다.
어릴 때였다. 사랑채 굿간 옆 여물 솥에 쇠죽을 끓였다. 장작불이 타오르자 쇠죽물이 끓어 넘쳤다. 엉겁결에 여물바가지로 넘치는 물을 퍼서 사랑채 옆 텃밭으로
버렸다. 마당을 쓸던 할버지가 다가웠다. 뜨거운 물을 그렇게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텃밭의 흙속에는 수많은 풀씨와 벌레알들이 들어있을 텐데, 그들이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죽는다면 그 죗값을 어떻게 받겠느냐고 했다. 부엌에서 나오는 개숫물도 지렁이 눈이 먼다며 뜨거운 것은 식혀서 버리도록 했던 할아버지는 불살생의 계울을 일상 속에서도 그렇게 지키며 사셨다.}
ㄱ). 보살통
스님이 계신 방에는
보살통이 있습니다
번대나 이를 잡으면
거기에 넣었습니다
"스님, 죽이지 않고
왜 거기 넣어요?"
"목숨 중하기는 다 같은데,
함부로 죽이면 되겠느냐?"
스님은 늘 바지 끝을
버선목 속으로 넣어요
몸에서 떨어진 비듬을
거기에 받아 모아
보살통의 빈대나 이의
먹이로 주었습니다
불살생의 계율을
그렇게 지켰습니다.
ㄴ). 풀씨와 거미줄
요사채 추녀의 거미줄에
풀씨들이 걸려있었어요
바람에 날려온 것인데
스님이 그것을 떼냈습니다
"스님! 거미줄을 없애요"
"거미줄을 없애면
거미는 어쩌니?”
"그럼 풀씨는 왜 떼 내셔요?"
“길을 잘못 든 씨앗들이야
싹티울 땅으로 보내줘야지"
스님은 거미줄에서
풀씨를 떼 내어
바람에 날려 보냈습니다.
ㄷ).자비의 저울
하루살이 떼가
얼굴에 달려들었습니다
선재는 그것을 쫓으려고
웃옷을 벗어 휘둘렀습니다
“선재야. 그러다가
하루살이를 다 죽이겠다"
"귀찮게 굴잖아요”
"그렇다고 죽이면 되겠니?
그들도 너와 같은 거란다”
"하루살이가 저와 같다고요?"
“목숨의 무게를 말하는 거야"
“목숨의 무게가 어디 있어요?"
스님도 얼굴에 달라붙는
하루살이를 쫓으며 말했습니다
“부처님 자비의 저울에서는
세상 만물의 목숨 무게가
모두 똑 같은 것이린다."
2) 근검절약
{ 버리면 오물이지만 살려 쓰면 보물이다.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다녔던 절의 약수터에는 터진 곳을 솔뿌리로 꿰맨 표주박이
놓여있었다. 새 바가지를 갖다 놓지 않고 왜 이런 바가지를 그냥 두느냐고 했더니 어머니는 그것도 급수공덕을 쌓아온 보살이라고 했다. 급수공덕이란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어서 쌓는 공덕을 말한다. 또 절밥을 먹을 때는 밥알 하나, 고춧가루 한 톨도 흘리거나 남기면 굶주림의 귀신인 아귀에게 고통을 주게 되고, 그 고통은 죽은 후에 자신이 되돌려 받게 되므로 음식그릇을 씻은 듯이 먹으라고 했다. 스님들은 그와 같이 물자절약을 생활 속에서 실천했던 것이다.}
ㄱ). 버려진 짚신
탁발 갔던 스님이
쓰레기로 버려진
깊신을 주워왔습니다
"스님, 이것은 왜 갖고 왔어요?"
"다시 살려 쓰려고 한다"
"내버린 짚신을 살려 써요?"
"버리면 오물이지만
살리면 보물이란 말도 모르니?"
스님은 깊신을 풀었어요.
흙을 털고 토끼장에 넣었습니다
아이, 폭신해서 좋다"
토끼는 짚을 끌어안아도 보고
그 위에 뒹굴기도 했습니다.
ㄴ). 발우공양
스님들과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나무 그릇인 발우에
밥과 국을 받았습니다
김치도 산나물무침도
먹을 만큼만 가져다가
고춧가루 한 돌도
남김없이 먹었습니다
공양이 끝난 발우는
물로 가시었습니다
가신 물도 모두 마시고
남은 물기는
행주로 닦았습니다
빈 발우는
바랑에 보관했습니다
스님들의 발우공양은
뒷설거지가 없습니다.
ㄷ).스님의 장삼
스님이 색 헝겊을 내놓았어요
"쓰레기장에서 주어왔지"
주워 온 색 헝겊으로
벌어진 장삼을 기웠습니다
누덕누덕 기운 장삼은
색같이 알록달록했습니다
"옷은 한 가지 색이어야지
여러 가지 색이라서 흉해요"
"이것은 자연의 모습이니라”
스님은 자연이란 것은
강과 산과 들판을
짜깁기한 것이라 했습니다
"봐라, 그림지도 같지 않니?"
스님은 알록달록한 장삼은 곧
강산의 모습이라 했습니다.
3) 자연보호
{우리가 찾는 것은 자연이 다 준다
산은 숲을 가꾸고, 숲은 우리에게 맑은 공기와 귀중한 자원을 주고 있다. 이름 모를 풀이 피운 꽃 한 송이도 고운 모습과 좋은 향기로 우리의 기쁨이 된다. 그것이 자신들의 할 일인 것처럼 우리를 위해 준다. 우리 둘레에는 풀 한 포기, 돌 한 덩이도 허투루 있는 게 아니다. 무언가는 고맙고 보람 있는 일을 해주고 있다. 냇가에 굴러다니는 돌 한 덩이도 가재나 물고기를 품어주고, 징검다리나 빨랫돌도 되어 사람을 돕는다. 아이들의 놀잇감이 되어주고, 물새알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사연은 모두가 자신보다 남을 위해 말없이 무언가를 해주고 있다. 우리기 보호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ㄱ).헌 기왓장
산신각을 고칠 때
지붕에서 내린 기왓장들이
축대 밑에 쌓여있었습니다
하루는 스님이 그것을 망치로 부있습니다.
“왜 그렇게 부수어요?"
"이대로 두면 쓰레기지만
부수어 버리면 흙이 되지”
스님은 부순 것을
갖다 버리라고 했습니다
선재는 스님이 부순 기왓장을
싸리로 만든 삼태기에 담아
너덜겅에 내다버렸습니다.
ㄴ).나무젓가락
스님과 약초를 캐러
깊은 산으로 갔습니다
점심때 밥보자기를 풀어보니
수저를 넣지 않았습니다
"스님, 젓가락을 만들게요”
선재는 나뭇가지를
꺾으려고 했습니다
“산 것은 놔두고,
마른 억새로 해라”
“억새는 너무 약하잖아요?"
"그럼 죽은 나무를 찾아라"
선재는 마른 싸리를 꺾어
젓가락을 만들었습니다.
스님이 젓가락을 받더니
“수리수리 마하수리…
다라니경을 낭송하며
싸리의 왕생극락을 빌었습니다.
ㄷ).골짝물
날씨가 몹시 더웠습니다
선재는 골짝물에 들어가
신나게 목욕을 했습니다
"선재야. 어디에서 먹을 감느나?"
스님이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요"
"덥다고 거기에서 목욕을 해?
산 아래 사람들을 생각해야지"
절 앞으로 흐르는 골짝물은
산 아래 마을을 지나갑니다
선재는 스님이 하라는 대로
동이로 물을 떠서 몸을 씻고,
씻은 물은 풀밭에 버렸습니다.
4) 경로효친
{ 나의 몸과 목숨은 어른들께 받았다.
제2차 대전 때였다. 마닐라로 떠나려는 미국 전함에서 한 수병이 바다에 떨어뜨린 웃옷을 건지려고 사령관의 명령도 어기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파도가 덮졌지만 수병
은 한사코 옷을 움겨잡았다. 동료들이 밧줄을 던저 간신히 끌어올렸다. 갑판으로 올라온 수병은 건져낸 웃옷의 호주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함장 드웨이 제독은 낡은 웃옷 때문에 목숨을 건 수빙의 경솔함을 꾸짖자 수병은 호주머니에서 찾아낸 사진을
보였다. 그것은 한 여인의 낡은 사진이었다. 수병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함장은 수병의 효행을 보고 잘못을 나무라지 않았다.}
ㄱ).안부편지
스님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엄마를 잃고
갈 곳도 없는 불쌍한 아이다"
선재에게 그 아이와
정답게 지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매일
공책에 무엇을 썼습니다
"너는 일기를
참 열심히 쓰는구나"
"일기가 아니야.
편지를 쓰는 거야"
아이는 죽은 엄마가
자기를 걱정할까 봐
안부편지를 쓴다고 했습니다
선재는 목구멍이 싸해져
자꾸 침을 삼켰습니다
ㄴ). 얼굴 사진
해우소 댕댕이바구니에는
얼굴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스님 이 사진은 무엇이어요?"
"신문지에서 오려낸 것이다"
"이것을 모아서 무얼 하게요?"
“사진도 얼굴인데 그것으로
뒤를 닦을 수는 없지 않느냐?"
스님은 그것을 가지고 나가
소지하라고 했습니다
선재는 사진을
소각장에서 불에 태워
재를 바람에 날렸습니다.
ㄷ). 윤장대 돌리기
절에 외로운 노인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노인들은 윤장대를 돌리는데,
매우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힘드시지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선재가 윤장대를 대신 돌렸습니다
그리고는 스님께 자랑을 했습니다
“그건 운동 겸 수행으로 하는 거다
노인들을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것은 돕는 게 아니다"
스님은 노인들이 심심치 않게
짚공예를 가르치러 갔습니다
선재도 짚단을 안고 따라갔습니다.
5) 이타관용
{•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돕는 일이다.
막 떠나려는 기차에 간디가 올라탔다. 순간 그의 신발 한 짝이 플랫홈으로 떨어졌다.
기차는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떨어진 신발을 주울 수가 없었다. 간디는 얼른 나머지
신발을 벗어 떨어진 신발 옆으로 던졌다. 승객들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간디는 미소
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느 가난한 사람이 저 신발을 주웠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한 짝'
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나머지 신발마저 떨어뜨렸으니, 한 걸레를
갖게 되지 않겠습니까?” 간디는 이렇게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정신을 일깨운 인도의 성자였다.}
ㄱ).선재의 짝
선재가 학교 짝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님, 제 짝은 양치질을 안 해요”
"너도 세수 안 할 때가 있던데?"
"크레파스도 잊고 내 것을 써요"
"너도 지우개를 빌려 쓴 적이 있다며?"
“공부 시간에도 자꾸 말을 걸어요”
“짝이 너를 좋아하는가 보다"
선재는 뽀로통해서 톡 쏘았어요
"스님!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러자 스님은 그 짝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늘이 짙으면 양지는 더 밝다
썩은 물도 화재 때는 소중하고
개똥도 약이 될 때가 있단다."
ㄴ).보석과 촛불
돈 많은 부자 아주머니가
절에 참배를 왔습니다
손가락에 낀 보석반지가
눈부시게 반짝였습니다
"보석은 돌인데 어떻게 저런..?
선재가 그것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 같있습니다
스님이 말했습니다.
"저 법당의 작은 촛불이
그 보석보다 더 값진 것이니라"
“촛불이 보석보다 값지다고요?"
"보석은 남의 빛으로 반짝이지만
촛불은 자신을 태운 빛으로
둘레를 밝히지 않느냐?"
스님은, 세상을 밝히는 것은
촛불 같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ㄷ).징검다리
관음사로 가자면
냇물을 건너야 합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징검돌이 꽁꽁 얼었습니다
"조심해라. 미끄러질라"
스님이 선재를 건네주고는
다시 냇물로 들어갔습니다
"스님, 무엇을 하실려고요?"
“징검다리를 고쳐야겠어"
스님은 비뚤어진 징검돌을
똑바로 앉히고,
사이가 뜬 곳은
돌을 옮겨다 채웠습니다
냇물에 다리를 놓는 것도
큰 공덕입니다. <월천공덕>
6) 자기완성
{내가 밝아지는 만큼 세상도 밝아진다.
히말라야에는 한고조寒苦島라는 새가 있다. 이 새는 자기가 살 둥지를 틀지 않기 때문에 밤이면 매서운 눈바람에 온몸이 얼어붙는 고통을 겪는다. 그 때마다 따뜻한
집을 짓겠다고 다짐하지만 날이 밝으면 햇살에 몸을 녹이며 게으름을 피우다가 또 밤
이 되면 뼈마디가 얼어붙는 고통을 당한다. 어려움을 되풀이하면서도 그것을 해결할
길을 찾으려 하지 않는 사람을 비유하는 이야기이다. 주춧돌은 남을 위해 아무도
모르는 자리에서 할 일을 다 하는데 한고조처럼 자신을 위한 일조차 게을러서는 안되겠다. 우리는 자기를 가꾸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ㄱ). 해우소
절에서는 변소를 해우소라 하지요
"변소를 왜 해우소라 하나요?"
선재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해우소란 응아만 하지 않고
근심이나 미움, 욕심 같은
마음의 쓰레기와 오염된 정신을
모두 씻어버리는 곳이란 뜻이지"
선재는 스님이 말을 생각하며,
해우소에 앉아 눈을 감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정신도 유리창을 닦아내듯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ㄴ).이름 값
수계식이 끝났습니다
선재는 수계식에서
법명을 청광으로 받았습니다
“이름은 품격을 결정한다
청광이란 법명처럼
맑은 빛이 되어야 하느니라"
스님은 다른 신도들에게도
이름에 대한 법문을 했습니다
"베드로는 이름처럼
기독교의 반석이 되었고
직업을 이름으로 하는
유태인은 모두 잘 살지요."
"일본 사람들이 유독
영토에 집념이 강한 것이나
인디언들이 자연친화적인 것도
이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한 법우님들에게
각자에게 주어진
법명 값을 잘 하라 했습니다.
ㄷ).못하나
스님이 낡은 의자를 고치며
노래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못 하나 빠지니
바퀴가 고장 나고
바퀴가 고장 나니
수레가 부서지고
수레가 부서지니
싸움에 지게 되고
싸움에 지고 나니
부족이 죽어가고
부족이 죽고 나니
마을이 없어졌네
스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스님은 못질을 하며 말했습니다.
“옛날 인디언들이 부르던 노래란다."
스님이 박은 이 못은
절대로 빠지지 않을 거예요"
선재는 스님의 의자를 잡아주며,
한 손으로 엄지를 세웠습니다.
4. 환경이 인성을 좌우한다.
ㄱ).코이 (Koi)라는 물고기가 있다. 일본에서 많이 기르는 관상용 비단
잉어의 한 종류인데, 살고 있는 영역에 몸을 맞추어 자라는 어종으로 유명하다. 어항에서 기르면 몸길이가 8cm 정도밖에 안 되지만 연못에 놓아주면 25cm까지 큰다. 그런데 강물에 풀어주면 120cm 까지도 거뜬히
자란다고 한다. 사람도 이 코이와 같이 자기가 처한 환경에 맞추어 품성이나 능력을 갖추어가게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교육환경을 말할 때 좋은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여러 교육활동 중에서 연(緣)으로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는 문학의 영향이 매우 크다. 문학은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모든 예술의 바탕이기 때문에 인성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큰 것이다.
ㄴ).인도의 밀림에서 발견된 늑대소년은 사람(因)으로 태어났지만 자란 환경(緣) 때문에 늑대(果)의 습성을 갖게 되었으며, 의사, 동물학자,인류학자 등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끝내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는 것은 가상의 이야기지만 인연과보에 따른 필연이었다(報),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지만, 콩을 심었는데도 천재지변이 나 환경오염으로 콩이 나지 못할 수도 있고, 팥을 심었는데도 환경이 나
쁘면 돋아난 싹은 팥의 구실을 못하고 잡초로 끝나 버릴 수도 있다. 우리 어린이들을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보고 들으며 자라게 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지난 병신(丙申)년은 하도 시끄러우니까 병신(病身) 같은 해라는 말이 있었고, 유모차 시위대를 두고 자식을 ○○같
이 키우는 병신 같은 ㅇ들이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였지만 어릴 때의 경험은 온몸으로 흡수해서 성품이나 행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하는 걱정이었다. 세상이 이러니,착한 사람들이 사는 금수강산(錦繡江山)이 막된 짐승들이 창궐하는 금수
강산(江山)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에 공감이 갔다. 이런
판에 우리 어린이들을 금수강산(山)에 내버려 두어서 늑대소년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금수강산(錦繡L山)에서 착하고 예의바른 천손으로
자라도록 도와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스님과 선재동자》는
후자를 생각하며 해보는 이야기라는 것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김종상 약력
• 1935년 안동군 서후면 대두서에서 나시 풍산면 죽전등에서 자람.
• 1958년 교육잡지 새교실, 문예작품 현상공모 소설 부처손 입상
- 1959년 경북경찰국 민경진선신춘문예 詩 <저녁 어스름> 입상, 《새》 창간 7주
년 기년문예작품 현상공모에 <산골> 입선
•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산 위에서 보면> 당선
· 동시집 《흙손엄마》, 동화집 <아기사슴>, 시집 《고갯길의 신화》외
· 한국문학상, 대한민국 5.5문화상, 소월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
· 경향교육상, 경향사도상, 한국교육자 대상, 안동대학 자랑스런동문상
·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