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드러내고 인간이 될 기회를 주어라
돈으로만 복지, 사람 돕겠다는 생각은 제발…민들레국수집 주인 서영남
장기적인 경기침체, 갈수록 깊어만 가는 사회양극화, 얽히고설킨 정치구도 속에
앞이 보이는 않는 서민생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제 앞가림에만 몰두하는 일상과
우리네 마음. 너무 부정적이고 참담한 ‘관심’일까? 답답하다. 하지만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기다림에 지쳐 조바심이 나기는 하지만 한 줄기 빛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 또는 저 건너에서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사랑의 금맥을 캔다. 흰 바탕에 노란글씨여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전국적으로 명소가 된 민들레국수집을 찾았다. 여느 때나 다름없이 친근하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와 그의 국수집이.
서영남 씨는 1954년 부산 범냇골에서 태어났다. 1976년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
1985년 종신서원을 하고 1995년부터 교정사목을 시작, 전국의 교도소를 다니며 장기수 면담활동을
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25년의 수사 생활을 마치고 수년전 환속했다
. 2003년 만우절 날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식당인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다.
민들레국수집은 인천 동구 화수동 266-61번지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붙여진
= 이곳 동네 사람들도 매우 특별한 것 같은데, 실제 어떤가요?
이곳 화수동에서 4년째 국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참 무던하고 속 넓은 분들이죠.
노숙자를 봐도 일상으로 알아요. 아예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김장해주고 이런 동네가 없어요!
일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동네사람이 도와주고 갑니다. 꼬마들도 청소를 거들 정도지요.
고맙고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 민들레국수집의 위상이나 역할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어느새 그렇게도 됐지요. 저는 늘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평신도도 교회라는 점을 말입니다.
성직자만 교회일 수 없고 그 구조가 내용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경직된 교리에 따른 삶, 섣부른 지도와 모범은 사양합니다.
= 올 한해를 얼추 다 보내신 소회는?
세월이 너무 빨라요. 손님들과 함께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49세로 11년을 노숙자로 산 장애인이 그간 적법한 수혜대상자임에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방치돼있었습니다. 이 분이 사회복지혜택을 받게 하고 노숙을 청산케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녔습니다. 이런 경우가 4건이었지요.
= 올해의 보람과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청송교도소 형제가 변한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
사람들 가운데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내일도 교도소에 가는 날인데
마치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뜨고 설렙니다. 월 2회이상 그 곳엘 다녀오는데 모두 15명 정도를 만납니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이들은 어찌 보면 말할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고 표현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스스로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합니다.
= 한해를 지내오면서 아쉬웠던 점은?
전혀 없습니다. 가난뱅이는 정작 욕심이 없습니다. 부자들이 욕심을 더욱 부리지요.
여기에 오는 손님들에게 식사 후 담배를 권하곤 하는데 주머니에 꽁초라도 하나가 있으면
‘됐어요’라며 받질 않아요. 집을 수십 채 가진 사람이 집타령하고….
= 내년 구상은?
없습니다. 올해 골프선수 김미연 씨가 5천만원을 쾌척해 당장 급한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독지가가 지금의 무료급식소보다 크고 깨끗한 장소로
옮겨주겠다고 제안했는데 거절했습니다. 커지면 나만 힘들고 인간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러고 보니 바라는 게 있기는 합니다. 손님들에게 4~5천원짜리 수준의 백반을 차려주고 싶은데
특히 고기를 좋아해서 돈이 많이 들어요. 낮잠 잘 곳, 씻고 빨래할 곳도 필요하고
공연같은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노숙자들이 추운 겨울밤 웬만한 곳에서는 잠을 잘 수가 없어 거의 지세우고 버티다
도서관이나 병원대합실, 전철역 같은 곳에서 쫓겨나지 않을 만큼 위장하고 졸아야 하거든요
. 늘 잠이 부족한 모습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는 것 말고도 지역사회활동에도 참여하셨는데 특별히 이유라도
있었는지요?
사회복지와 보건의료를 함께 아우르는 시민단체인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가 지난 6월25일
출범했습니다.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분야가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네들의 바탕이 되어야 겠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참여했습니다.
비록 상임대표를 맡았지만 저는 실무자들이 일을 잘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데모하는 것은 체질에 안 맞고 활동가들의 바람막이, 지지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 밑바닥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해 정책적, 제도적 개선을 제안한다면 무엇이겠습니까?
정책이나 제도도 좋지만 우선은 사랑 없이 사회복지하는 사람들, 돈으로 사회복지하는 사람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돈 때문에 사회복지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개인의 욕심 채우기나 다름없지요.
=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노숙자들은 자본주의 경쟁사회, 정글같은 사회의 그림자입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가족이고
어느 책에서 봤는데 ‘내가 만나지 않은 가족은 곧 남, 만나서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그것이
가족’이란 말이 있더군요. 가족 가운데 가장 힘없는 존재에게 우리의 사랑을 쏟아주지 않습니까?
나이든 부모나 아기와 같은 가족 말이죠.
인생이 풍부해지려면 가지치기를 잘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실수를 봐요! 가지치기가 잘 안되면
열매가 달리지도 않고 쭉정이만 생기거든요. 조금씩만 떼어내도 모두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답니다. 저는 ‘모두가 가족인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첫댓글 사랑을 실천하는 분이지요.
교가 '친절'이라고 法頂스님은 말씀 하셨지요
''봐라 했지'등등
내용도 읽었고,
TV에서도 방영되었지요.
세상엔 참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서영남씨 같은 분을 찾기가 어렵지요.
세상에 가장 위대한
이웃에 고통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나눎이 바로 친절이고 따뜻함을 전하는 것이지요.
나눔을 위한 방송을 할 때면
재벌과 공기업등에서 나와서 기부하는 것의 공통점은
'나 기부했다
나눔과 베풂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지요
그리고 얻어먹는 것도 습관입니다.
정말이지 기부금내고 사진찍어서 방송국뉴스나 신문에 안나오게 하면 안되는지.......
오웅진 신부님이 나병환자들이 모여사시는 소록도에서 하신말씀중 "얻어먹을수 있는것도 복이라고 하셨는데....."
자꾸 얻어먹다보면 미안함맘이 들어서 나중엔 나누게 되지 않을까요?
나눔 좋은일 하시고 계십니다
서영남씨 같은 분이 계시기에
어려운 이웃들이 살아갈수 있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우리도 조금씩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나누려는 맘을 가진채 살았으면 좋겠네요.
네?..
텔래비전 에서 여러번 보았습니다 낮익은 사람 정말 세상에 밀알~
천사 이십니다 존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