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어는 생물이라서 원칙을 벗어난 채로도 통용되다보면
그게 어느 사이에 정식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김소월의 유명한 시(詩) ‘진달래꽃’의 구절엔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시는 가수 마야가 ‘진달래꽃’이라는 노래로 불러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즈려밟고’는 실제로 표준어가 아닙니다.
표준어는 ‘지르밟다’로,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위에서 내리눌러 밟다’로 나옵니다.
오래전 시에는 이처럼 맞춤법에 맞지 않는 구절이 꽤 있습니다.
시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내음(코로 맡을 수 있는 나쁘지 않거나 향기로운 기운)’도
21세기 초입에도 ‘냄새’의 비표준어였다가,
일반 언중들이 아주 많이 사용하다 보니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로 인정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두음법칙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한자음 ‘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나, 내, 노, 뇌, 누, 느’로 적지만,
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어야 하기 때문(한글 맞춤법 제12항)에
‘보냉’이 아니라 ‘보랭’으로 써야 합니다.
‘고냉지, 공냉식’이 아니라 ‘고랭지, 공랭식’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영어의 외래어 표기도 발음을 따라 표기해야 합니다.
특별히 기념해야 하는 날에 준비하는 cake의 발음은 [keɪk]이고,
이중 모음 [ei]의 뒤에 [k]가 오므로 '으'를 붙여 '크'로 적으며, 따라서 '케이크'로 적어야합니다.
그런데 무엇이든 줄여서 쓰는 버릇 때문인지 케익으로 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네요.
지금 정치판에서 비롯된 '민주주의' '공정' '상식'이란 일반 인식 변화도
조금 세월이 흘러 지금의 정의가 바뀔지도 모릅니다.
결국 언어의 생명력에 돌연한 변이가 생겨버리면 인간의 정신까지 변화게 되거든요.
정신차려서 낱말을 골라 써야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즈려밟고" "지르 밟다." 글을 쓰면서 모르고 그냥 쓰던 말이 참 많았다는 걸 느낍니다.
두음법칙은 쓰면서도 늘 헷갈려 반드시 사전을 찾게 되더라구요.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