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偶然 같은 필연必然이 있고, 필연 같은 우연이 있다.
길에서 문득 우연처럼 필연처럼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딸 내외와 저녁을 먹으러 가서 식사를 준비 중인데,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하고 봤더니 김승수 전 전주시장이었다.
전주시를 도서관의 도시로 탈바꿈시킨 장본인 김승수 시장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전주시장 마지막 무렵 저녁을 먹은 뒤였고,
그 뒤로 다시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만난 것이다.
얼마 전에 책 문화를 사람들에게 넓게 확산시킨 공을 인정받아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 원장으로 취임한 김승수 원장을 느닷없이 만나(가족과 함깨 식사를 하러 왔다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들이 있다. ‘느닷없이,’ ‘갑자기’ 문득‘ ”불쑥’ ‘별안간’ 그런 낱말들이다.
그렇다. 모든 만남이 그렇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그런 만남들이
인생을 풍요롭게, 다채롭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그런 만남이 아름다운 만남이다.
“아름다움이란 서로 다른 두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 갑자기 장구한 세월을 뛰어넘어 마주쳤을 때 튀는 불꽃이다. 그리고 또 아름다움이란 연대의 소멸이요. 시간에 대한 반항이다.”
그런 만남을 두고 독일의 작가인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말했는데,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의 말은 더 구체적이다.
“나는 기다리며 여기 앉아 있다. 기다려도 소용이 없을 것을 기다리면서
선악을 넘어서서 때로는
빛을, 때로는 그림자를 즐기면서
있는 것은 오직 호수, 대낮, 끝이 없는 시간뿐,
그때, 나의 벗이여, 갑자기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되었다.
차라투스트라가 내 옆을 지나간 것이다.“ <즐거운 지식>
니체가 스위스의 실스마리아 호숫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영감을 얻은 순간을 묘사한 글인데, 우연을 사랑했던 예술가나 철학자들이 많이 있다.
”정신적 긴장을 느끼기 위해서 나는 큰길이나 골목길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통한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몇몇 사람과의 배타적인 교류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
“예술은 우연을 사랑하고 우연은 예술을 사랑한다.” 아가톤
“우연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인간 이성에 숨겨져 있는 원인이다. 그리하여 우연은 무엇인가. 신에 속한 것이며, 악마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리스토텔레스
남은 생애, 더 많은 우연 같은 필연, 필연 같은 우연이 더 많이 다가와 좋은 인연이 되기를 갈망하자,
2026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