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3월 27~31일) 국내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2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전주보다 2.18% 오른 2476.8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주초부터 연일 상승했다. 주간 상승 폭은 2.36%. 지난 30일에는 지난해 6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850선 위에서 마감하기도 했다. 한 주간 기관과 외국인은 우리 증시에서 각각 1667억원, 295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한 금융 리스크 우려는 지난주 다소 수그러든 모습이었다. 미국과 스위스 정부 당국이 은행발(發) 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발 빠르게 대처한 덕이다. 각국 정부의 승인 하에 SVB는 미국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가 약 16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스위스 최대은행 UBS는 약 32억달러에 CS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이 금융 리스크 확산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안도했다.
이에 SVB와 CS 사태 직후 급격히 쪼그라들었던 위험 선호 심리도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오랜 긴축의 영향으로 은행뿐 아니라 많은 기업의 미실현 손실이 늘어났고,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이를 보여주는 첫 사례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기조에 제동을 걸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났다.
이번 주(4월 3~7일) 증시는 오는 7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과 미국 3월 고용지표를 기다리며 지난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의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초 발표되는 한국을 포함한 각 주요국의 경제 지표에 따라 시장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 주요국 제조업 PMI·미국 3월 고용지표 발표… 인플레 둔화 조짐 보일까
이번 주에는 각국의 경제 지표들이 다수 발표된다. 3일에는 한국 3월 수출입동향, 중국·독일·미국 등 주요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 수출입과 주요국 제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PMI를 통해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꼽히는 서비스업의 수요 둔화가 확인된다면 증시가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 ‘빅 데이’는 7일이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고용 지표 발표가 연준의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임금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또 한 번 둔화한다면, 이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월 고용 지표는 다소 혼조세를 보였다. 비농업 부분의 신규 고용은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글로벌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고용 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이 감지된다면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에 대한 완화 기대감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둔화세가 이어진다면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발표될 미국 경제 지표들은 혼재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 “고용 지표는 노동 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나겠지만, 동시에 제조업 지수가 다시 하락하면서 생산 활동에 대한 기대가 다시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혼재된 지표의 조합은 금융 시장 내 불안 심리를 낮춰주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은행 사태의 불씨가 잔존하기 때문에 낙관적인 판단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실적 시즌 개막
7일에는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되며 1분기 실적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실적이 예상대로 부진하게 나오더라도 증시는 반등할 수 있다. 실적 발표를 통해 반도체 수급이 균형을 찾을 시점에 대한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주가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날 마이크론이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하자 반도체 업황의 반등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최 연구원은 “지난 분기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를 발표한 이후, 감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등한 적이 있다”면서 “지난 28일 마이크론 발표 이후 SK하이닉스가 추가 감산에 선을 그으면서 국내 업체의 감산 기대감이 낮아지긴 했지만, 삼성전자 잠정실적이 발표되면 반도체 수급이 점차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투자 축소·감산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확인된다면, 업황 기대감이 커지며 증시가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엔 이차전지 주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31일(미 현지 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 규정안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 대부분이 무난하게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해당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재무부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추출·가공한 경우 보조금 절반을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의 보조금은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한 경우 지급한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나라에서 광물을 수입하지만, 한국에서 가공한다. 또 배터리 부품인 양극판·음극판의 구성재료인 양극 활물질 등은 국내에서 가공하지만, 양극판과 음극판의 생산 공정은 미국에서 이뤄진다.
국내 배터리 업계와 정부는 이번 IRA 세부 지침에 대해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규정이 나왔다”고 평가한다. 대부분의 업체가 현행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주 이차전지 주에 투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세부 지침은 이달 18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이 또한 금리 리스크가 없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는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용택 IBK 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금리 인상 종료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소멸되지 않은 상태인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것은 맞지만 올해 중 금리 인하는 여전히 매우 가변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이고, 통화 이완 시기는 아직 한참 남은 만큼, 경제 지표 발표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에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