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 개인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 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 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 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 정지아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중에서
***************************************************************************************************************************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보았거나 기억하는 아버지 어머니보다 남들이 기억하는, 내가 알지 못했던 두 분의 모습들과 마주하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만, 부모여야만 한다는 선입관으로만 부모님을 바라보았기 때문이지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조금 성급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자주 둥장한다고 해서, 언론 기사에 자주 실렸다고 해서
그 사람을 전부 안다고 생각하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철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한 길 속은 열 길 물속보다 깊고 어두워 퍼내기 전에는 알 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