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한 해였습니다.
(한 해가 끝난 건 아니지만)
무릎이 너무 아팠고, 친정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셨고
그리고 간절히 원했던 원고의 출판이 잘 안 됐고.
그렇다고 안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요.
(무릎 치료가 잘 되었고, 그토록 원했던 아들의 결혼이 이루어졌고)
그래도 작가로서 원고를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장 슬프고 속상한 일입니다.
하여 결단을 내려 절로 들어왔습니다.
김경옥 작가의 추천으로 온 가평 백련사, 깨끗하고 조용하여 마음에 쏙 듭니다.
오후 2시경 도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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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공양시간을 꼼꼼히 살펴보았어요.
아침은 6시
점심은 11시 30분
저녁은 6시
꼬박꼬박 잘 챙겨먹으리라 결심했지요.
잠을 포기하고 밥을 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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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온 간식도 꺼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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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스똬일로 옷을 갈아입고 고무신도 챙겨신고 절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어요.
사람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는 청명한 가을날입니다.
절집처럼 조용하다는 말이 딱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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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는 산책하기 좋은 잣나무 숲길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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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담쟁이덩굴은 벌써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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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 절을 가면 주련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산지기가 주련을 주문 받아 만들던 때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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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문짝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아래 받쳐놓은 돌은 최근의 것인 듯해서 별로 안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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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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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이 참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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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투박한 나무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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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이와 같이 오래되면 숨결이 느껴지겠죠?
그 사람만의 향기가 나겠죠?
그러면 참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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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꽃은 거의 지고 가을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이름 모르는 꽃이 배시시 웃으며 손짓을 합니다.
구절초가 사찰 경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구절초꽃 향기가 온 천지가 진동을 할 듯합니다.
하얗게 핀 구절초를 달밤에 보면 또 얼마나 이쁠까요? 숨이 막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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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도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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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가 하나 둘 피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목표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좀 그럴 듯한 '시놉 짜기'
한 바퀴 돌고 컴 앞에 앉아 한참 동안 끙끙거렸습니다.
오후 6시, 정확하게 공양간으로 가니 보살님들이 기다리고 계시네요.
"그렇잖아도 왜 안 오시나 했어요."
밥을 먹고 나서 먹은 그릇 깨끗하게 닦아 놓고 나오려고 하니
"그렇게 먹으면 이따 저녁 때 배고파요. 바나나 많이 가져가세요." 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바나나는 두 개만 가져갈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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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올라오는 길에 들른 곳.
차도 마실 수 있고 빵도 먹을 수 있고 사탕도 먹을 수 있어요.
커피 한 잔 타고, 초코파이 한 개 들고 밖으로 나와 한참동안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먹었지요.
"마음에 맞는 작가들과 오면 글 참 잘 써지겠다."
"다음에 꼭 함께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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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완벽하지는 않으나 약간은 그럴싸한 시놉이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작업은 끝!
어깨가 아파서 더 이상은 불가능.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한 후, 다시 살펴보기로...
제발 내일 아침에 살펴봤을 때 주접스런 시놉이라고 느끼지 않기를...
첫댓글 가셨군요. 절이 참 고즈넉해 보이고 좋네요.
마음에 드는 글 쓰시기 바랍니다.
예,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오고 싶은 곳입니다.
선생님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예요. 글쓰기전에 소원품고 탑돌이도 꼭 하셔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 좋은 작품 쓰게 해주세요. 저도 함께 빌어드릴게요~~^^
좋은 곳 소개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요?
@바람숲 그 앞에 설명 돼있을거예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몇번 합장하던가, 하더라고요. 나를 향한 다짐과도 같은...^^
@하이디 예, 오늘 아침 드디어 탑돌이 했어요. 시계방향으로...^^
좋아요^^ 마음수양 잘 하고 와요^♥^
주련을 안고있는 문짝이 맘에 드네.
문살이 특히 예쁩니다^^
글 쓰기도 놀기도 멍 때리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조바심 내지 마시고 숨 많이 들이마시고 오세요.
아참. 학교는요?
내진 공사 때문에 개학이 연기되어 얼씨구나 하고 간 거예요^^ 개학은 9월 30일. 좋은 계절 처음으로 맘껏 누리고 있어요.
우와, 진짜 갔네! 무섭지는 않은지? 나도 한번쯤 가고는 싶은데. 멋진 글도 쓰고 편안한 나날 되길!
하나도 안 무서워요^^ 글도 잘 써지구요.
와 경치 좋은 곳에서 좋은 글이 술술 나올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편해서 글이 술술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