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엔터테이너 박경림의 부친 박우철(57)씨가의정부보훈지청(지청장 이경우)을 통해 100만원 상당의 쌀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한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국가유공자인 박우철씨는 지난해 20㎏들이 쌀 22부대를 의정부보훈지청에 기탁, 연말연시를 맞아 관내 보훈가족 6가구를 비롯해 장애인과 치매노인을 돌보고 있는 복지시설 '천사의 집'에 전달했다.
박씨는 베트남전에서 참전한 전상군경으로 2001년 11월 의정부보훈지청 신청사준공 당시에도 음료자동판매기를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어떤 수위가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위문공연을 선물받을수 있겠니!-박경림 아버지가 딸에게 쓴 편지***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들어 있는 우리 막내딸 얼굴 바라보며,
아빠는 오늘도 측은한 마음에 가슴이 짠해지는구나. 어린 네가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하는 건지, 남들처럼 번듯한 아빠를 두지 못해
그런건 아닌지, 안타까움과 미안함에 자꾸만 가슴이 먹먹해진다.
연탄배달이며, 구멍가게며, 그릇 닦는일, 세탁일... 돈벌이 되는 거라면
안 해본 것 없이 다 했는데, 잘 살아보려고 노력도 참 많이 했는데,
왜 그리 살기가 어려웠는지... 내 자식들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었는데, 이 못난 아빠는 마음과는 정반대로 제대로 먹이
지도 못하고 늘 고생만 시켰구나. 미안하다, 내 딸아.
아빠가 15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하던 날, 그 암담한 슬픔
너머로 누가 제일 먼저 떠올랐는지 아니? 바로 제롱둥이 막내딸이었단다.
이제 막 고3이 돼서 공부를 열심히 할 때인데, 충격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싶어 얼마나 조바심이 났던지... 그 쓰라린 절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아빠 머릿속엔 늘 네 걱정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 딸은 늘 명랑한 모습으로 초라한 아빠 앞에서
"껄껄껄" 목젖이 보이도록 웃으며 재롱을 부리곤 했지. 그 해맑은 모습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 비싸고 예쁜 옷 사 입히지 못하는 아빠의 처지가
어찌나 한심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나마 월급봉투마저 없어졌으니, 그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채 그저 회사
잘 다니고 있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뒷바라지 해줄 테니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속 빈 거짓말을 하면서 아빠는 속으로 참 많이도 울었단다.
3개월이 지나 힘겹게 취직을 했지만 아빠는 네게 떳떳하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 아빠는 사장이다, 은행 지점장이다 하는데, 학교 수위라니.
아빠한테는 그래도 떳떳한 직업이었는데, 혹시 내 딸이 아빠 때문에
따돌림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워 일하는 내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것
같더구나. 그런데 수위 생활을 시작한지 몇 달쯤 지났을까. 아빠는 저
멀리서 씩씩하게 걸어오는 키 작은 아이를 발견했단다. 내 딸이었지.
친구들한테 얘기를 듣고 곧장 달려오는 길 이었어. 사실 그때는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었단다.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말이야. 하지만
그런 갈등도 한순간. 아빠는 저며 오는 가슴속에 소중한 내 딸을 꼬옥
파묻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지.
"아빠, 직업에 무슨 귀천이 있어. 나 떳떳하단 말이야. 그런데 왜 나한테 숨겼어?"
눈물을 글썽이는 내 딸 앞에서 미안하다고, 못난 아빠를 용서해 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 소리가 목에까지 차올랐는데, 아빠는 속으로
울음만 삼킬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단다. 어리게만 보였던 내 딸이
이만큼 커서 아빠를 이해해주고 있구나 싶어 한없이 행복하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아픔, 아빠라는 존재의 무게가 참 크더구나.
그 후 고3이라 바쁘고 힘들 텐데도 일부러 친구들이랑 후배들까지 데리고
와서 아빠 위문공연 해준다며 학교 정문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곤 했지.
사랑스럽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그 추억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죽는 날까지 너무도 행복할 것 같다. 세상 어떤 수위가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위문공연을 선물 받을 수 있겠니. 고맙다, 착하디 착한
내딸아.
세월이 참 빠르구나. 네가 TV에 처음 나온 지도 벌써 4년이 흐른걸 보니,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빠는 내 딸이 정말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
인지 잘 믿어지지가 않았단다. 그냥 인기가 좀 있나 보다 했지. 그런데
백상예술대상을 받는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아빠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
워야 했다. 너무 기뻐서, 시상식 날 군대 동기를 다 끌고 세종문화회관에
가서 상 받는 내 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바보같이 자꾸 눈물이 흐르
더구나. 그날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단다. 그래서 오랜만에 기분
내느라 돈도 좀 썼다. 아빠 잘 했지?
경림아, 시상식 날 아빠 멋지지 않았니? 맨날 추레하게 입고 다니다가
내 딸 큰상 받는다길래 쫙 빼입고 갔는데... 그날 아빠 신발도 봤는지
모르겠네. 4년 전 네가 처음 받는 출연료로 사준 구두였어. 출연료를
몽땅 다 털어 생전 가본 일 없는 백화점에 끌고 가서는 다른거는 못해
줘도 아빠 신발 하나는 꼭 사주고 싶다며, 8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
주었던 신발. 아빠가 제일 아끼는 보물 1호지. 아빠는 지금도 그 신발
을 신을 때마다 '우리 경림이가 첫 월급으로 사준 건데' 하며, 항상
고마워한단다.
문득 경림이 어렸을 적 일이 생각나는구나. 언니들한테 콩나물 심부름을
시키면 앞에 있는 가게만 가보고 없으면 그냥 빈손으로 오는데, 경림이는
한겨울 맨발로, 그것도 얇은 못차림으로 온 시장을 다 뒤져서라도 반드시
콩나물을 사오곤 했었지. 그만큼 책임감이 대단한 아이였단다. 지금 네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볼 때면 문득문득 그 시절 빨갛게 얼어붙은 너의
손이며 발이 떠오른다. 얼굴이 예쁘지도, 목소리가 곱지도 않은 내 딸이
이런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던건, 순전히 남모래 흘린 땀의 대가라는 걸
아빠는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단다.
사랑하는, 너무도 소중한 내 막내딸 경림아, 아빠가 바라는 건 단 한가지
뿐이다. 나머지는 너무도 훌륭하게 잘 하고 있으니까. 이제 건강에 좀
신경을 썼으면 아빠는 더 이상 바랄게 없겠구나. 이것만은 아빠 새끼손가
락 걸고 꼭 약속해주렴. 그리고 언제 시간 나면 네가 좋아하는 부대찌개
끓여줄께. "아빠가 해주는 건 뭐든지 다 맛있어." 하며 맛있게 먹던 내
귀여운 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싶구나. 사랑한다, 내 딸아.
<개그우먼 박경림 님의 아버지 박우철 님은 현재 선일여자고등학교 정문을 지키는 수위로 일하고 있습니다. 벌써 4년이 넘었다고 하네요. 자녀들은 그만 쉬시라고 말리는데도, 학교에서 "그만두세요." 할 때까지는 이 일을 하고 싶답니다. 노력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에, 남 한테 베풀 때는 베풀더라도 자신이 생활하는 데는 항상 검소하자는 게 아버지의 생활 신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