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모두 억척 엄마의 피가 흐른다. 아이의 성공과 행복에 올인하고 전략을 짜는 것 말이다. 아이의 성공은 이런 엄마의 억척스러운 모성을 딛고 일어선다. 맹모도 울고 가는 21세기형 엄마들의 성공유형을 모아봤다. 당신은 진정한 21세기형 엄마인가?
엄마학교’를 연 서형숙행복 추구형 엄마 happy mom“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자는 생각만 있었다. 아이와 함께 지내는 의미를 날마다 깊이 새기다 보니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욕심내지 않고, 살아 있음에 감사했고, 아이와 함께 있음에 고마워했다. 서두르지 않으니 인생은 정말 달콤하다.”
(왼쪽) <엄마학교> (큰솔)
‘긍정’하는 엄마가 된다 아기일 때는 대소변 잘 본 것을 칭찬하며 그 뒤 처리를 기쁜 마음으로 했고, 어지르며 노는 것을 아이의 특권이라 여겼으며, 아이가 집에 오면 언제나 환한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걸레질하던 중에 아이가 엄마 등에 올라타며 “이랴” 하면 장단을 맞추고, 소리를 내며 달려보자. “일하는 데 귀찮아” “이것 해야 해”라고 성가셔하기보다 잠시 아이와 친구가 되어 놀아준다. 좁은 집 안에서 작은 상상력으로 아이에게 풍요를 누리게 해줄 수 있다. “안 돼, 하지 마”라는 말은 금물이다. 아이는 궁금한 게 있고, 생각이 있으니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어른의 생각으로 ‘no’라 하는 것은 아이의 오감을 발달시키는 길을 막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면서 여유 있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서둘러서다. 아이가 뭔가 잘못하면 ‘아이니까 못한다’고 여겨라. 뭐든 들여다 보고, 만지고 쏟는 아이는 호기심이 많아서 그러는 것이다. 아마 자라면 공부를 잘할 것이다. ‘얘가 총명하구나’ 생각해보자. 행복하고, 감사하지 않겠는가. 짜증도 안 날 것이다.
“안 돼” 대신 “해도 돼”를 연습한다 딸아이가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안 돼?”라고 물으면 “안 돼”라고 답했다. 놀란 아이를 보고 “네가 안 되냐고 물어서 그렇게 대답한 거야”라고 말해줬다. ‘안 돼’라고 묻기보다 ‘~해도 돼?’가 긍정적이다. 큰 차이가 없는 말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안 돼?”라고 물을 때는 거절당할 것을 감안한 질문으로 마음이 불안하다. 사고가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는 말하는 습관 하나도 중요하다. 긍정적으로 자라면 아이 스스로 행복하고 자발적으로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를 사랑하고 칭찬하고, 존중한다 주부로 산다는 것은 참 어렵다. 철철이 음식하고, 아이 기르고,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돈도 관리해야 한다. 그 안에서 시간을 쪼개 내 발전에도 힘써야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용하다. 정말 잘 살아왔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주부들이 그렇다. 보이지 않는 노동에 시달리는 엄마들은 모두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학생 신분으로 만난 남편은 건축가가 되었고, 아이들도 잘 자라줬다. 그렇게 장한 나를 보며 뭔가 좋은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 진주 브로치를 샀다. 내가 내게 상을 준 것이다. 날마다 노력하고 가꾸어 내 삶이 빛난다면 가끔씩 내게 상을 주자.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서 상을 주자. 생기가 돌아 훨씬 힘이 날 것이다.
실수는 실수로 받아들인다 아이가 어릴 적 해질녘에 큰 소리를 지르면서 들어왔다. 친구와 딱지치기를 해서 제 얼굴만큼 큰 딱지를 땄다는 아이.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같이 기뻐했는데, 다음 날 아이가 자전거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딱지를 딴 소식을 전하려다 자전거를 잊고 온 것이다. 큰마음 먹고 사준 자전거가 아까워 부주의한 아이를 나무랄까 하다 이미 없어진 것, 야단친다고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대범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딱지 딴 걸 자랑하고 싶어 달려온 아들의 마음이 고맙고, 웃음이 났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최고로 잘하려던 것이다. 아이에게 “딱지 땄다고 제일 먼저 엄마에게 알리러 와서 기뻐”라고 말했다. 아이의 실수를 실수로만 받아들였다. 그 후 아들은 내게 상장을 타 나르기 바빴고, 좋은 소식이 있으면 당장 달려와 나를 기쁘게 했다.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무엇이 행복할까를 고민한다 넓은 의미에서 교육은 사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의욕이 샘솟아 알아서 공부한다. 그것이 아이와 부모, 가족의 행복을 위해 최선이다. 어떤 엄마들은 무엇을 가르칠까에만 집중한다. 어떻게 살까, 어떻게 행복해지는가에는 관심이 적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날마다 신나게 노는 것을 보고 동네 사람들은 혀를 찼다. 하지만 나는 내 소신대로 아이를 믿었고, 아이의 행복이 무엇일까 꼼꼼히 살폈다. 아이의 행복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니 엄마도 편하고 아이도 편해 잘 지낼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닦달해서 공부시키는 엄마들이 많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이를 끌고 다닐 것인가. 또 아이가 그 나이 때 누려야 할 추억이나 감동이 없다면 무엇으로 보상할까?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사는 기쁨을 매 순간 맛보는 것이다. 참삶이 무엇보다 우선이고, 눈앞의 오늘이 중요하다. 미래 입시를 바라보며 압박받으면 될 일도 안 된다. 뭐든 즐기면서 하면 된다.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기자.
아침은 늘 웃으며 맞는다 밥상 차리고 아이들 챙기느라 늘 바쁜 아침, 우리 집 아침은 웃음으로 시작한다. 나는 귀한 아이들이 상쾌하게 눈뜨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야채 주스를 만들고 아이들 방에 가서 귓속말을 하며 살포시 깨웠다. “우리 아가, 일어나라” “일어나자, 잘 잤어?”라고 깨우는 것. 다 큰 아이들이지만 자는 모습을 보면 어릴 때 모습이 남아 있다. 그렇게 날마다 건강하게 눈뜨는 아이들에게 늘 고마웠고,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아이들의 아침을 깨우며 갖는 마음은 명상 자체다. 아이들 등교를 위한 소란스러운 과정이 아닌 아침의 놀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깨우는 시간을 최대한 따뜻한 마음을 담아 즐겼다. 부모와 그렇게 신뢰와 사랑을 주고 받는 아이는 삶이 평온하고 힘이 넘친다.
세 아이를 하버드, 예일대에 보낸 장병혜
멘토형 엄마 mentor mom“아이들 앞에서 나는 늘 긴장해야 했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 삶에 반영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으면 내가 먼저 행동하고 보여줬다. 설명해서 안 된다면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엄마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내 아이가 잘 자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이 아이 앞에 멘토로 설 것인가 하는 문제다.”
(왼쪽)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이론보다 엄마의 본성과 직관을 믿어라 우리 세 아이는 개성이 제각각이고 성격도 달랐다. 그러다 보니 엄마인 내가 아이를 다루고 대하는 법도 모두 달라야 했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본성과 직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론과 법칙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 무엇은 취하고, 무엇은 버려야 할지 걸러낼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내 아이에게 꼭 맞는 육아법, 교육법은 아이를 매일 돌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엄마 자신이 만들어내야 한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빼앗지 마라 하루는 막내딸이 유치원에서 돌아와 숙제가 어렵다며 도움을 청했다. 나는 아이의 책을 들춰보다가 선생님이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과제를 내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엄마보다 네가 더 잘할 것 같아. 그리고 선생님도 도와주는 것보다 스스로 하기를 원할 거야”라고 말했다. 아이는 서운해했지만 두꺼운 책을 뒤져가며 애썼고, 이후 숙제 때문에 내게 매달리지 않았다. 스스로 사전이나 책을 읽으며 했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은 선생님께 물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니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건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공부나 해”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들의 신발 끈도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엄마가 묶어준다. 하지만 아이 일을 부모가 대신해주는 것은 아이에게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빼앗는 것이다.
혼자 생각할 시간과 공간은 필수다 아들 녀석은 유난히 공상에 빠져 있기를 좋아했다. 아이가 방 안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으면 많은 엄마들이 ‘왜 저러고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고, 왜 시간 낭비하느냐고 책을 갖다 주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아이를 내버려두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책을 보건, 장난감 조립을 하건 자신의 선택이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신의 생각대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기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어릴 때 과학 조립품을 가지고 놀던 아들이 고등학교에서 전국 과학대회에 나가 발명상을 받은 것도 혼자 숨 쉬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틈 덕분이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아이에게 질문하되, 엄마가 답하지 말 것 아이들이 어릴 때 정답이 없는 퀴즈놀이를 즐겨 하곤 했다. “친한 친구가 꼭 필요하다고 10달러를 빌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나에겐 5달러밖에 없고, 나 역시 돈이 필요하다. 이럴 때 어떻게 할까” 같은 질문이었다. 아이들은 내 문제가 급하니 돈을 빌려 주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고, 돈보다 친구가 중요하니 다른 사람에게 꾸어서라도 마련해줘야 한다는 등 자기 의견을 말했다. 그런 질문을 한 것은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생각해 보며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자각하라는 의미였다. 아이들은 살면서 무수한 기회와 선택을 해야 하고, 그때마다 스스로 판단해야 할 터였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정체성이다. 그것이 없으면 선택의 기로에서 자기 불안과 혼돈, 방황이 오기 때문이다.
창의력보다 기본이 먼저다 미국 학교는 창의력 육성에 힘쓰기 위해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에서 공부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 명문학교는 아침 7시에 등교해 1시간 자습한 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업이 이뤄진다. 자기 훈련을 통해 기본 바탕을 만들지 않고서는 무엇도 이룰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러한 엄격한 수업 방식이 창의력과 자기계발을 위한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아이의 자율과 창의성 확립 이전에 무엇이든 기본 바탕이 이뤄져야 한다. 기성 교육에 신물이 난 엄마들은 아이 조기교육에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아이가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과거 기성 교육에 대한 반발심으로 기본을 무시한 채 목적 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책상 앞에 앉아 읽고 외우고 쓰는 것이 무조건 나쁘기만 할까? 나는 십 수년간 그런 교육을 받은 덕분에 어떤 환경에 처하든 인내하고, 스스로 통제하는 삶의 기본 바탕을 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종 교육법을 필요해 다양한 것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지만 급한 일은 아니다. 아이에게 급한 일은 기본 바탕을 다져야 하는 것이다.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 엄마 박미희
아이 인생을 경영하는 CEO mom
“내 게으름 때문에, 내 안이함 때문에 아이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접게 될까 봐 나는 두려웠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연애할 때보다 더 열렬히 아이에게 몰두했다.”
(왼쪽) <아이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아라> (폴라북스)
내 아이의 재능에 전문가가 된다 스케이트장에 따라온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가 레슨을 받을 때 볼일을 보거나 무언가를 먹거나 혹은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열심히 지켜보았다. 그러다 보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 코치가 했던 말 중에 아이가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하고, 기억하면서 나도 함께 배웠다. 아이는 지켜보는 만큼 달라진다.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집중해서 지켜봐야 한다. 평소에 바라보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공부해, 피아노 쳐” 해보았자 “엄마가 뭘 안다고?” 하는 말이 날아오기 십상이다. 늘 지켜보고, 애정으로 대하면 아이는 반응을 보인다. 선생님도 알 수 없는 부분이나 그날 아이의 기분, 컨디션, 무엇을 먹었으며 근육운동 상태가 어떤지까지 모두 다 꿰고 있는 사람은 엄마다. 세상에 수많은 전문가가 있지만 그중 제1의 전문가가 될 조건을 갖춘 사람은 바로 엄마다. 그 행복한 특권을 왜 버리는가.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는지 알아낸다 아이는 타고난 기질이 다르다. 스트레스가 없어야 목표를 성취하는 아이, 약간의 긴장과 부담이 있어야 잘하는 아이, 칭찬을 먹고 자라는 아이,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아이 등등. 부모라면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는지 알아야 한다. 연아는 다른 선수들보다 어리면서도 아이들을 이기려고 했다. 게임이든 과제든 어떤 승부라도 꼭 이기려 했고, 상대가 누구든 간에 기를 쓰고 승부를 했다. 이런 연아를 보며 나는 지는 것을 못 참고 자존심 강한 연아의 기질을 이용해 동기를 부여하곤 했다. 가끔 나태해지려 할 때 “너 그러다가 ‘그럼 그렇지. 잠깐 반짝했던 애구나’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떡하니? 다들 김연아가 최고라는데, 그런 모습 보여줘서 되겠니?”그러면 연아는 무섭게 다시 일어났다. 스스로 잘하고 싶어 하고, 스스로 이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채찍은 필요 없다. 아이 스스로 하고픈 마음이 들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극을 줘야 한다.
엄마 말을 잔소리로 여기면 공식적인 회의를 연다 때로는 꼭 필요한 말조차 아이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아이가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해 씩씩거리거나 눈물을 흘리며 운동할 때가 있었는데 나는 ”너 화내느라 오늘 연습 망쳤잖아”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잔소리로밖에 안 들리기 때문이다. 대신 “너 오늘 두 시간 연습 중에 화낸 시간 빼면 한 시간도 연습 안 했어. 생각해봐. 너 초반에 20분 화냈지? 끝에 가서 40분 그랬지? 다른 애들은 두 시간 연습했는데 넌 한 시간 했어. 그래서 걔들 이길 수 있어?”라고 구체적으로 시간을 쪼개서 얘기했다. 그러면 아이는 ‘아, 내가 뭘 손해 봤구나’하고 깨닫는다. 이와 함께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공적인 형식을 활용했다. 일요일마다 코치와 함께 회의를 연 것이다. 말뿐 아니라 자료를 준비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안건도 정해 제대로 했다. 각자 보는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아이의 의견을 얘기하도록 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아이가 엄마 말을 잔소리로 여길 때 가족회의를 열어보자.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공식 회의 자리를 만들면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즉흥적으로 하기보다 매주 일정한 시간에 참여 인원을 정해서 진행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정 트리오 엄마 이원숙
맹모도 울고 가는 교육형 엄마 edu mom
“내가 아이들 교육에 억척을 떤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아이들에게 내 욕심을 강요한 적이 없고 내 조바심으로 아이들을 다그친 적이 없다. 그저 아이들이 자기 재능을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최선을 다해 뒷받침 했던 것, 내가 억척을 떨었다면 바로 이 부분에서다.”
(왼쪽) <통 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동아일보사)
‘언제’가 아닌 ‘무엇’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음악을 가르쳤으나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작정하고 시킨 것은 아니다. 혼잡한 시장통에 살다 보니 아이들이 혹 거칠게 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피아노 선율을 통해 정서를 안정시키려는 마음이었다. 음식점을 하느라 바빴지만 나는 레슨 시간에는 꼭 옆에 붙어 앉아 아이들의 연습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일찍 음악과 접할 기회를 주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것은 아이들의 앞날에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음악적 재능이 엿보이지 않았다면 열성적으로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적절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극성을 떤 셈이 되었던 것이다. 일찍 시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일찍부터 가르칠 것인가다. 조기교육이 중요하지만 아이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주입식으로 뭔가를 가르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조기교육이 아니다. 조기교육은 정서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무용이든 다양한 세계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가운데 아이가 관심 있고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연습의 양보다 올바른 습관에 신경 쓴다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해서 지루한 연습마저 재미있어 하는 아이는 드물다. 우리 집에서도 명훈이만 혼자 좋아라 피아노를 두들겼을 뿐 명화나 경화 등 다른 아이들은 콩쿠르에 나가기 전 연습에 몰두하던 때를 제외하면 연습을 힘들어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연습을 강요하기 싫었다. 혹시나 강요 때문에 음악에 싫증 낼까 염려도 됐다. 대신 내가 신경 쓴 것은 고된 훈련을 감내하도록 체력을 기르고,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습관이었다. 전쟁 때도 쌀을 아낀다며 죽을 쑤어 먹었지만 나는 쌀이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잘 먹여 기초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다고 생각했다. 또 수영과 무용을 가르쳐 체력을 길러줬다. 꾸준히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바닷가로 가족 휴가를 떠날 때조차 피아노를 싣고 가고, 선생님을 모시고 가 피아노 치는 것을 빼놓지 않도록 했다. 매일 꾸준히 하기 위해서 동기 부여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해 연습하게 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서 레슨에 갈 때면 기다리면서 읽을 수 있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들고 갔다. 이런저런 유혹으로 연습을 이끌었지만 어떤 때에도 과중하게 연습시키지는 않았다. 어릴 때는 많이 연습시키는 것보다 올바른 습관 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재능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누구나 타고난 재능은 있다. 그런 재능을 어릴 때부터 함께 찾아주고, 싹을 틔우도록 교육과 훈련으로 계발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이 모두 피아노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명화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고 했지만 좋아하지 않는 피아노를 계속 시킬 수 없었다. 재능이 보이는 음악 공부를 계속 시키려면 각자에게 맞는 악기를 찾아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다 바이올린 레슨을 시작했는데, 명화는 바이올린에도 별다른 취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 함께 악기점에 갔는데 첫눈에 첼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었다. 첼로는 아는 것이 없었지만 본인이 직접 고른 악기니 이번에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사주었더니 “첼로와 사랑에 빠졌다”고 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명화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때 레슨한 기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내가 계속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고집했더라면 아이의 음악적 재능을 꺾어버렸을지 모른다. 자기가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의 얘기를 귀담아듣고 행동을 지켜보면 아이가 어디에 소질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무조건 옆에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일곱 아이를 기르며 내가 정한 원칙은 언제든 곁에 있어주는 ‘중점주의’였다. 그 시기에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 곁에 있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점주의라고 아이를 무조건 보살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이의 성향을 볼 때 혼자 해결하게 두는 것이 나을 때도 있고, 적절한 선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명훈이는 워낙 말없이 자기 생각을 묵묵히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 내가 개입하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아이의 상황과 심리상태를 살피면 내가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쉽게 파악하고, 꼭 필요로 하는 만큼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