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스친 가을비
시월 중순 화요일이다. 전날은 창원 서부권 진북 상생협력센터 목공 강좌를 수강했다. 새벽녘 일전 반송 소하천에서 본 ‘담쟁이 단풍’을 한 수 남겼다. “시멘트 담벼락에 한 뼘씩 자리 넓혀 / 아득한 암벽 등반 잎사귀 무성해져 / 허공에 베를 짜듯이 그물망을 엮는다 // 나무가 아니면서 계절감 먼저 알아 / 상강을 앞둔 절기 본색을 드러내니 / 나이테 두르지 않고 단풍으로 물든다”
이번 주 남은 일정은 금요일을 제외하고 나흘은 가술로 나갈 일정이 기다린다. 요일마다 다른 과제를 앞두었는데 오늘은 디지털 문해반 강좌 종강일이다. 내일은 지역 해설사 심화 과정이 시작되고 모레는 2차 식집사 교육으로 실크플라워 수강 첫날이다. 금요일을 건너뛰어 토요일은 지역 평생학습센터 웰에징 하루 일정 문화 강좌가 기다려진다. 향수를 빚어주는 강사와 대면한다.
지난여름 폭염이 대단했고 비가 적어 가뭄마저 심했다. 북면 신동리 텃밭에 가꾸는 가을 채소는 근래 가뭄을 타 물을 주느라 고생이다. 애타게 기다린 비가 예보된 아침이라 텃밭 관수를 나가지 않아도 될 날이라는 기대감이 앞선 아침이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여명에 현관을 나섰다. 안민동에서 첫차로 출발해 온 버스로 명곡 교차로로 나가 동읍 본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명서동에서 안면을 트고 지내는 조선족 부녀와 같이 타고 교외로 나갔다. 용강고개를 넘어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거쳐 주남저수지를 비켜 갔다. 봉강에서 죽동을 거쳐 빙글 둘러 가술에서 국도를 잠시 달려 북모산에서 일꾼 부녀는 내리고 혼자 제1 수산교를 거쳐 갈전에서 신전을 지났다. 본포 종점을 앞둔 상옥정에서 하차 벨을 누르니 기사는 여기 내리는 곳이 맞냐고 물어왔다.
동읍과 대산면 경계 옥정(玉井)은 강변 마을에 드물게 샘이 있어 불린 지명이다. 나는 연전 폐가로 묵혀둔 담장 곁 우물터를 확인한 바 있다. 신설된 국가 지원 60번 지방도 교차로에서 강둑 자전거길로 나갔다. 본포 수변생태공원에서 대산 문화체육공원으로 가는 길고 긴 강둑이다. 사대강 사업으로 뚫은 자전거길 따라 창원 시민 식수 상수원을 퍼 올리는 취수정 구간을 지났다.
아침 해가 이제 막 떠오른 동녘에는 옅은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살짝 비쳤다. 일기 예보는 아침나절 강수가 있을 거라 했는데 비가 흡족하게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가꾸는 텃밭 채소가 가뭄을 타 연일 물을 주는 수고를 덜어주었으면 싶어서다. 취수정을 뚫은 둔치는 물억새와 갈대가 무성하고 수산으로 흐르는 물길 건너는 밀양 초동면 덕대산인데 종남산으로 이어질 테다.
제1 수산교에 이르러 둔치로 내려 다시 둑길로 올라 수산대교 교각에 이르렀다. 강 건너편 하남읍 시가지가 드러나 모산으로 이어진 둑길을 걸었다. 구름이 낀 하늘에서는 소나기가 내려 잠시 우산을 펼쳐 들고 다시 둔치 플라워랜드로 가니 꽃밭을 가꾸는 인부들이 원두막에서 비를 피해 쉬고 있었다. 둑길로 올라 북모산에서 송등을 지나 가술에 닿아 술빵을 사 공부방으로 갔다.
두 달에 걸쳐 지역 어르신들과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문해 과정을 익힌 마지막 날이다. 차분하고 꼼꼼히 지도해준 강사는 종강에 즈음해 그간 공부한 내용을 요약해 책자로 엮어주어 고마웠다. 쉬는 시간 가술 명물 술빵을 먹을 때 한 할머니는 인삼 드링크를 준비해 와 궁합이 맞았다. 네이버 폼에서 설문조사까지 마치니 평생학습센터 책임자는 수강생에 이수증을 주어 황송했다.
디지털 문해반 과정을 마치고 곧장 시내로 복귀해 북면으로 갔다. 온천장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요기하고 텃밭으로 향했다. 아침나절 강수는 미미해 밭이랑을 흠뻑 적신 정도는 못 되어도 하루이틀 물을 주지 않음만도 다행이었다. 찬거리로 삼을 배추와 무를 솎아 보자기에 싸 놓고 늦둥이 풋호박을 땄다. 먼저 캔 고구마 이랑에는 시들다 되살아난 넝쿨에서 자주색 꽃이 보였다. 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