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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나눔터 스크랩 [차성수 칼럼] 2011년 대한민국 문화코드
쇤네 추천 0 조회 132 11.04.06 20: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Survival

 

 

차성수 목사

 

 

 

 

 

 

 

서바이벌의 1차적 의미는 생존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로는 사회변화에 즈음하여

앞의 단계를 구성하고 있던 문화요소가 본래의

실질적 의미와는 달리, 2차적 의미가 부여되어

다음 단계에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소련의 자르니차

 

  

과거 소련에는 ‘자르니차’(섬광)라는 이름의 모의 전쟁을 통해

국가가 강제로 청소년들을 군사화하려 했다.

 

그런데 냉전 종식 후에도 기업 생활을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구미 지역에서 도입된 서바이벌 게임 ‘페인트볼’이

신흥 중산층 사이에 대유행하기 시작했다.

 

 

 

 

 

서바이벌이 ‘생존술’의 상징이자 사전 준비라는

명분을 내세워 돈을 내고 즐기는 놀이로 둔갑한 것이다

 

 

 

구미의 서바이벌

 

 

 

구미권에서 전쟁은 놀이가 된 것은 베트남 전쟁 종식 후이다.

전쟁에 거부감을 보이던 중산층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는 무한 경쟁, 각개약진, 승자독식이라는

살벌한 전쟁터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세계적 공황 속에서 생존을 위협 받던 상황 가운데

미국에서 1981년 페인트볼이 발명됐다. 

 

 

 

 

 

운동장에서 경쟁이라는 사회 원리를 몸으로 익히며 경멸을 익히는 등

약육강식 사회의 불문율을 훌륭하게 내면화해 오던 이들에게

서바이벌 게임은 물리적 접촉도 요구하지 않고 경쟁의 원리를

익힐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싸움의 대체물’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서바이벌

 

 

 

입대가 의무인 휴전국가, 유사시에는 언제든 전쟁터에 끌려갈 수 있는 나라,

남성의 평균적 현역 복무율이 80%에 이르는 대한민국은 북한, 이스라엘,

시리아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 된 사회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사회적 훈육 과정이

가장 철저한 편에 속하는 한국에서는 모의 군 생활이

사회교육의 일종으로 뿌리내려 있다.

 

 

 

 

 

 

대기업 중에서 약 42%가 ‘신입사원’을 상대로 합숙훈련을 벌이는데,

군대에서 따온 방법으로 ‘정신훈련’을 하고 ‘애사심’을 키운다.

 

 

 

 

 

 

 

박노자 교수가 통찰한 대로 자본 논리와 전쟁 논리는 ‘쌍둥이’와 같다.

자본의 논리는 아무리 발전해도 전장에서의 무자비한 도살과

태생적 흡사성을 영원히 잃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가치들이 최고의 가치로 우대받는 한국 사회에서는

죽을 때까지 모든 삶의 단계에 경쟁의 판이 짜여져 있고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사람을 간택하는 것을 선호한다.

 

 

 

 

 

 

고등학교에서 죽도록 공부하고 군에서 명령과 폭언을 들으면서

시키는 대로 무조건 잘하는 데 면역이 된 사원들 또한 회사를

 ‘인생에서의 성공을 위해’ 갔다 와야 할 또 하나의 군대 정도로 인식한다

 

 

 

 

 

 

천안함이 어뢰를 맞아 침몰한 후 연평도 민가에는 폭탄이 떨어지고,

징집을 피해보고자 어금니를 뺀 연예인 때문에 군 면제의 기준이 강화되고,

 

 

 

 

 

 

밖으로는 중동 국가들의 내전에 바로 이웃나라 일본은

쓰나미와 방사능으로 쑥대밭이 되던 바로 그 해,

치솟는 물가와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흉흉하던 시점에서

조명된 대중문화의 코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마치 정신 차리고 살아남겠느냐 아니면 포기하고 도태되겠느냐고 묻는

캠페인처럼 이 땅의 백성들을 학습 시키는 듯하다.

 

 

 

  

 

 

 

그러나 이미 대한민국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랑이나 인정 같은 것에

매달리지 않는 존재들임이 확인되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 앞에서 이것이 선이냐 악이냐?

한가하게 그것을 따지고 있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욕망을 향해 치닫고, 먹고살자고 기를 쓰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선악 구도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쩐의 전쟁〉이나 <마이더스>에서 보이듯 이것이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무섭고도 허망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눈물을 믿지 않는다.

아니, 대한민국에서는 울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이제야 확실히 깨닫고 있다.

 

 

 

서바이벌과 오디션의 결합.

 

 

 

대중문화는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당대의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다른 어떤 종류의 문화보다 상업적이며 빠르게 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은 그 대중문화를 빨아들이고 생산해내는 대표선수다.

그런데 TV가 서바이벌과 오디션을 전파하고 나섰다.

 

서바이벌 엔터테인먼트는 경쟁과 탈락 승리와 보상 실패와 처벌

생존과 죽음 따위 요소를 핵심에 놓고 이를

즐거움과 감동으로 포장하는 대중문화 포맷이다.

 

 

 

 

 

 

이미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중문화를 지배해 온

서바이벌 엔터테인먼트의 형식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서바이벌 엔터테인먼트 형식이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변주를 시작했다.

 

 

 

 

 

 

오디션은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개인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발현하게 하는 형식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심사위원들 앞에서

펼쳐 보여야만 하는 개방된 퍼포먼스다.

 

 

 

 

 

오디션은 연예인 출연자를 일반인으로 바꿈으로써 신선함과 리얼함을 강조하고

엄청난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의 요소를 더하고

경쟁의 치열함을 부각함으로써 서바이벌이라는 모티브를 극단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서바이벌 게임의 진화되고 확장된 버전인 것이다.

 

 

 

 

 

 

오디션의 외적 형식은 경쟁, 능력, 권위를 핵심 요소로 삼는다.

 

 

 

 경쟁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전면화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정치 사회 문화의 영역 나아가 인간까지도 기업의

경제 논리로 설명하고 작동하게 만들었다.

 

오디션이라는 이름의 모든 경쟁 역시 '나'라는 1인 기업의

경영 성공을 위한 효율적 베팅임에 분명하다.

 

 

 

 

 

 

 꿈을 가진 이는 누구라도 오디션을 볼 수 있지만

주인공 자리는 언제나 하나다. 경쟁과 개인주의

그리고 승자독식문화를 오롯히 담고 있는 것이 오디션이다.

 

 

 

 능력

 

공정하게 진행되는 오디션이라면

학벌 핏줄 재산 등은 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 없으며

오직 개인이 가진 능력만이 중요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는 실력 있는 사람과

실력이 안 되는 사람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리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자들의

대결을 가슴 졸이며 볼 수 있다.

 

 

 

 권위

 

오디션은 응모자와 평가자의 이항대립으로 구성되며 평가자는

자신이 쌓은 권위를 이용해 응모자들을 선택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많은 참가자들은

심사위원들의 잣대에 의해 탈락과 진출이 결정된다.

 

이들의 권위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침범되는 경우가 없으며

참가자들은 이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약자다.

 

 

 

 

경쟁을 뚫고 올라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그 자리가지

올라올 수 있도록 해준 권위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이 닦아 놓은 길을 선택하면 그만큼 지켜야 할 규칙과 장애물들이 많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조금씩 기득권을 획득하는 과정은

그 사회의 부속품이 되어가는 과정임과 동시에

권위체의 기준과 잣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과정인 것이다.

 

 

 

대중들이 소비하는 것 1 짧고 자극적인 시나리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환희가 있고 감동이 있고 스토리가 있으며 절망이 있다.

3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사람의 가슴을 빠르게 때리는 음악이라는 대중예술,

한 회로 끝나는 단편이 아닌 매주 방송하는 중독성 강한 드라마다.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이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스토리를 소비한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배관공을 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우던 허각,

그가 보여준 각본 없는 인생역전 드라마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위대한 탄생의 마지막 멘토스쿨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세인은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점점 회를 거듭할수록 그만의 색깔을

멋지게 보여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꼭 시작이 어렵진 않았어도 시작은 '일반인' 이었다가

 마지막은 '탑스타' 가 되어 끝난다.

 

시청자들의 로망이 여기서 드러난다.

 

 

대중들이 소비하는 것 2 가상의 권력

 

대중들이 그 리얼한 드라마를 가장 높은 곳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사실 가장 강력한 쾌감이다.

 

그리고 연예인 중에서도 단연 꽃이라 불리는 가수,

하늘에 떠있는 그 가수를 평가한다는 것은

그동안 상실되어 왔다고 느끼는 스타와 대중간의

힘의 역학 관계를 되찾는 일종의 신선함이 녹아 있다.

 

또한 출연 가수들을 그러한 시청자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최상의 무대를 위해 노력한다.

 

 

 

 

 

 

모든 것을 팔아 돈을 만드는 자본주의는

대중에게 예술을 계량적인 수치로 점수를 매기고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예술가들조차 주관적인

평가로 순위를 매겨 서열화 시킬 수 있도록

전지전능한 권위를 팔고 대중은 그것을 소비하고 있다.

 

 

대중들이 소비하는 것 3 가학성

 

오늘날 TV 오락 프로그램의 기본 틀은

괴로워하는 출연자와 그것을 즐거워하는 시청자이다.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의 싸움에 열광했던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고통을 투사하고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것을 은근히 즐기는 가학성 문화인 것이다.

 

 

 

 

 

 

특히 유명한 사람의 실패는 더욱 즐겁다.

 

내몰린 가수들의 긴장된 모습은 

소파에 앉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가수들의 운명이 자신의 투표에 달려있다는 

묘한 우월감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가학성 오락 프로그램은 이 틈을 노린다.

 

결국 누군가를 실패의 덫으로 몰아넣고

이를 즐기는 야만적인 상품이 등장하고

팔리지 말아야 할 이 상품이 히트를 치는 것이다.

 

 

 

 대중들이 소비하는 것 4 스캔들

 

그것이 기획되었든 돌발적이든

우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깊숙히 또아리 틀고 있는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논란의 중심에 올려놓는다.

 

 

 

 

 

 

특별한 사람은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서로서로가 은근슬쩍 알아서 덮어주고

어물쩡 넘어가는 원칙 없는 사회!

 

유치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사회!

 

반론이 대다수의 억압적인 야유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제한 받는 사회!

 

마녀사냥 식으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조직의 조급함과 비정함...

 

이런 것을 이슈로 만들고 소비하는 것이다.

 

 

 

 

 

아직은 모방과 실수투성인 프로그램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오히려 필사적으로

진화하며 계속 변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재생산의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는 대중의 위탁을 받아 만들어내는

최후의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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