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플라워 수강생으로
시월 중순 목요일이다. 초등학교 동기들이 포항과 영덕 일대로 야유회를 떠난 날이다. 매년 가을이면 남녀 동기들이 관광버스로 소풍을 다녀온다. 작년은 강원도 원주 소금산을 다녀왔는데 난 출렁다리 앞에서 먼저 되돌아온 적 있다. 올해는 바닷가로 나간 일정인데 검푸른 바다와 생선회는 구미를 당기나 연안 스카이워크가 고소 공포를 느끼게 되어 일찌감치 마음을 거두었다.
이른 아침 안민동에서 첫차로 출발한 102번을 타고 명곡 교차로로 나가 대산 상리로 가는 32번 버스로 갈아타 ‘옥상 정원 돌보기’를 한 수 남겼다. “식집사 수강에서 실제로 학습 활동 / 배움터 옥상에서 묵혀둔 분을 갈아 / 계절감 살리기 좋을 식물들을 심었다 // 달포가 지나면서 자처한 물줄기로 / 현장을 다시 찾아 호스로 물을 주자 / 화초는 가뭄 타다가 금세 생기 띠었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용강고개를 넘어가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지났다. 곡목 단감 테마공원을 둘러 동전과 금산을 거친 용산에서 내렸다. 창원시청 앞에서 전세버스로 야유회를 떠나는 친구들이 결석을 한 나에게 문자와 전화가 와 다른 일정과 겹쳐 불가피하다고 사유를 전했다. 오늘 아침나절은 대산 평생학습센터 도서관에 머물다 오후는 실크플라워 강좌 수강 첫날이기도 하다.
산남저수지와 주남저수지가 짧고 좁은 둑으로 연결된 길목을 걸어 데크를 따라 주남저수지 둑길로 갔다. 날이 밝아오는 아침이라 동녘 들녘으로 놀이 붉게 물들면서 둥근 해가 솟았다. 주남저수지 수면은 여름에 우아한 꽃을 피웠던 연은 싱그러운 잎을 넓게 펼친 채 가을을 맞았다. 둑길 데크 따라 길섶에 자라는 물억새는 올여름 혹심한 가뭄에 시들어 꽃에 제대로 피지 않았다.
둑길에는 여름에 꽃을 피운 황화 코스모스는 정리되고 내년 봄에 꽃을 피울 유채가 싹 터 자랐다. 지난여름 폭염과 가뭄에 수위가 낮아져 바닥을 드러낸 주남저수지는 기본 수량은 유지하고 있었다. 석산 내수면 어로 계류장에서 온 고깃배 한 척이 수면에 드리운 그물을 돌보다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북녘에서 선발대로 내려온 철새들이 선회 비행하기도 했다.
배수문에서 들녘을 걸어 신동과 장등을 거쳐 가술로 향했다. 삼봉 어린이공원 운동 기구에 매달려 몸을 단련하면서 ‘노거수 신령 받아’를 남겼다. “물굽이 휘감아 돈 강기슭 낮은 언덕 / 노거수 팽나무가 들녘에 신령 뻗쳐 / 대단한 폭염 견뎌낸 알곡들이 여문다 // 과일이 넘쳐나고 육고기 흔해져도 / 이 땅에 추수하는 쌀로써 밥을 지어 / 대대로 배 곯지 않고 생명 기운 얻는다”
어제 아침 북부리를 지나면서 팽나무를 바라보며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에서 떠올린 풍경이다. 9시가 되어 대산 평생학습센터 2층 도서관으로 들어 집에서 챙겨 간 ‘뇌는 어떻게 노화를 늦추는가’를 펼쳤다. 아래층 노인대학에서는 확성기 반주에 따라 노래교실이 열려 소음으로 들려왔으나 독서에 몰입해 젊은 사서가 곁에 다가와 시끄럽지 않으냐 물어와도 빙그레 웃기만 했다.
때가 되어 바깥으로 나가 점심을 때우고 오후는 대산 나눔문화센터로 실크플라워 강좌를 수강했다. 지난여름에 ‘가드닝 강좌’ 후속편인데 그때는 생화 중심이었으나 이번은 조화로 실내를 꾸미는 과정이었다. 진행 담당자와 강사는 얼굴을 익힌 분이고 수강생들도 지난번 뵌 이들이 다수였다. 식집사 공부 때는 남자도 셋 되었으나 이번에는 나 혼자라 어색하긴 하나 빠질 생각 없다.
화초와 조경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강사는 공대를 나와 새로운 영역에서 열심히 살았다. 첫날 수업을 마치고 ‘실크플라워 강좌’를 남겼다. “식집사 과정으로 생화를 가꿔보고 / 새로운 영역 도전 낯이 선 강좌 개설 / 그 이름 실크플라워 심화 강좌 나간다 // 풍부한 현장 경력 공학도 출신 강사 / 여남은 수강생에 심미안 전수해줘 / 조화도 꾸미기 나름 생화만큼 고와라” 2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