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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당신이 안 와서
당신이너무오래오지않아노란색안경쓰기시작했어노란색안경쓰면 언제어디서나당신이보였거든 노란색안경쓰고 꽃밭을만들기시작했어봄맞이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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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너무 오래 오지 않아
노란색 안경 쓰기 시작했어
노란색 안경 쓰면
언제 어디서나 당신이 보였거든
노란색 안경 쓰고
꽃밭을 만들기 시작했어
봄맞이로 데이지, 팬지, 수선화 모종들을 사 왔어
돌울타리 화단도 만들었어
호미로 정성껏 꽃들을 심었어
꽃들은 날마다 날마다 당신 기다리며 자랐어
봄은 나날이 깊어가고
노란색 안경 쓰고 땅만 파면서
빼앗긴 삶이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삶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었어
노란색 안경 쓰면 다 평화로웠어
나는 가끔 나 자신을 숨기기도 했어
말해주고 싶었어
나는 불행해질 거라고
당신도 불행해질 거라고
우리의 순수한 진실 어디다 버려진 거냐고
하지만 침묵했어
침묵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당신은 여전히 오지 않았어
봄에 심었던 일년초들은 가을이 되자 시들었는데
팬지꽃은 오래도록 예쁘게 피어있었어
모든 생각과 사물들은 양면성이 있어
보이는 앞면 뒤에 그것과 다른 뒷면이 있어
보이지 않을 뿐
당신이 안 와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나 봐
<시작노트>
"보이는 앞면 뒤에 그것과 다른 뒷면" 상실의 타나토스를 벗어나 새로운 자아가 도달하는 곳, 바로 비타노바가 실현되는 곳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혹은 간접 경험한 이별과 죽음의 타나토스와 거기서 비롯된 슬픔의 사이 어떤 시공간에서 독자와 공감하고 싶다. 그리고 슬픔에 매몰하는 대신 그 슬픔 안에 내포된 사랑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주체로 당당하게 나아간다.
이금안
광주 출생
2011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2017년 『아동문예』로 동화 부문 신인상 수상.
2017년 ‘제2회 생태동화공모전’에서 대상 수상.
현재 충주문인협회 지회장, 충주문향회 회원으로 활동 중.
시집 『당신이 안 와서』(시산맥사).
E-mail _ leekuman-h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