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의 아쉬움을 ‘합창’으로 위로한
부산시립교향악단 송년음악회
음악저널 2016년 1월호.
지난 2009년 부산시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리신차오의 고별 연주회가 지난 17, 18일 이틀 동안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그 동안 다양한 기획과 연주로 부산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리신차오는 이번 연주를 끝으로 부산시향을 떠난다. 특히,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지난 2012년 첫 공연 이후 시민들의 환호와 성원에 힘입어 2013년 부터는 매년 두 번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리신차오의 고별연주이기도 한 송년음악회로 부산시립교향악단과 부산시립합창단, 그리고 중국 푸젠 성 가무극원의 푸젠 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중 바이올린 2명 플루트 1명 호른 1명등 4명 참여하여 한‧중 문화교류의 장으로 함께하였으며, 울산시립합창단과 김해시립합창단등 부산‧울산‧경남의 합창이 연대하는 연주였다. 솔리스트로는 중국의 소프라노 송위엔밍, 테너 위하오레이, 메조소프라노 백재은과 바리톤 제상철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한‧중 교류와 부‧울‧경 교류등 화합의 장으로 한해를 보내는 아쉬운 송년과 그동안 정들었던 지휘자 리신차오의 고별을 음악으로 달래는 석별의 정이 울려퍼진 무대였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독창과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음악사 최초의 교향곡이다. ‘신의 언어를 창조하는 작곡가’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은 1985년 유럽연합의 공식 국가로 채택되기도 한 곡이다. 매년 연말이면 전 세계적으로 울려퍼지는 합창교향곡은 1837년 이그나츠 모셸레스의 지휘로 런던 드러리레인 극장에서 열린 자선음악회에서 선보인 이후 ‘전 인류의 할렐루야’라는 별명을 얻으며 매년 전세계적으로 열리고 있다.
2012년 정명훈 지휘와 아시아 필하모닉의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 음악회와 1846년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당 건립을 위한 자선음악회에서도 미국 초연으로 연주되었을 때와 1846년 4월 5일 바그너의 지휘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단원 유가족을 위한 자선음악회에서도 이 곡이 연주되었다.
인류를 향한 베토벤의 화합과 인류애를 담은 듯 모든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는 합창교향곡은 ‘인간의 귀를 잃어버리고,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버리고 인류를 향한 사랑의 메신저로서 베토벤은 삶을 살다간 음악가이다. 인류의 사랑과 평안을 기원하는 자선음악회를 비롯하여 정치적 상황에서도 화합을 이야기 하는 음악의 대표곡으로 연주되는 합창교향곡. 이날 연주에서는 부산시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던 부산시향의 수석지휘자 리신차오의 고별 무대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으며,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로맹 롤랑의 저서 <베토벤의 전기>에서 ‘리듬의 대향연’이라고 표현한 베토벤 9번 각 악장의 색을 표현하는 독특한 리듬의 향연이 전체 악장으로 이어지듯이 연주하는 연주자와 듣는 관객들의 다양한 색이 리듬의 향연처럼 녹아있기를 기원하는 음악회였다.
세상에 평화와 사랑이 함께하는 연말과 연시가 되기를...
글 / 정 두 환(음악평론가, 한국음악평론가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