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야금야금 살금살금 찌던 살들이 봄을 맞이해서 자유를 찾아 휴전선을 넘던 피난민 행렬같이 허리춤을 죽기살기 삐지고 나오는 통에 사람많은곳에 가선 숨 쉬기도 힘들다.
어디 그 뿐이랴 언제나 먹을것 앞에선 미친듯이 고민하면서도 결국은 먹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 으이그~ 짐승! 아니면 스스로 웬수를 부르짖지만 상승하는 식욕과 떨어지지아니하는 음식에 대한 탐욕에 언제나 두손을 들고말았다.
전신거울은 고개 돌려 외면한지 이미 오래되었고 몸무게 재던 저울은 구석에 박힌지 석삼년은
되었으니 그저 외양만 보고 두리뭉실해졌음을 개탄만 하고 지내다가 이제 겨울 옷을 벗고 봄 옷을 꺼내 보니 아니? 작년에 내가 이리 날씬했단 말인가? 그저 놀라움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이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옷을 새로 장만하든지 아니면 봄 내 무릎 나온 츄리닝으로 버텨야하든지 ..금전적 손해를 무한 볼것인지 or 동네 패션으로 시내를 질주 할것인지에 대하여 심사숙고 하다가 옳거니! 살을 빼자.
살을 뺀다는것이 암을 고치는것보다 더 어렵다는 ..누가 얘기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마어마한 말 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나 인륜지 대사인 결혼도 해도 손해 안 해도 손해 라든데 까짓 살 빼다가 그만 둔다고 세금을 뺏아갈 것도 아닌데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하루는 걸지고 푸지게 먹어주고 시작해야지.
굶을수는 없다! 가 지상 목표요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에 어떻게 먹느냐가 인생테마가 되었다.
잘 나가는 여자 탈랜트는 두부를 밥 에다 넣고 비벼 먹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 하던데 난 두부 진짜루 싫어한다. 그래도 두부! 먹고 살뺐다니 나도 어떻게든지 비비적 대며 먹어보긴 해야할텐 데 일단 두부 접수해놨다. 하루 종일 두부에대해 곰곰 생각했다.
결혼한지 이 십년이 훨씬 넘었다. 지금에야 함박 테이크가 별스런 음식 축에 들지도 않지만 고기를 크게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레스토랑이란델 별로 가본적이 없던 나로서는 그림만 으로 보던 음식이었다.
결혼은 했는데 천방지축 돌아다니면서 해주는 밥만 먹다가 내 손만 쳐다보고 얼굴만 쳐다보면 밥이 뚝닥 나오는 줄 아는 남자가 옆에 떡! 버티고 잇으니 참말 미치고 돌아가시게 생겼다.
결혼하기전에 살다 온 친정집이 돈하고는 거리가 먼 집이어선지 아니면 식성이 그리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풀 만먹고 살다 온 나하고는 다르게 매일매일을 돼지와 닭과 소를 번갈아 먹던 남자의 식단 차리기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이게 뭔 소린고 하니 고기를 잘 먹으니 무조건 고기만 사다 복아주고 지져주고 구워주면 쉬운데 고기를 안 먹던 나로서는 돼지고기를 만지다보면 살아있는 돼지가 생각나고 닭고기를 만지다보면 푸두덕대는 닭이 생각나니 내 손으로 한 음식은 절대로 먹을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것이 돼지고기를 사다가 칼로 난도질을해서 다져놓고 야채를 있는대로 가루를 만들어서 넣었다. 양파 고추 당근 버섯 하여간 풀이라고 생긴것은 모조리 넣고 계란도 서너개 밀가루도 약간 넣었다. 왜냐하면 부칠려면 응집력이 있어야한다고 그때 당시 궁리를 했기 때문이다.
후라이팬에 동굴납작하게 부쳐서 케찹을 찔끔 뿌려놓으면 밥하고 먹기도 좋고 빵 사이에 끼워서 먹어도 되고 아이들 반찬에도 좋았고 술 잘먹는 남편 술 안주에도 왔다! 였다.
친정 아버지가 오셔서 한 접시 부쳐드렸더니 아버지가 "국적없는 요리"라며 잘 잡숫던 기억이 있다. 그 국적 불명의 요리가 요즘은 각 가정마다 널리 퍼져 있으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홀로 선구자며 스스로 대가라 칭한다.
옆길로 이야기가 삐졌지만 곰곰 생각하다 두부를 이리 해 먹으면 어떨까 싶었다. 우선 두부를 전자렌지가 슬쩍 돌려서 익혔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두부를 잘게잘게 부셔서 물을 꼭 짜 낸후에 나머지 는 돼지고기와 똑같은 방법으로 부쳐서 마지막으로 새콤달콤 케찹을 쳐서 먹어보니 음~ 환상적이다.
우선 작은 통에 서 너점 부쳐서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지고 가봤다. 밥은 모기 눈물 만큼 먹고 나머지는 두부 부침으로 배를 채웠다. 적게 먹을 필요도 없이 양껏 푸리~하게 먹었다.
그동안 실패했던 다이어트경험으로 보자면 대체 음식을 먹고나면 언제나 뱃 속에서 손이나와 먹을걸 달라고 아우성었는데 두부를 먹고나니 웬걸 아주 든든하니 다른 먹거리가 도무지 생각이 안나니 에헤라 디요~ 콧노래가 절로나온다.
며칠을 두부로 요기겸 간식겸 주식을 하고나니 새콤달콤 매콤한걸 먹고 싶다. 요즘 살 쫙 빼서 건강 미인으로 거듭난 옥주현이 일주일에 하루는 맘껏 양껏 먹고싶은 걸 먹어줘야한다고 해서 무얼 먹을까 하다가 고민했으나 신통치않아 바나나와 두부로 다시 허기를 채우다.
아무래도 새 음식을 찾아야 이번 살빼기가 조금의 성과가 있을텐데..마음이 조급하다.
지난번에는 천사채를 한 봉지사다가 마요네즈에 묻혀 먹어봤으나 도무지 이것이 음식같지가 않고 횟집에서 접시에 깔려나오는 무채 대용같아서 보기만해도 식욕이 뚝 떨어진다.
먹을수없는 음식은 그림의 떡보다 더 악랄하고 간교하다. 사탄의 앞잽이만큼 교활하다. 너무 신랄하다. 이제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고 있나보다.
호시탐탐 동네 마트를 돌아보며 꼼꼼이 살펴보던중 한자리 차지하고 잇는 단호박 무리를 만났다.옹야~ 우선 시험삼아 두개 집었다, 가격은 또 왜 이리 싸단 말인가? 신이 나를 도우심이 틀림없다.
단호박! 먹던대로 호박죽을 해 먹을까 했으나 어째 멀건 국물에 허기가 메워질것 같지가 않다.
다이어트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하겠다고 맘 먹는 그 순간부터 무조건 배가 고파지는 특성이 있다.그래서 죽은 싫어졌다.
베란다에 작년 가을에 사다는 놓았지만 끝까지 먹지 못한 감자가 황소의 뿔 처럼 싹이 드세게 나 있는 걸 서너개 가져다가 껍질을 홀랑 벗긴후에 전자 렌지에 무조건 돌리다가 잠시 스톱한후에 단 호박 반 덩어리를 같이 돌렸다.
며칠 전에 빵을 살 일이 있어서 갔다가 냉장고 안에 들은 샌드위치를 유심히 보아두었던 기억이 이 있다. 감자 단 호박 으깬곳에 마요네즈 살포시 짜서 얹고 소금 살짝 뿌리고 건포도 한 소끔 뿌려주고 마구마구 비빈후에 빵을 사이에 두고 양배추 깔고 오이 썰고 쭈글쭈글 늙어가는 사과도 벗겨서 얇포롬 썰어서 깔아 주고 치즈 한장 깔고 먹다남은 딸기가 서너알 잇길래 그것도 썰어서 끼워놓앗다.
이런이런 !! 모양새는 환상적이다. 감자만 있엇으면 별 색이 없엇을텐데 단 호박이 들어가니 노란색에 딸기가 빨간색에 오이가 초록색에 건포도가 있으니 땡땡이에 내가 봐도 신라당은 저리가라이고 파리 바케트는 이민가라이다.
딸아이가 엄마가 만든 웰빙 음식중에 제일 쓸만하다면서 내일 아침도 부탁한다며 미리 선 주문도 받아놨다.
이렇게 이틀 먹었다 .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틀사이에 빵 한 봉지에 감자가 서너다섯알에 마요네즈에 단호박에..이거 어째 두부보다 남는 장사가 아닌듯 싶다.
다시 각성하고 반성하고 두부를 먹자니 이틀동안 화려한 빵 맛에 길들어서인지 심심하고 허여멀건하다. 어찌할꼬나....
양배추를 삶아서 쌈장에 꼭꼭 찍어먹으며 내 기필코 살을 빼리라...두부나 양배추나 게심심하기는 매 마찬가지다. 아~ 엊그제 먹었던 피자나 한 조각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피자집 앞에 그려져 잇는 피자를 한 참 바라보았다. 눈으로 먹으리라.
단호박을 전자렌지에 쪄내서 찐 고구마 먹듯이 먹으니 달고 맛있기는 한데 너무 많이 먹는것 같다. 아무래도 내 입맛에 맞는 이 달콤함이 혹여 뱃 살로 직행하는게 아닐까 싶어 조금 걱정 된다.
너무 알맹이로 먹을게 아니라 물을 타서 먹자니 결국은 호박죽일래라. 건더기가 필요하다.
냉동실에서 돌덩이처럼 돌아다니는 떡이 생각났다. 어디선가 얻어다가 넣어놓은 인절미도 잇고 시루떡도 있다. 호박죽을 끓여서 떡을 조금씩 가위로 잘라 넣으니 요것을 무엇이라 부르는고?
옹심이가 있는 호박죽을 한 냄비 끓여 놓고 배가 출출할때마다 한 국자씩 떠다 먹으니 도무지 배 꺼질쌔가 없다. 이러다 백일 맞은 애기처럼 뽀샤시 피어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두부 꼭 짜서 헝클어 부침과 재활용 떡 단 호박죽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가막힌 아이디어 라고 혼자서 쾌재를 부르고 잇는 중이다.
그래서 살 빠졌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고공 행진은 확실하게 막앗고 지금은 소강 상태이지만 아마도 앞으로는 살이 쪼옥 빠져서 날씬하고 늘씬하다면 현옥이가 비웃을테고 그냥 두리뭉실은 면할수 있을거 같은 마음에 나홀로 홋홋한 웃움을 웃고 있는 중이다.
나도 엄청 불어난 살 맘 먹고 빼려고 참 힘들었는데. 의순아, 근데 네 다이어트 식단이 영 의심스럽다. 두부 부치고 식빵에 마요네즈? 차라리 밥을 먹는 게 날 것 같다. 그제 세미나 참석차 이천 온천 가서 장로님 사모님들(나보다 다 한참 연상)이 내 몸매 보시더니 "우와! 처녀네" 하더라. 성공한 이 언니에게 한수배워.
그런데 의순아! 너의 그 빛나는 솜씨는 정말 아깝다. 글도 잘 써. 요리도 잘 해. 머리도 잘 만져. 못 하는 게 뭐냐? 여기다가 몸매까지 날씬하면 너무 얄미운 X 가 되니까 그냥저냥 살아라. 지난 번 보니까 괜찮기만 하던데, 뭘. 희상이, 소정이는 근황(살에 대한)이 어떤지? 은주는 그대로든데...다 빨리 보고 싶다.
첫댓글 요런 쓰잘데기 없는 수다를 퍼질러 놔도 되는지 찝질합니다요~
아니 수니언니가 웬 살타령? 난 봄날 아줌만지 뭔지 사진을 첨보고 '수니언니 닮았네'했는데.... 도대체 찌면 얼마나 쪘다는 건지? 멀쩡해가지고 누구 약올리는거 아닌지. 글쎄 두고 보자구요.
언니 생각나요? 나 대학들어가 처음 파마하던 날, 사자대가린 듯, 석기시대 원시인인 듯, 아무튼 윤택이 머리 비스므리 해가지구 와서리 퍼질러 앉아 머리 쥐어 뜯으면서 우는데, 마침 집에 와있던 언니가 '울지마 울지마" 하면서 죄다 다듬어서 사람 맹길어 놨쟎아요?
아니 그런 일이 다 있었단 말이지? 야~~~@!!!!! 근데 니들 누구 약올리냐? 슈렉 마누라 앞에서 살 타령 하는 고연 놈들같으니라구!
고런일이? 그러니깐 나는 어린 싹이었을때부터 인간성 죽여줬구나 캬~ 그런데 난 기억 상실증인가? 어찌 사람까지 맹글어 논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가? 빨리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놔야지...ㅋ 참! 봄날 아줌마? 하이구~ 이게 자다가 웬 떡이여~~룰루랄라
나도 엄청 불어난 살 맘 먹고 빼려고 참 힘들었는데. 의순아, 근데 네 다이어트 식단이 영 의심스럽다. 두부 부치고 식빵에 마요네즈? 차라리 밥을 먹는 게 날 것 같다. 그제 세미나 참석차 이천 온천 가서 장로님 사모님들(나보다 다 한참 연상)이 내 몸매 보시더니 "우와! 처녀네" 하더라. 성공한 이 언니에게 한수배워.
그런데 의순아! 너의 그 빛나는 솜씨는 정말 아깝다. 글도 잘 써. 요리도 잘 해. 머리도 잘 만져. 못 하는 게 뭐냐? 여기다가 몸매까지 날씬하면 너무 얄미운 X 가 되니까 그냥저냥 살아라. 지난 번 보니까 괜찮기만 하던데, 뭘. 희상이, 소정이는 근황(살에 대한)이 어떤지? 은주는 그대로든데...다 빨리 보고 싶다.
소정이는 뺴쌱 말랐고, 조은주는 여전히 대학생같고, 저만 슈렉마누라가 돼서, 전화를 하면 아무도 목소리도 못 알아먹고 실물을 보면 딴 사람인 줄 알고 지나가고, 저도 저를 못 알아봐요.
소정이가 빼싹 말랐다고? 그럼 소정이도 못 알아 보겠으니 빨랑 사진 좀 올려라. 미리 워밍업 좀 하게. 우리 나이쯤 되면 갑자기 놀라 심장마비로 하나님 뵈오러 일찍 갈 수도 있으니까....그리고 희상아, 네 목소리도 여전하던데 뭘 그리 엄살이냐? 너 답지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