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팀으로서 대회 출전을 많이 했다.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에 출범, 회원단체로 등록한 이후에는 ‘제1회 KBO 총재배 전국여자야구대회’ 에 참가해 4강에 진출하는가 하면 ‘2009년 회장배 전국여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로도 ‘비밀리에’ 는 작년에만 3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처음에는 여자가 뭘 하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엔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비밀리에’ 가 많이 유명해져서서 남자 사회인 야구팀이 친선게임을 요청하기도 해요. 남자들이랑 같이 게임을 하면 많이들 놀라죠. 공 치는 거나 배트 휘두르는 데 힘이 느껴지니까요. 여자가 뭘 하느냐 하는 소리 들을 때마다 제가 운동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녀는 기술 보다 팀웍을 중시하는 감독이다. 신뢰와 배려가 없다면 팀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어린 선수생활에서부터 느껴왔다고. 그 두 가지는 아직까지도 최우선 철칙으로 여기고 있단다.
“재작년 감독 맡은 후 얼마 안돼서 전국대회 때 결승전까지 갔어요. 팀에서 가장 덩치 좋은 포수 포지션 분이 1루로 뛰다가 넘어졌는데 팔이 부러진 거죠. 당장 포수가 없어서 있는 인원 가지고 최소한의 포지션을 유지했는데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냈죠. 눈물이 났어요. 정말 감격적이었거든요. 승리를 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로를 믿은 거잖아요. 그랬기에 그만큼 최선을 다해준 거고요.”
당시를 회상하는 그녀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눈물을 머금고 금세 피식하고 웃어버리는 그녀에게 ‘비밀리에’ 에 대한 바람을 물었다.
“가끔 팀원들이 이 수준에 안주하려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고요.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다르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죠.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모든 걸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차근차근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다섯째 늦둥이 막내 딸, 소프트볼 선수 그리고 지도자
5녀 중 다섯째라는 그녀는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다. 국내 여자소프트볼 실업팀의 소속 선수로 작년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막내인데다가 늦둥이라 가족의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자랐을 것 같은 그녀가 소프트볼을 외쳤을 때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을까?
“집에서는 반대가 심했죠. 제가 그때 반장을 하고 있어서 부모님은 공부를 하길 바라셨어요. 거의 한 학기 내내 설득을 했어요. 그랬더니 허락을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거니까요.”
고등학교 1학년 C.A 시간. 어려서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소프트볼 클럽에 들었다는 경희씨는 그때부터 선수의 꿈을 키웠단다.
“어렸을 때는 ‘야구’ 라는 종목을 아예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선생님이)공 던지는 것을 보시더니 선수를 권유하시더라고요. 특기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좋아지더라고요.(웃음) 운동량이 많은 후에 땀 흘리는 게 좋았어요. 소프트볼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늦게 시작을 하고 제일 늦게까지 선수생활을 했어요.”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실업팀은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중요한데 거의 운이 없었죠. 준우승하고 은메달 따고 하다가 결국 작년에 금메달을 땄어요. 그 전에도 그만 둘 생각을 못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금메달을 못 따봤기 때문에 미련이 남았었죠. 그래서 작년에 금메달을 땄을 때 이제 은퇴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좋을 때 그만둬야겠다 싶더라고요.”
공식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소프트볼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로 유소년을 양성하고 있다. 바로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신정여자중학교 소프트볼 팀. 신정여중은 그녀의 모교이기도 하다.
“애틋함이 많죠. 재학시절의 선생님들이 아직도 계세요. 그래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한테 슬쩍 저에 대한 평을 물어보신대요. (웃음) 스승으로서 제자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하신가 봐요. 제 앞에서 저를 모르는 선생님들께 제 자랑을 많이 하실 때도 있어요. 민망하기도 하지만 뿌듯할 때가 더 많죠.(웃음)”
앳된 얼굴로 아이들을 이야기하는 그녀에게서 새삼 모정이 느껴졌다. 실제로 그녀는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하단다. 운동량이 많은 날 간식을 사다줬을 때 기쁘게 먹는 모습들이 정말 예뻐 보인다고. 지도자로서의 교육관을 들어보았다.
“운동 외적인 부분으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훈련일지를 쓰는데 제가 다루지 못한 부분들이 드러날 때가 있어요. 겉으로 봤을 땐 몰랐는데 개인적인 생각들을 보니 내가 이런 점을 신경 쓰지 못했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선을 그으면 아이들도 거리감을 둘 거예요. 그러면 운동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겠죠.”
그녀는 아이들에게 하루에 두자씩 한자를 쓰게 해 일주일에 한 번씩 시험을 본다. 벌칙은 틀린 개수만큼 운동량 늘리기. 운동량이 늘든 한자를 쓰든 어느 것도 이득인 규칙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 는 마음을 늘 당부한다고.
“아이들은 노력도 안한 상태에서 최고만 되려 해요. 그러다 보니 좌절이 많죠. 최선을 다해야 최고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 노력해요. 한자를 익히게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할 것이 있다는 ‘목표감’ 을 주기 위해서예요. 동기부여가 되잖아요. 작은 부분이지만 그런 걸 안한다면 운동 후에 집에 가서도 아무것도 안하게 되거든요.”
훈련 기술보다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는 그녀의 생각이 참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여자 유경희? 강한여자 유경희!
‘대한민국은 미인천국’ 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밖을 나가면 예쁘지 않은 여자들이 없다. 최신 유행 미니스커트에 긴 머리. 알록달록 예쁜 구두. 그러나 하루 종일 운동복을 입고 일상 대부분이 햇빛과 대면하는 시간일 것 같은 그녀에게 조심히 ‘여성스러움’ 을 물어봤다.
(본인이 여성스럽다고 생각될 때가 언제인가요?)
“저는 모르겠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낯을 가려서 그렇죠. 소개팅 같은 곳에 나가면 말이 없어요. 그래서 여성스럽다고들 하나 봐요. 그런데 한두 번 만나고 나서는 그런 말씀 안하시죠.(웃음) 워낙 활발하거든요.”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한껏 치장들을 하고서 그리 예쁜 모습을 하고 나온다더라. 그 속에 어울리다 보면 가끔 예쁘게 꾸미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하지만 주위에서 극구 만류한단다.
“가끔 예식 있을 때나 한 번씩 정장을 입고 가요. 늘 운동복만 입고 사는데 얼마나 어색하시겠어요. 가족들도 차라리 운동복을 입으라고 할 정도에요.” (모자에 운동복, 운동화로 세상을 누리는 모습에는 ‘그녀답다’ 라는 말이 어울릴 듯 했다.)
첫 만남이었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한참을 수다로 보냈다. 서로 얼마나 묻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들이 많았는지 이야기 중간중간 서로의 목소리가 겹치기 까지 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타인이 다가서야 할 한 걸음을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 말간 모습으로 3월의 허공을 가르는 그녀의 배트에서 벅찬 감동이 일렁인다.
첫댓글 아이고, 울 감독님 얘기를 시합전에 들었어야 하는데............... 가슴에 와 닿는 말이 많네요.......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나가기!!!
말도 참 잘해요 ^^ 안주 말고 주(主)가 되자구요 ~
읽기만 해도...좋은데요......
정말 마음다짐을 다시하게 하네요
ㅎㅎㅎ 멋쟝이 감독뉨~^^
우와....멋지다~~닮고싶은 부분이 참 많은 감독님^^*
멋있어요.. 처음에 기자에게 하는 행동은 영상이 그려지는듯 했습니다..!! 멋진 유감독님~~
꺄
연맹홈페이지로 퍼갑니다^^
멋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