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5월 중순의 대만 동부지방 여행 나들이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김포공항에서 대만 타이페이 쑹산공항으로 가는 직항이 생겼다는 기사를 접하고 바로 표 한장 끊고 열흘 동안의 대만 나들이를 시작했지요. 김포공항에 들어서니 취항을 알리는 큰 현수막이 걸려 있네요. 한국은 티웨이와 이스타나항공, 대만은 중화, 에바항공이 취항을 시작했습니다. 11시에 출발하여 2시간 30분여 짧은 비행을 마치고 쑹산공항에 도착하니 모든 안내문은 한글이 추가되어 있어 반가움을 더하네요. 타이페이 공항을 나서 타이페이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오르니 세찬 비가 몰아칩니다. 오늘은 타이페이에서 바로 동부 해안도시 화리엔으로 가는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기차에 올라탑니다. 저번에 갈 때는 현대에서 제작한 열차를 탔었는데 이번은 일본 히타치에서 제작한 신형 열차네요. 시설이 깔끔합니다. 가는 내내 차창 밖은 빗줄기가 거세어져 여행객의 걱정을 더하게 합니다.
화리엔(화련)은 인근에 타이루거 협곡이 있어 많은 국내외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곳 입니다. 패키지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한번쯤 다녀오는 필수코스이기도 하지요. 대만에는 가장 높은 옥산(3,952m) 외에도 3천미터급 산이 20여개나 된다고 하는데 대만섬 동부방향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큰 산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전에 일본넘들이 대만을 점령하고 나서 지네들 후지산(3,776m)보다 높은 산이 여러개 있는 것을 알고는 무지하게 낙담했다는 일화가 있지요.
화리엔은 대리석과 비치가 많이 나는 산지로 시내의 보도블럭, 벤치, 시내버스 정류장 등도 온통 대리석입니다. 도시가 깔끔하고 좋아 보입니다. 동부 해안지역은 해안의 습한 공기 때문에 늘 구름과 비오는 날이 많아 여기저기 이끼입니다.
다음날 택시기사의 유혹을 뿌리치고 텐상행 로칼버스를 타고 타이루거 협곡을 향합니다. 한 시간을 달려 옌쯔커우(연자구)에 도착하니 안전모를 쓴 현지 여행객들로 시끌시끌하네요. 이 길은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가는 가장 험한 산길로 아직도 낙석사고가 끊이질 않는 위험한 곳이지요. 지금도 보수공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을 일방통행을 시키고 있어 10여분씩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합니다. 장개석총통 시절에 군인과 죄수들을 동원하여 3년 10개월 동안의 공사 끝에 개통하였는데 난공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네요. 이곳 장춘사라는 사당에는 212명의 영혼을 모시고 있지요.
몇 해전 처음 보았을 때 보다는 감흥이 덜하지만 대단한 협곡인것 만은 인정합니다. 무섭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소리를 들어볼려면 우기인 7~8월경이 좋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자 마자 다시 비가 대차게 쏟아 지네요. 일기예보는 계속해서 호우주의보 상태입니다.
화리엔에서 다시 동부해안 남쪽으로 3시간여 내려가 대만에서 가장 외진 도시 타이퉁으로 갑니다. 이곳에 도착하니 잠시 비는 그쳤습니다. 역 입구에는 대형 조각물이 세워져 있는데 13개의 소수민족 중의 하나이지요. 해변 공원에 들어서니 조각품 몇개 덩그러니 서있고 검은 모래사장에는 온갖 쓰레기가 넘쳐나고 정화되지 않은 생활폐수가 흘러들어 냄새가 심하네요. 동네 한바퀴 돌아 충렬사 공원으로 가는 길에 개들은 왜이리 시비를 거는지 계속 짖어 댑니다. 그 중 큰놈은 달려 들려고 하길래 우산을 확 펴고 흔들어 댔더니 멈추고 마네요. 그렇지 않아도 습한 열기에 땀이 범벅인데 이넘들 때문에 식은 땀까지 쏟아 냅니다.
나라를 지키다 숨져간 이들을 기리는 충렬사 공원에는 온통 노인네들 차지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 저곳에서 노래소리가 요란합니다. 노래방기기를 틀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서로 볼륨을 높여 경쟁을 하기 때문에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장소가 이렇게 되었네요.
대만에는 일본인들의 흔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여 문학관, 양조박물관 등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폐쇄된 옛날 역사, 철로 등은 공원으로 꾸며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배울만 하네요.
타이퉁에서 하루를 머물고 4시간여 열차를 타고 대만 제2의 도시 카오슝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한국의 부산같은 남단의 항구도시입니다. 다음날 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아직도 내립니다. 빗속을 헤치며 시내 중심가를 30여분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할 즈음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우산 하나로는 감당이 되질 않네요. 더이상 도보여행은 곤란하여 흠뻑 젖은 몰골로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카오슝역 앞에는 마잉주 현총통의 2기 취임을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이네요. 전날 타이페이에서는 마잉주 총통의 하야요구 대규모 시위가 있었으며, 종일 방송하는 대만TV에서는 3시간동안 생중계를 하였지요. 이후에는 마잉주 총통의 1기 실정에 대한 뜨거운 설전이 며칠간 계속되었습니다. 국회내에서 치고 받고 싸움질하는 정치 행태뿐만 아니라 생활속의 사건사고, 사람사는 모습이 우리네와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는지요. 일본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것만 빼면.... 식민지 시절을 다같이 보냈지만 우리 정서와는 달리 대만을 발전시켜준 고마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 이지요. 독립후에도 호의적인 관계가 이어져 일본에서 엄청난 지원과 투자가 계속되었고 한국경제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계속 앞서 왔습니다. 좋던 싫던 한국은 늘 비교대상이지요.
다음은 서부지역의 타이난에서 타이중, 타이페이까지 갑니다.
첫댓글 자유 여행인이라 하겠습니다. Big father님 언제 또 타이페이로 신출귀몰하다고 할까? 님의 도움으로 오늘 다시 일산 암센터에 아내와 검진 결과보고 조금 안심하고 기다리기로 합니다.....부인께 고맙다는 인사 전해주세요.
걱정스런 일이 아닌것 같아 다행이고 잘 마무리 될것으로 보입니다.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