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데, 못하는 게 있습니다. 재능이 없으면 못합니다. 그리기 재능이 없으면 그림을 못 그리고, 셈 재능이 없으면 수학을 못하고, 힘쓰기 재능이 없으면 싸움을 못합니다. 사람은 못하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잘했는데, 안되는 게 있습니다. 잘 그려도 화가가 될 수 없고, 잘 풀어도 학자가 될 수 없고, 싸움을 잘해도 군인이 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형편과 상황, 시대의 조류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도 안되는 게 있습니다.
사람의 일은 이렇습니다. 못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습니다. 재능이 없어 못하는 경우엔, 재능을 찾으면 됩니다. 재능을 찾아 절차탁마(切磋琢磨), 갈고 닦아 빛나게 하면 되지만, 재능을 찾아 빛이 나건만 세상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도 숱합니다. 사람의 일이란 못하는 것, 안되는 것이 많습니다.
여성이 타고난 가장 중요한 재능이 있다면 출산입니다. 그런데 여자 사라가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라의 경우, 외부 형편이나 상황과는 무관한 그냥 원인을 알 수 없는, 재능이 있으나 재능이 발현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급기야 생리가 끊겼습니다(창18:11). 여성으로서 타고난 출산의 재능이 사라에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절망입니다.
절망 중에 다만 있는 것은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내가 반드시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하시니 사라가 그 뒤 장막 문에서 들었더라(창18:10)” 절망 중에는 하나님의 약속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사라가 속으로 웃고 이르되 내가 노쇠하였고 내 주인도 늙었으니 내게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요(창18:12)” 어지간해야 하나님의 약속이 들립니다. 어지간해야 믿음도 생깁니다. 생리가 끊긴 할머니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약속은 믿기지 않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이런 것입니다. 어지간하지 않으면 흔들리는 게 우리 믿음입니다. 우리의 신앙과 불신은 어쩌면 동의어입니다. 우리 믿음의 크기는 겨자씨보다 작습니다(눅17:6). 우리가 지닌 믿음의 총량은 겨자씨의 무게보다 적은 것이어서, 신앙의 추와 불신의 추를 저울에 달면 평형을 이룰 것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행하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사라가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시니 거짓말을 않으시고 인생이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하지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으시랴(민23:19)”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믿지 않아도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믿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실성이 없지만 주님은 언제나 신실하셔서 약속하신 것을 어길 수 없습니다(딤후2:13)” 하나님의 약속이 실현되는 이유는 우리의 믿음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신실하심 때문입니다.
사라가 낳을 아들 ‘이삭’의 뜻은, ‘웃음’입니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웃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입니다(창17:17;18:12). 두고두고 아브라함과 사라는 자신의 웃음을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 ‘이삭’을 부를 때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자신들의 불신을 부끄러워해야할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짓궂으신 걸까요? 하나님은 뒤끝이 풍성한 분이실까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 부부의 아들을 ‘이삭(웃음)’이라 명하신 것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두고두고 잊지 말라 하심입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신실성이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신실성이 없는’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신실하셨음을 추억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라의 아들을 ‘이삭(웃음)’이라 이름하신 것은, ‘신실성 없음’을 부끄러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것입니다.
내 처지를 보면 심연의 흑암 속같이 막막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보면 바다에서도 나무숲이 창창합니다(눅17:6). 나는 계산한만큼 신실하지만,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계산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못하는 게 있고 사람에겐 안되는 게 있지만, 하나님은 못하실 게 없고 하나님에겐 안되는 게 없습니다.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창18:14a).”
다만 때가 있습니다. “기한이 이를 때에...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창18:14b).” 하나님께서 천지 ‘공간’을 창조하시면서, 일곱 날 ‘시간’도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때와 기한’이 있습니다(전3:1). 2013년은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친히 창조하실 ‘때와 기한’입니다.
그러므로,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