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그 책의 느낌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적절한 독후처리
/ 글 : 김지완 <어린이 독서 지도사>
"선생님 줄거리 안 해요?" "독후감 써야 돼요?"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면 듣는 소리이다. 책을 읽고 나면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학교나 집에서 독후감을 쓰게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독후감 쓰기를 싫어하면서도 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여러 활동을 독후처리하고 하는데 그 동안 가장 많이 해왔던 것이 독후감이다.
글로 쓰는 독후감 쓰기가 아이들이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들이 쓰는 독후감은 대부분 줄거리를 요약하고 자신의 느낌을 간단히 몇 줄 쓰는 것으로 끝내고 만다. 책을 읽고 그 책의 느낌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적절한 독후처리는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과 같이했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첫째,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재미마주 펴냄)를 읽고 나서는 아이들과 만두 만들기를 하였다.
재료를 분담하여 가지고 오고 주방장을 정하고 주방장이 된 아이는 요리순서를 알아와야 한다. 부모님에게 물어 보아도 좋고 요리책이나 신문, 잡지 등에서 찾아와도 좋다.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분담하여 가지고 온 재료를 확인하고 한사람이라도 자신이 맡은 것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요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요리는 교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에게 권한을 준다. 주방장을 맡은 아이는 요리순서를 직접 칠판에 쓰고 설명하고 실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자세하면서도 순서에 맡게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어 하지만 요리가 다 끝나고 먹을 때에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발표력과 논리력이 생기게 된다. 설명을 듣는 아이들은 듣는 훈련이 되어서 토론수업의 기본자세를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개인적인 것을 말하기 어려운데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해서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특성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아씨방 일곱 동무」(비룡소 펴냄)를 읽고는 아이들과 바느질을 해 보는 것이 좋기 때문에 효과적인 독후처리로 주머니 만들기를 하였다.
책에 나오는 일곱 동무를 직접 만나야 그들의 역할과 쓰임새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을 자르면서 가위의 역할을 알 수 있고 주머니의 크기를 재면서 자의 역할을 알 수 있다. 직접 바늘에 실을 끼워 넣는데 10분 이상 걸려도 기다려야 한다. 바늘에 찔려봐야 골무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다리미도 직접 써 봐야 한다.
물건들과 하나 되어서 만들어 낸 주머니를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만든 주머니를 필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이도 있다. 책을 일고 독후감을 쓰게 했더라면 아마도 이 느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바느질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또한 아이들은 의외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준다. 놀라운 집중력과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끈기도 보여 준다.
셋째, 「물의 여행」(비룡소 펴냄)과 「물방울의 추억」(서광사 펴냄)을 읽은 아이들과 환경보호에 대한 신문활용교육(NIE)을 해도 좋다.
작은 물방울이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이 될 때까지를 생각해보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물에 대하여 공부하는 것이다. NIE를 따로 떼어서 별도의 과목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와 연결시켜서 하나의 독후처리방법으로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 자료를 오리고 붙이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협동하는 것을 몸으로 배우고 NIE를 재미있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독후처리방법을 시도하면 책을 이해하고 느끼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책을 일고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면 책을 읽을 때 제대로 읽을 수 없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책을 읽고 나면 확인당하는 아이들이 어쩌면 책과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미있는 책읽기를 위해서 이제 확인은 그만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