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지하철역 2호선 7번 출구로 나왔을 때 지역도 낯설었지만 날씨도 낯설었다 찌는 더위와 함께 하늘에는 먹구름이 둥둥 달려 다니고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 건대논문출력소에 도착한 시간은 우후 4시 사장님은 사무실 문을 조금 열어놓고 책상의자에서 자고 있었다 새벽 4시까지 일을 했다고했다 넓은 지하실사무실은 에어컨과 선풍기가 동시에 돌라가고 모기도 날아다녔다 인쇄소에 넘겨질 논문들이 이곳저곳에 쌓여있고 묶여있었다 직원도 없이 혼자서 일을 하는듯 사장님이 직접 논문을 검토했다 그분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조금 들어주고 논문을 맡기고 돌아오던 길 건대앞 지하철 근처 높은 빌딩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었다 쌍무지개가 건물 사이로 떠 있었다 옆에 있던 아들도 핸드폰을 열고 건물 사이에 걸친 쌍무지개 사진을 찍었다 엄마의 논문을 축하하는 쌍무지개라며 기뻐했다
천장화
구 순 자
문학모임 일행과 시스티나 성당 천지창조 아래 도착했다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이 넓은 홀 가득 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기도를 했다 하느님 저는 이곳에 두 번째 왔습니다 기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웅장한 음악소리가 가슴 가득 차오르고 양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린 시절의 흔적 하나가 천장화로 그려졌다 무더운 여름 동무들과 방죽 물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던 그림 점점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내 손을 잡고 딸려오던 동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던 그림 김을 매던 동네어른들이 달려와 구해주던 그림 천장화로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