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기로 소문난 영광굴비.
영광에서만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넘게 차지할 정도로,
영광굴비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영광굴비의 본고장은 어디일까?
영광에서도 '법성포'라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굴비가 특히 유명하다.
영광뿐만 아니라 저 멀리 흑산도까지 가서도 조기를 잡아오곤 하는데,
잡아온 조기들을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간을 맞춰 다른 지역에선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난다고 한다.
유명한 명성에 걸맞게 법성에 가면 가게마다 조기를 넌 모습이 심심찮게 보이고,
굴비 식당과 굴비 상점들로 진을 늘인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 굴비의 명성을 널리 홍보라도 하듯,
홍농읍에조차 없는 버스터미널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마치 굴비를 홍보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버스터미널, 법성포터미널.
바다의 내음을 한 껏 맡으며 조심스레 자취를 남겼다.
법성포터미널은 지붕에 기왓장을 얹은 중규모의 터미널이다.
마을 중심부와는 다소 떨어진 마을의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래서 법성면 마을로 걸어서 들어가기엔 다소 시간이 걸리며,
오히려 법성항과 법성시장(굴비시장)으로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마을 중심부와 다소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내부는 굉장히 한적한 편이다.
건물 규모도 크고 대합실(맞이방)의 넓이도 그럭저럭 있는 편이지만,
그 흔한 매표소조차 없으며, 승차장 입구에서 지키고 계시는 할아버지도 볼 수 없다.
대합실에 널린 수많은 의자들은 이리저리 나뒹굴며 조용히 사람들을 기다릴 뿐이다.
대합실로 이어지는 출구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건물 정면에 놓인 법성항, 법성시장 등으로 이어지는 정문이고,
또 하나는 교차로 쪽으로 복도처럼 길게 이어진 후문이다.
무려 두 군데나 출구가 있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지라 항상 한적한 편이다.
이미 일찌감치 매표소를 폐쇠시켜 무인화를 해버린 영광에서는,
표를 끊고 외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자판기를 이용해야만 한다.
자판기가 오래된 탓인지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구권을 넣어야만 표가 발매되는 구형 자판기도 있다.
이 곳에서 가장 자주 운행하는 광주를 비롯하여 홍농, 함평, 무안, 목포, 고창, 정읍, 전주까지...
죄다 자판기를 통해서만 표를 끊을 수 있다.
출입구 옆에 크게 붙여진 화이트보드가 곧 시간표이다.
광주, 홍농을 오가는 금호고속을 비롯해 목포까지 가는 시외버스, 전주로 가는 시외버스가 각각 운행한다.
다만 광주행을 비롯한 모든 직행노선의 시간표가 제대로 안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공음, 무장을 거쳐 고창까지 연결되는 군내버스를 비롯하여,
법성에서 각 지역으로 연결되는 군내버스 시간표를 훨씬 상세하게 안내한다.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가마미를 비롯하여 월평, 마래, 용성리, 월산리 등등...
죄다 바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마을이다.
법성포터미널 자체가 법성만에 바짝 붙어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바다와 관련이 깊은 동네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직행버스 시간표가 제대로 안내되어 있지 않은 탓에,
금호고속 측에서 매표자판기 옆에 광주행 시간표를 따로 붙여놓았다.
거의 대부분 홍농에서 출발해 법성, 영광, 문장을 들려 광주까지 가는 버스들로서,
첫차 때부터 막차때까지 20~35분(평균 30분)의 비교적 고른 배차간격으로 운행한다.
터미널의 규모는 큰 반면, 주차장 쪽은 제대로 된 승차장조차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지그재그 구조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주차공간과 승차공간의 높낮이조차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실제로도 건물에 바싹 붙이거나 주차장 한 가운데에 주차하는 등,
버스 이용객에 대한 배려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긴... 일부 시내버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이 곳을 '중간경유지'로 삼으니,
굳이 제대로 된 구조를 만들어놓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었을거라 생각된다.
이 날은 고창터미널서 출발하여 영광, 함평까지 내려오는 꽤 긴 여정이었다.
긴 여정을 보내는 도중 도 경계를 넘으면서 전남과 전북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전북쪽에선 금호고속 버스조차 한 대도 볼 수 없었던 반면,
전남 땅인 법성포로 내려오니 금호차는 물론이고 금호고속 휴게소까지 버젓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조그만 터미널조차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데,
도 경계 하나를 넘었는데도 이렇게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그저 신기하게 느껴진다.
30분마다 한 번씩, 이렇게 금호고속 차량이 법성에 들어와 영광, 광주로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오직 고속버스 사업에만 손을 벌리고 있는 금호지만,
연고지인 전남쪽에서는 시외 사업부에서도 손을 벌리고 있다.
덕분에 이 지역에서 금호 외의 다른 시외업체를 찾아보기가 꽤나 힘들다.
법성은 고창버스의 종점이자 전북버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인구가 더욱 많은 이웃 홍농에서도 고창으로 넘어가려면 법성으로 와야한다.
천 년 전통의 굴비가 생산되는 법성항까지 자리잡고 있으니,
법성의 교통 입지는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겠다.
법성포터미널 정문으로 나와서, 바로 옆 골목에서 터미널을 향해 쳐다본 모습.
굴비의 본향(本鄕)답게 터미널 바로 옆으로 굴비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반대편으로 보면 굴비 관련 집들이 주욱 늘어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꺾어 조금만 걸으면 바로 법성항(법성만)이 눈 앞에 펼쳐지고,
천일염으로 간을 한 굴비들을 쭉 걸어놓은 법성시장도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터미널의 입지상 마을보다는 항구, 시장과의 연계가 훨씬 잘 되어있는 편인데,
주민 수요보다는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위해 일부러 이런 자리에 세운 것이라고 추정된다.
마을이 크지는 않지만 항만을 따라 길게 늘어선 구조이기 때문에,
법성면사무소, 법성농협 등에서 터미널을 찾아오는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후문으로 나가면 큼직한 교차로와 세련된 건물들도 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주변이 온통 굴비상회와 굴비직판장들로 가득 메워져 있는 편이다.
'영광굴비'의 영광스러운 명성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터미널.
천 년의 전통을 간직한 굴비가 아니었다면 법성이란 마을에 터미널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법성'포', 터미'날'의 운명은 영광굴비의 명성으로 명맥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영광굴비의 명성이 끝없이 추락하지 않는 이상,
법성포터미널 또한 이 자리에서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을 것이다.
첫댓글 금호고속이 시외버스 사업에 손을 벌린다기 보다는 이 지역을 주무대로 운행하던 광진고속의 영업중단(부도 아님) 후 전라남도의 개선명령에 의해 금호가 거의 전남지역 노선을 떠맡다 시피 하고 있죠. 삼남, 광전, 광진의 대부분 노선이 개선명령에 의해 금호에서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금호가 저 지역 노선을 운행한 이후로 그나마 1일 1회로 명백을 유지하던 목포 노선은 없어지고, 광진과 금호가 공배하던 홍농-법성-영광-광주는 약 15~30분 간격에서 현재와 같이 20~45분 간격으로 벌어졌습니다. 그나마 법성-홍농 쪽은 사정이 낫지 염산, 성산리(원전)방면 노선은 이번 6월자로 완전히 운행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원래 광진고속도 같이 영업했는데 중단되면서 그리 벌어진 것이군요... 염산-광주 버스 운행중단 소식은 들었는데 중단된 이유가 광진고속의 사업 중단이라니 조금은 안타깝고 씁쓸합니다.
추가로 60년대말 70년대초까지는 금호고속(당시 광주여객)에서도 전북에 상당 수 노선(주로 순창을 중심으로 전주 남원방면)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고속버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전북도 내를 주로 운행하는 노선들을 전북 회사에 대거 매각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순창터미널은 금호고속이 상당 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터미널로 남아있죠. 전남 지역 노선도 70~80년대 까지 상당 수 보유하다가 광신여객과 동광운수에 자사 노선을 양도매각하는 등 그 역사가 매우 복잡합니다.
순창의 경우는 지리적으로 전주보다는 광주에 훨씬 인접해 있어서 금호의 지분이 많이 남아있는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는군요. 전남 시외버스는 광신과 동광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영향력이 강하고, 전북쪽은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차이가 있네요..
과거 광주여객 시절 운행하였던 광주-서울간 직행노선 중 급행노선의 중간 정차지가 순창이었습니다. 광주-순창-전주-논산-공주-천안-서울 이 주요정류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노선은 고속버스 개통 후 당연히 폐지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현재 동광고속에서 운행하고 있는 광주~서대구 노선 또한 광주여객에서 50년대부터 80년대말까지 운행한바가 있습니다. 또한 광주-서울 직행노선의 증회를 위해서 전주-순창 등 전주를 중심으로 한 노선들도 상당수 매입하다 보니 순창터미널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습니다. 금호 입장에서는 같은 거리라도 정읍이나 고창에 비해 순창이 훨씬 중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지역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순창터미널이 전략적으로 필요했었다니... 좋은 정보 많이 얻고갑니다. 아직 버스노선의 역사에 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여서 아직도 오류를 종종 발생시키고는 하는데,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군요. ^^;
좋은 역사의 자료네요
홍농에도 터미널이 있지 않나요??...예전에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시는 분을 뵈러~~ 홍농에 간적이 있는데..터미널 이었던거 같은데.. 아니면 그곳이 홍농읍이 아닌가요??
사실 홍농에 가변정류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영광-법성쪽 시외버스의 종착지점이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는 지도에도 표기가 되어있더군요. 그쪽에 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 ㅡㅡ;;
홍농이 종착지 맞구요. 홍농터미널도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홍농에서 원자력발전소 입구인 성산리 가는 버스가 있는데 지금은 전부 홍농종착으로 변경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