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르게살기운동이라구요?
달 빛
사실, 매년 말 개최되는 전국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빈 가슴에 실망만 채우고 돌아오곤 했었다. 그 첫째는 국가의 법률에 의해 설립되고 활동하는 45만 조직의 잔치라고는 너무나 허술하고 약소하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바르게살기운동답지 않게 질서가 문란한 행사로 비추어졌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판단에 그저 구경 삼아 참석을 원했던 다수의 소속위원과 관계 공무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몇 사람만 동행 하고자 했을까? 자칫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주고 사기를 저하시킬 바에는 차라리 감출 것은 감추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지난 11월16일, 천혜 관광의 섬 제주도에서 개최된 금년도 전국대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연기군협의회도 모처럼 만의 기대되는 일정에 따라 30명의 회원이 소요경비의 자부담 조건에 2박 3일 일정으로 전국대회에 참가하였다. 눈 앞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컨벤션센타의 주변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또한 6천여 명으로 가득한 행사장의 분위기는 환희와 열기로 달구어져 예년의 전국대회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보였다. 기대했던 고위급 관료들이 동석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기는 했지만, 식전 축하공연부터 마지막 순서까지 그런 대로 짜임새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그러나,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흔적들이 남았으니 옥에 티라고 애써 모른 척 하기는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행사장 입장 전 로비에서는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의 무료 시식이 제공되었다. 참석회원이면 누구나 맘껏 맛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어느 소속 여성회원들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가방에 우겨 넣다가 관계자에게 핀잔을 듣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뿐 아니라 먹고 남은 감귤껍질이 행사장 곳곳에 널 부러져 있거나, 실내 의자 밑에 버려진 구겨진 기념지와 종이컵 등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끄러운 생각을 키우도록 하였다. 물론 일부 지각 있는 위원님들께서는 손수 주워 나와 정해진 장소에 버리기도 했지만 누군가 볼까 눈치를 살펴야만 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고 준비했던 한 두 시간의 행사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소속단체별 또는 지역별 다음의 일정에 따라 돌아갔다. 연기군협의회 소속 회원 역시 남은 여행계획에 의해 제주도가 자랑하는 명소들을 둘러보게 되었다. 때로는 갈대밭을 지나 자연이 전해주는 교훈을 익히고, 때로는 찬 바람을 피해 맛난 음식을 서로 나누고 격려하면서 2005년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대회의 참가일정을 마치고, 모두들 무사히 귀가하였다.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현지 관광여행사의 잘못으로 당초의 일정이 축소되었는가 하면, 원치 않았던 수고를 더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한 문제는 해당 여행사를 상대로 상식과 법적인 선에서 해결할 생각이지만 아직 숙제로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또, 지난 전국대회의 추억을 아름고도 소중하게 기억하려 했던 마음가짐 마저 하루아침에 무색하게 하는 비판의 소릴 듣게되었다. 우리가 제주도를 방문하고 돌아온 그 훗날, 우리지역 모 단체 회원들이 같은 장소로 수련회를 다녀왔는데, 제주도 현지의 영업장 종사자들이 바르게살기운동을 통렬하게 비난하더라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바르게살기운동이라구요?> 하면서 비웃더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 곳에 머무는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내 주머니 털어 주고도 욕을 먹었는지 모를 일이다. 괜한 비난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단체 회원보다 <바르게살기운동>이란 단체의 구성원으로의 입지는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타 단체의 회원이라면 그저 묻혀 넘어갔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바르게살자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사회적 기준은 매우 엄중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내가 모셨던 지역위원장님의 자기 고백을 상기해 보면 자기 중심 없이 바르게살기운동을 이끌 수 없음을 말해준다. 과거에는 심심풀이로 화투놀이를 즐겨했었으나 위원장직에 취임 후 몇 년의 임기 동안 초상집 등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단 한번도 화투장을 만져 본적이 없다고 했다. 큰돈이 오가지 않는 단순 놀이에 불과한 것이라 할지라도 바르게살기운동위원장이 잡기에 취해 있다는 쓴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책임의식에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주어진 임기를 마친 후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원 없이 화투장을 만진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쩌면 그러한 의식과 고민들이 자신의 일상을 조정하게 하는 훈련이 바르게살기운동의 기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