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 평등하게 대우받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과 사회 안에서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와 권리를 실현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남성과 비장애인 중심의 정상성을 부르짖는 이 사회에서 장애가 있는 여성들은 철저히 가족과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며, 차별과 폭력의 대상으로서 참담하게 인권유린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성 그리고, 장애인으로서의 차별적 삶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사회적 삶을 살기 위한 모든 조건들을 빼앗아간다.
장애를 가진 여성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과정에서 진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차별 받고 있으며 취업은 늘 남성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직장 내에서도 장애가 있는 여성은 차 심부름 낮은 임금,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배제, 성폭력 피해, 구조조정 영순위 대상자로서 차별 받는다. 일자리가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감사하며 차별 받는 상황을 알면서도 숨죽여 지내야 하는 것이 장애가 있는 여성의 삶이다.
가족 안에서는 창피하다고 집안대소사에 함께 하지 못하게 하며, 처음 생리를 시작한 장애가 있는 여성에게 '병신주제에 여자라고'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경우, 사노동및 출산과 양육을 이유로 심한 반대에 부딪히고, 결혼한 경우에는 남편이 외도를 해도 '여자 노릇도 하지 못하면서, 병신주제에 당연한 거야.' 라며 주위의 차별적 시각과 편견에 짓눌러 살아야 한다. 가정이 있는 시각장애여성들은 이혼을 종용 당하기도 하고, 소외감 속에 고립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청각장애여성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재대로 된 정보조차 제공 받지 못한 채 차별적 삶을 살고 있다.
아이를 가진 여성장애인은 '그 몸에 어떻게 애를 낳느냐고.' 낙태를 권유 받으며, 심지어, 가족들에 의해 아이를 양육할 권리마저 빼앗기기도 한다. 산부인과 진료와 검진을 받아 보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고. 생리가 불순하여 병원을 찾으면, '생리를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으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며 심한 차별을 경험한다.
장애가 있는 여성은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라며 가정폭력에 시달려야 하고, 강간을 당해도 사랑으로 승화되며 어린애 같고 순진하며 착한여자 이미지로 그려지는 미디어 안에서 차별을 경험한다.
남녀 공용의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가 있는 여성의 성 정체성을 훼손하고 차별하며, 자립생활을 할 수 없도록 의존적 존재로 길러져 가족의 짐으로 존재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 장애가 있는 여성들은 저항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가해지는 은밀한 차별과 폭력을 당당히 폭로하고,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난도질 하지 말라고, 우리는 여기 모여서 결연한 부르짖음으로 가슴속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차별에 대한 분노와 권리의식을 담아 강력하게 외친다.
하나. 이제 더 이상 우리 여성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 하나. 우리는 인간으로써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 하나.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아이를 낳고 양육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갈 권리가 있다! 하나. 우리는 여성장애인을 왜곡하는 모든 미디어 문화 환경과 폭력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하나. 우리는 당당한 성적권리자로 존중받고 자기 결정권을 가지며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 생활할 권리가 있다. 하나. 여성장애인의 차별적 상황을 고려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여성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삶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라!
2003년 12월 18일
한 국 여 성 장 애 인 연 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