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신문>, 2012. 7.
변종 연가시 대처법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연가시가 숙주인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로 뛰어들게 만들어 익사시키는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 「연가시」는 그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연가시는 Gordius aquaticus라는 학명을 가진 기생충으로 실제로 존재한다. 실처럼 가느다란 모양을 가졌는데 귀뚜라미, 사마귀, 여치, 꼽등이 등의 곤충에 서식한다. 연가시는 물을 통해 곤충의 몸으로 들어간 뒤 내장을 파먹으며 성장하는데, 다시 알을 낳으려면 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연가시는 곤충의 뇌를 조종해서 물로 뛰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기생충이 어떻게 곤충의 뇌를 조종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데,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해서 물가로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가시」에서는 그와 같은 상황이 인간 세계에서 발생한 것이다.
변종 연가시의 감염 증세는 갑자기 식욕이 과하게 왕성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렇지만 체중이 전혀 늘지 않는 현상을 보인다. 그러다가 사망하기 2∼3일 전에 극심한 갈증 증세를 보인다. 그리하여 물을 보게 되면 이성을 잃고 뛰어들어 익사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 조건에서 물은 필수적인 것이므로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이 갈증으로 몸부림치다가 끝내 물속으로 뛰어들어 죽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공포감을 준다.
한편 「연가시」는 부정부패와 상대적 박탈감에 젖어 있는 우리 사회의 실정을 고발하고 있다.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인 영화의 주인공(김명민 역)은 계약을 따기 위해 온몸으로 의사들의 비위를 맞춘다. 의사들과 봉사정신(?)으로 골프를 치는 것은 물론 의사 부인의 생일날 놀이공원에 가서 가방을 들어주고 음식을 대접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머슴이 되기까지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고 있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연가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변종 연가시가 사람의 몸에 침투해서 수천 명이 사망하고 백만 명 이상이 감염 확인자 내지 감염 의심자여서 사회를 초토화시키는데, 그 원인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기상 이변이나 환경오염 등이 아니라 돈에 눈이 먼 한 제약회사의 조작이라는 사실에 할 말을 잃는다. 그들은 금전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가시를 사람들에게 감염시켜 사회를 혼란시키고, 유일한 치료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추는 것은 물론 공장의 기계들이 낡아 약을 생산할 수 없다고 속인다. 그리고 마침내 다급한 정부를 상대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회사를 팔아넘기려고 한다.
인간으로서 같은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그들의 잔인한 수법에 소름이 돋는다. 실제로 변종 연가시에 감염되어 물을 찾고 있는 영화 속의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많지 않은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고 무서워진다. 따라서 힘없는 사람들 스스로 변종 연가시의 전염을 막아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에게 희생당하지 않게 맞서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차원에서 투표하거나 추천하거나 표명하는 일들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힘없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해야만 이 세계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