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IRONMAN
― 환갑에 시작한 도전, 그리고 14시간 41분 53초
2023년, 환갑.
나는 난생처음 사이클을 샀다.
그리고 듀애슬론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썬트라이 듀애슬론 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마라톤의 스승이신 이선춘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출신 코치님,
그리고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출신이자 프로사이클을 운영하시는 김동환 사장님께 처음으로 사이클을 배웠다.
말 그대로 처음이었다.
자전거가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다치기를 반복했다.
무릎이며 얼굴이며 성한 날이 별로 없었다.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수록 오기가 생겼다.
한 번 더 타고,
한 번 더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또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배워갔다.
수영이라는 또 하나의 벽
사이클을 배운 지 1년이 지난 2024년.
김동환 사장님의 권유로
이번에는 철인3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육현철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 교수님과 안성환 교수님께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할 리 없었다.
물에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긴 거리를 수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배우고, 연습하고, 또 배웠다.
그리고 9개월.
마침내 첫 번째 올림픽코스에 도전했고
무사히 완주했다.
그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는 조금씩 더 큰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IRONMAN 70.3
2026년.
이번에는 IRONMAN 70.3 고성에 도전했다.
또 한 번의 도전.
그리고 또 한 번의 완주.
그때 김혁동 형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킹코스에 한번 도전해 보자.”
그 말 한마디가
내 인생에 또 하나의 거대한 벽을 세웠다.
IRONMAN GURYE KOREA.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2km.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도전하기로 했다.
2026년 10월 4일
IRONMAN GURYE KOREA
드디어 결전의 날.
출발선에 섰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수영 3.8km였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3,800m를 수영해 본 적이 없었다.
‘과연 컷오프 안에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갔다.
한 번 팔을 돌리고,
또 한 번 팔을 돌렸다.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물 밖으로 나왔다.
1시간 52분 03초.
해냈다.
첫 번째 벽을 넘었다.
두 번째 벽, 사이클 180km
다음은 사이클이었다.
180km.
이 역시 한 번도 완주해 본 적이 없는 거리였다.
다만 130~150km는 몇 차례 타본 경험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목표는 분명했다.
7시간 이내.
힘차게 출발했다.
그리고 남도대교를 지날 무렵,
김동환 사장님,
이명숙 부회장님,
정효선 누님이 보내주시는
힘찬 응원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지쳐가던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순간의 응원이
몇 시간 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줄은.
105km
105km 지점, 산업도로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허벅지에 근육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점점 심해졌다.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쥐를 풀어준 것만 7~8번은 된 것 같다.
‘이러다 자전거에서 끝나는 것 아닌가?’
처음으로 두려움이 밀려왔다.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남도대교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가 떠올랐다.
김동환 사장님.
이명숙 부회장님.
정효선 누님.
그분들의 얼굴과
힘찬 응원소리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힘내세요!”
“끝까지 가세요!”
그 순간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
‘나를 응원해 주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가자.’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아픈 다리를 다시 페달 위에 올렸다.
그리고 한 번.
또 한 번.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속도는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한 번의 페달링이 또 한 번의 페달링을 만들었다.
그렇게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사이클을 마쳤다.
7시간 26분 18초.
목표했던 7시간은 넘겼다.
하지만 괜찮았다.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 벽이 남아 있었다.
마라톤 42.2km.
마지막 벽, 마라톤 42.2km
처음 계획은 단순했다.
‘설렁설렁 뛰어도 4시간 30분이면 되겠지.’
하지만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사이클에서 시작된 근육경련은
마라톤에서도 나를 괴롭혔다.
달리다가 쥐가 나고,
또 달리다가 통증이 찾아왔다.
모든 급수대에서 물을 마셨다.
물파스를 뿌리고 또 뿌렸다.
준비해 간 파워젤도 계속 먹었다.
몸은 이미 한계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가자.’
‘다음 급수대까지만 가자.’
‘저기까지만 가자.’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마라톤 코스에서
또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김단비 원장님과 10언더 회원님들.
힘찬 목소리로 응원해 주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응원소리를 듣는 순간
힘들었던 다리에 다시 힘이 들어왔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혼자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가르쳐주신 스승님들.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
그리고 길에서 나를 기다리며
응원해 주신 분들.
그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1km
몸은 이미 한계였다.
다리도 아팠다.
숨도 차올랐다.
하지만 이제 멈출 수 없었다.
여기까지 왔다.
환갑에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전거에서 넘어졌다.
수영을 배우며 물과 싸웠다.
70.3을 완주했다.
그리고 지금
IRONMAN 풀코스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마지막 힘을 끌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선.
14시간 41분 53초.
수영
1시간 52분 03초
사이클
7시간 26분 18초
마라톤
5시간 01분 14초
마침내 나는
내 생애 첫 IRONMAN 풀코스를 완주했다.
넘지 못할 벽은 없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돌이켜보면
나의 철인3종 도전도 담쟁이와 같았다.
처음에는 사이클이라는 벽이 있었다.
그다음에는 수영이라는 벽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이언맨이라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에 벽을 넘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 번의 팔 돌리기.
한 번의 페달링.
한 걸음의 뜀박질.
그 작은 움직임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결국,
넘었다.
넘지 못할 벽은 없다.
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환갑에 처음 잡아본 사이클.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며 배웠던 페달링.
9개월 동안 배워 처음 완주했던 수영.
그리고 고성 IRONMAN 70.3을 거쳐
마침내 도전한 IRONMAN GURYE KOREA.
돌이켜보니
14시간 41분 53초라는 기록보다
더 소중한 것은 그 시간을 만들어낸 과정이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이 길을
나 혼자 걸어온 것도 아니었다.
이선춘 코치님.
김동환 사장님.
육현철 교수님.
안성환 교수님.
김혁동 형님.
나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기술을 가르쳐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구례의 길에서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신
김동환 사장님,
이명숙 부회장님,
정효선 누님.
105km 이후 근육경련으로
몸과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던 순간,
여러분의 얼굴과 응원이 떠올랐습니다.
그 응원이 저를 다시 자전거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마라톤 코스에서
끝까지 힘찬 응원을 보내주신
김단비 원장님과 10언더 회원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오늘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한다.
“잘했다.”
“환갑에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 인생에서 또 다른 벽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겠다.
담쟁이처럼.
서두르지 않고
한 뼘씩.
힘들면 잠시 쉬어가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넘지 못할 벽은 없다는 것을.
환갑에 시작한 도전.
그리고 마침내,
철인이 되었다.
I AM AN IRONMAN
2026. 10. 4.
IRONMAN GURYE KOREA
14:41:53
환갑에 시작한 도전,
그리고 마침내 철인이 되었다.
I AM AN IRON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