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토요일. 이제부터 진짜 방학이다.
귀양간 한결이를 찾아 마륜에 나도 간다.
냉장고를 뒤져 몇 가지를 넣고 마륜에 닿으니
박서방은 집수리로 땀흘리고 어머니는 외손자들과 씨름이다.
한결이는 TV 앞에 태평이다. 돼지고기를 썰어 호박국을 끓인다?
보일러 서비스 끝나고 대곡으로 해삼잡으러 가자는데 그냥 먼저 집을 나선다.
말봉산 넘어 비조암까지 가보자고.
13:40? 대강 당곡 지나 용흥사 아래 주차하고 절에 오른다.
절 너머 길이 없다. 산딸기 나무들이 길을 덮어 짧은 소매 팡과 손이 긁힌다.
한낮이어서인가? 양용석과의 술 탓인가? 체력 탓인가? 호흡이 턱까지 차 오른다.
바위 샘에 다다르기 전에 쉰다.
길은 발 바닥 닿은 옛 희미한 길을 밟고 오르는데 자꾸 미끄러진다.
바위에서 쉰다. 첫 동굴 물은 상했다. 바가지도 곰팡이가 슬었다.
이 곳에 단군전을 지어야 한다던 당골을 만난 때가 언제였을까?
90년 초? 창욱이랑 메재에 올라 능선을 타고 말봉산 비조암 지나 이 계곡을 내리다가 절에서 떡을 얻어 먹고 그랬지.
그 때가 초파일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동강 아이들과 오를 때만 해도 동강면사무소 일꾼들과 지역의 산행객들이 더러 있어 길이 유지되더니 아무리 여름 탓이라 해도 온통 막혔다.
능선에 오르니 더 심하다. 칡넝쿨은 나를 잡아 당기고 키를 덮는 풀은 칼날처럼 할퀸다.
바위에 서서 혹시나 하고 준환이 집을 향해 불러본다.
'준환이! 준환어' 물론 대답이 없다. 그의 비닐 하우스와 벌통이 보인다.
첨산 뒤 여수 반도 쪽으로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태풍(남테프론?)은 아닐텐데, 또 가지산에서처럼 소나기를 만나려나?
비 옷도 안 챙겼는데--- 조금 길이 남아있는 정상 길 못 미쳐 바위에서 끝내 비를 만난다.
비는 힘차게 옆에서 몰아치며 얼굴을 때린다.
금방 옷이 흠뻑 젖는다.
그 속에 폼 잡고 사진을 찍는다. 허 참.
정상에서 저 멀리 제암산, 금전산, 조계산 들을 둘러보다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비조암과 첨산 길은 아마 어려울 것 같다.
겨울에 낫들고 오를까? 또 지극한 성묘객 있다면 모를까?
경사길 미끌어져 내리니 오른 무릎이 아프다.
지리에서 잘 내려와 질려나 걱정이다.
절 아래 당산나무를 더 내려가 신발을 씻고 맨 발로 차에 오른다.
차에 있는 비 옷을 운전석에 깔고 집으로 간다.
석양에 한결이를 꾸짖어 뒷길 산책을 하다.
'아들 키가 아부지 보다 크네'라는 소리를 여러번 듣다.
호계에 쉬파리들이 앵앵댄다. 나는 바위에 스인 한자들을 들어다보며 설명하지만
한결이는 관심이 없다. 아버지 산소 옆에서 애호박 하나 따 내려오다.
선아네가 잡아 온 해삼을
공우 아재, 사동 어른, 장동 아짐 등이랑 소주에 먹다.
일요일 오전엔 매미 소리, 수탉 우는 소리 들으며 낮잠자다가,
오후에 선아네 가족과 대곡리 가서 해삼 세 마리 잡고, 고동 주워 담다가 문어도 한마리 잡다. 청각도 듣어 넣어 집에와서 해삼 속을 청소하여
냉장고에 넣어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