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본 해설 : 32장 예상되는 반대 의견(276-287면)
오늘날 레지오 마리애는 163개국이 넘는 나라에 도입되었고 전세계의 레지오 단원 수가 1,0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단체가 되었다. 그러나 레지오가 애초부터 환영 받은 단체는 아니었다. 교회 일을 성직자들이 거의 도맡아 하던 시대에 평신도들이 영적인 활동을 하였으니 교회 당국에서 고운 눈으로 보아줄 리 없었다. 사목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였지만 초창기부터 반대 의견에 부딪혔으며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1957년 교황 비오 12세가 평신도 사도직 대회에서 레지오 마리애는 참된 평신도 사도직 조직이며 가톨릭 액션 단체임을 주교들이 옹호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레지오에 대한 반대 의견들이 쏙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과 같이 교본에서 제시하고 있는 레지오 도입에 '예상되는 반대 의견'도 이미 레지오가 실제로 겪은 것들이다.
1) "여기에는 레지오가 필요 없다.":레지오 사도직의 필요성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은 평신도 사도직 활동이 필요 없다는 것과 같다. 레지오는 가톨릭적 열성과 정신을 북돋우는 단체이므로 레지오가 필요 없다는 것은 가톨릭적 열성이 필요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2) "단원이 될 만한 사람이 없다.":이러한 반대 의견은 영적 수준이 높거나 상당한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레지오 단원이 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레지오는 어떤 계층이나, 어떤 형태의 사고 방식, 교육 및 인종을 가리지 않고 두루 적용될 수 있다.
3) "레지오 단원의 방문을 꺼려할 것이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꺼려한다. 레지오 단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레지오는 방문의 본질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대화만 된다면 상대방이 안심을 하고 환영한다. 레지오는 초창기 때부터 가정 방문 활동으로 성과를 거두어 왔다.
4) "젊은이들은 낮 동안 열심히 일하므로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교회 사업은 한가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낮에 고되게 일하고 저녁이 되어 건전한 휴식만 취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향락과 물질주의에 빠지기 쉽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는 심각하며 청소년 범죄는 날로 악화되고 증가 일로에 있다. 젊은이들을 레지오에 가입시킨다면 그들은 저녁 휴식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게 될 것이다.
5) "레지오는 같은 이념과 사업 계획을 가진 여러 단체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레지오 마리애는 교회 안의 여러 신심 활동 단체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특수한 단체이다. 성모 마리아의 영성에 바탕을 두고 매주 회합을 통해 기도와 공부를 하면서 투철한 사명 의식을 지닌 사도를 양성한다는 점과 배당 받은 활동을 한 주일에 두 시간 이상 실시하여 구두로 보고하는 점이 다른 단체와 다르기 때문이다.
6) "레지오가 펴는 사업들은 이미 다른 단체들이 하고 있으므로 서로 충돌할지도 모른다.":레지오 마리애는 빈첸시오회에서 나왔지만 서로 마찰이나 충돌이 없었다. 애초부터 규칙을 통해 안전 장치를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레지오는 다른 단체가 하는 일을 방해한다든지 마찰이나 충돌을 빚는 일은 결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단체들을 존중하고 다른 단체들의 행사를 도와주고 다른 단체들의 회원을 모집해 주는 활동까지 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7) "단체들이 이미 너무 많다. 그러므로 레지오를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단체를 활성화하여 레지오가 계획하는 활동을 맡기는 것이 옳은 일이다.":교회 안에 다양한 단체가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사도직 활동 분야가 넓고 다양해지고 신자들의 사도직 참여도가 높아지며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성격의 단체를 묶어서 통합한다든지 새로운 단체가 하려는 일을 도맡아 함으로써 아예 새 단체의 설립을 막아 버리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8) "여기는 작은 고장이므로 레지오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작은 지역이라고 해서 레지오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지역이라도 레지오를 도입함으로써 성공적인 선교 활동을 펼 수 있게 된다. 가톨릭 신자 비율이 낮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주교들은 레지오를 도입함으로써 교세가 급속도로 확장되자 '레지오 마리애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좋은 선교 방법'이라고 천명하였다.
9) "레지오 활동 가운데 어떤 것들은 영신적인 것이므로 그 성질상 사제의 직분에 속한다. 다만 성직자가 손댈 수 없을 때에만 평신도에게 배당해야 한다. 사실 나는 일 년에 몇 차례씩 신자들을 방문하는데, 그것으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고 있다.":레지오는 영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이므로 사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사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성직 사도직과 평신도 사도직은 알력 관계가 아니라 상부상조하는 관계여야 한다. 성직자는 영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혼자서 본당 전체 일을 도맡아 할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사제의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한다. 레지오는 사제의 대리자들을 마련해 주는 단체로서 사제로 하여금 광대한 본당 구역의 구석구석까지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사제의 도구이다. 성직자들은 사목 활동을 할 때 평신도 사도직을 존중하고 레지오를 자신의 손과 발로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10) "단원들이 무분별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레지오는 단원들의 인격 도야를 도모하는 단체이다. 왜냐하면 단원들이 사도직 활동을 수행할 때 분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규율과 수칙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그 예로서 영적 독서와 영적 지도자의 훈화가 있고 도제 제도가 있으며 상훈이 있다. 그리고 주회에서 활동 보고를 하여 격려와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규율과 수칙을 통해서 단원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고 단원들의 인격을 도야한다.
11) "시작하는 데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호사다마(好事多魔)나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레지오 마리애뿐만 아니라 모든 좋은 사업도 시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시작이나 시도를 아예 하지 않으면 아무런 결실도 없다. 레지오는 목적 달성과 이상 성취를 위해 행동을 중요시한다. 행동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일단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은총의 존재를 무시하는 신중성과 우유부단을 버리고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과감하게 레지오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레지오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들을 훑어보았다. 이러한 의견들은 오늘날에는 거의 불식되었다. 그러므로 단원들은 안심하고 레지오의 좋은 점들을 홍보하고 레지오 확장과 단원 모집에 앞장서야 한다.
<사목, 2002년 8월호> 최경용(베드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