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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일 정 : 2006년 5월 11일(목) ~ 6월 2일(금), 화요일 ~ 일요일 10:00 ~ 19:00 (월요일 휴관)
* 5월14일(일)은 공연 관계로 12:00까지 전시관람
* 전시오픈 : 2006년 5월 11일(목) 18:00 ~ 20:00
ㅇ 개최지역 : 서울 종로구 갤러리 조선
ㅇ 연 락 처 : 02-723-7133
ㅇ 홈페이지 : www.gallerychosun.com
FULL MOON WISH 박 주연 전
박주연의 이번 개인전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부조리극 (Theatre of Absurd)인 '고도를 기
다리며' 를 인용한 작업을 중심으로 한다. 전시제목인 'Full Moon Wish' 는 이 연극의 무대 배경으로
등장하는 달을 재해석한 박주연의 설치작업 제목이기도 하다. 전시기간 중 작가는 아일랜드인 5명으로
구성된 BH 프로덕션을 초대하여 '고도를 기다리며' 를 상연한다. 공연의 배경으로는 박주연의 '보름달'
작업과 황량한 길가에 선 나무 한 그루만이 사용된다.
보름달이 떠 있는 전시장의 한 쪽 벽면에는 비눗방울과 잉크를 섞어 제작한 드로잉이 보여진다. 비눗방
울 드로잉은 호흡과 농도를 섬세하게 조절하여 불어낸 비눗방울을 종이 위에 떨어뜨린 흔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여기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희망과 허망함, 유한함과 무한함, 짧은 시간과 기억
그리고 여백과 연민에 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이 담겨 있다. 박주연은 과거의 작업에서 그래왔던 것
처럼 최소한의 방법과 요소들만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이미지는
베케트 희곡의 간결함과 무의미한 존재에 대한 묘사들과 상응한다.
전시장의 다른 한 쪽 벽에는 원고지의 이미지를 스크린 프린팅한 후 그 위에 작가가 직접 손으로 글씨
를 쓴 작업들이 보여진다. 벽면 위에 직접 작업한 <럭키>는 '고도를 기다리며' 의 등장인물 '럭키' 의
대사를 작가가 그대로 옮겨 쓴 것이다. 이 부분은 극중 럭키의 유일한 대사이기도 한데, 한참 동안 빠
른 속도로 진행되는 대사는 얼핏 들으면 지적이고 박식한 사람의 연설이나 강연을 듣는 것 같은 느낌
을 주지만,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단어들의 조합들일 뿐이다.
부조리한 언어에 대한 박주연의 관심은 2005년 일본에서 제작된 작업 ‘Telling Nakahara Chuya’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작가는 아키요시다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머무는 동안 지역주민들에게 나카하라 추
야의 시 '요고레지마따 가나시미니' 의 해석을 부탁하고 불완전한 언어 소통에서 생성된 단어들을 모
아 재구성한 일종의 단어 시(words poem)를 제작했었다. ‘고도를 기다리며’와 연관하여 보여지는 이
번 전시의 텍스트 작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럭키>의 대사는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부조리하며, 언어가 온전한 전달 수단이 되기에 너무도 부적합하기에 인간의 유일한 피난처는 웃음 속
에 있다고 보는 부조리극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그것은 박주연 스스로 언어에 대해 느끼고
있는 유한성과 허무함, 일회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의미해 보이는 운율들 사이의 공간을 통해 소
통되리라 믿고 싶은 ‘어떤 것’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문화충전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