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크리시오스에게는 다나에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다나에의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기 때문에 그는 다나에를 청동감옥에 가뒀다. 그러나 성장해가는 딸의 아름다움을 막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어느날 청동감옥을 지나던 제우스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말았다. 제우스는 매번 인간의 딸을 사랑할 때마다 변신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청동감옥에 스며드는 황금 빛 빗줄기로 변신했다. 다나에는 제우스의 사랑으로 페르세우스를 낳았고 페르세우스의 탄생을 알게 된 아크리시오스는 모자를 상자에 넣어 바다에 띄워보냈다. 모자는 세리포스라는 섬에서 어부의 그물에 걸려 왕 앞에 나가게 된다. 폴리덱테스왕은 다나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 걸림돌 페르세우스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페르세우스는 매번 승리하여 메두사의 머리를 자르고, 이디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출한 영웅이 되었다.
페르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아크리시오스는 테살리아 지방의 라릿사로 도망쳤다. 라릿사의 왕이 부왕의 제사를 기념한 경기대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에 참석한 페르세우스의 원반이 빗나간 것이다. 원반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객석에 앉은 늙은 아크리시오스를 가격하여 즉사시켰다.
이런 신화의 내용에 영감을 얻은 많은 화가들은 아름다운 다나에의 모습을 형상화했지만, 청동감옥에 떨어지는 황금비를 망연히 쳐다보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금화를 받아 챙기고 있는 추악한 노파를 통해 다나에를 한층 더 신비롭고 아름답게 묘사해 놓았고, 잉태의 순간을 성스럽게 묘사했다. 그러나 동일한 주제를 여러 번 그려야 했던 티치아노는 유사한 그림들 중 한 장에 다나에의 손을 그렸다. 황금비를 자신의 음부로 끌어모으고 있는 모습이다. 클림트에 의해서 다나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되었다. 늘어진 커튼을 제외한 모든 소품들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다나에의 웅크린 자세는 비좁은 청동감옥의 공간감을 충분히 살려주기도 하고, 사랑의 자세를 표현하기도 한다. 전면에 그려진 굵은 허벅지에 가려진 왼손은 수음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고, 관능적 희열이나 공포가 아닌 야릇한 표정 속에 첫경험의 감정을 담고 있다. 이 여인의 가랑이 사이로 제우스의 황금비가 (확대된 수억마리의 정자모양을 하고) 쏟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