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합판'의 나라 핀란드.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은 질 좋은 나무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나라, 핀란드다. "핀란드 사람들의 고요함과 평안함의 원천은 바로 숲"이라는 극중 한 마디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순간이다.
핀란드 헬싱키의 자그마한 일식당 '카모메 식당'을 주요 무대로 삼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주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야무진 일본 여자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일본과 핀란드 사람들 모두 '연어'를 좋아한다는 점 하나를 근거로 무턱대고 덤빈 듯 보이지만, 그녀만의 메인 메뉴 '주먹밥'은 결국 핀란드 사람들의 입맛을 길들이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방점은 그 과정 가운데 이리저리 얽혀 카모메 식당에 꼬여드는 또 다른 여자들에게 찍힌다.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세계지도를 찍었더니 핀란드를 가리켰다는 엉뚱한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와 공항에서 짐을 분실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독특한 감각의 중년 여성 마사코(모타이 마사코).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갓챠맨' 마니아인 청년 토미와 식당 앞을 어슬렁거리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 핀란드 여인까지 합세해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간다.
1972년생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데뷔작이자 베를린국제영화제 어린이영화 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 <이발사 요시노>에 이은 두 번째 장편 <카모메 식당>은 여러모로 맛깔스런 영화다. 북유럽의 이국적인 식당의 단아한 인테리어와 어우러지는 깔끔한 일식 단품 요리들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더욱 활기 넘치는 것은 캐릭터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다채로운 엉뚱함을 지닌 각각의 캐릭터들은 허황된 꿈을 불어넣는 대신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안긴다.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부럽다"는 얘기에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덤덤하게 대꾸할 수 있는 여자들은 그리 흔치 않다. 참고로 세 일본 여배우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진 트리오. <카모에 식당>은 지난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 리턴즈' 프로그램 중 인기리에 상영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