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은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정착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습니다.
정착한 마음을 남긴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게 참으로 쉬운일은 아닙니다.
강정마을 사람들에게는 처음보는 이라도 신뢰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불안함을 저항한 용기에서 나오는 신뢰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무조건적 신뢰입니다.
여행자로 하여금 사랑을 느끼게 해줍니다.
강정마을은 그런 곳입니다.
사람은 자연의 마음을 닮아간다고 합니다.
강정마을의 자연은 세계가 주목하는 깨끗하고 광활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성분이 서로 다른 바다와 민물이 함께 어우러진 환경에 생물들이 살아가는 신비스러운 자연입니다.
자연의 모습따라 강정주민분들도 그렇게 살아왔을 것입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그런 분들입니다.
서로 믿으며 '함께'라는 가치 안에서 자연스레 나누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마을의 그런 사람들입니다.
한 주민이 말했습니다.
강정 마을은 제주도에서도 으뜸이고 뭘 하더라도 일등이고 단합도 잘 되기로 유명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옛 이야기 말하듯 한 숨 섞인 표정이었습니다.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을 온 몸으로 막아 생명평화의 마을이 되는 것이
이 마을에 함께 있는 저와 모두의 꿈일 것입니다.
이 아름답고 고귀한 마을이, 모두의 고향인 이 강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낸다면
생명평화를 상징하는 마을이 될 것임에 확신을 합니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는 죽어가고 있고 평화롭지 못합니다.
4년여 동안 싸워 온 이들은 적군 대 아군이고 서로를 향해 침묵 속에서 등 돌린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쳐 쓰러져 체념한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강정마을을 지켜내어 생명평화 마을이 되는 날, 그 때 주민 모두가 과거를 곱씹지 않은 채 얼싸 껴안으며 기뻐할 수 있을까요.
생명평화의 마을은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평화 공동체입니다.
해군기지로 인해 분열된 마을을 살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전처럼의 강정마을 공동체가 다시 힘을 낸다면 구럼비 용사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고
해군기지는 적군의 무기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음을 깨닫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생명평화 순례를 한지 3주째입니다.
묵묵히 걷기만 하다가 주민분들과 인사하고 이야기 나눌 때면 이 공동체는 아직 살아갈 힘이 남아있음을 느낍니다.
지금 껏 만난 사람들 중 희망이 없다고, 그리고 강정마을이 파괴되길 원한다는 마음을 내비친 분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찬성하시는 분도 만나뵙습니다.
그러나 찬성한다 한들 강정마을이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누구의 말처럼 해군과 전쟁이 무섭고 가난이 지겨운 마음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상처가 무기가 되어 상처를 주는 일은 이제는 없어야 합니다.
서로의 실수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여러분, 지금도 강정마을은 살아있습니다.
붉은발 말똥게가 있음을 믿듯 강정마을 공동체의 생명도 살아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께 여쭈어봅니다.
강정마을 공동체가 생명평화의 공동체가 되는 길은 어떤 길이 있을까요?
불신과 오해 그로인한 원망으로 가득찬 강정마을 공동체를 살려야 됨을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