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 세상을 위해 일하다”
- 일터이자 놀이터, 복합 카페 공간 영국 ‘허브’ 방문기
김진아 (기후변화센터 연구원)
카페이자 회사, 창의적 기업의 보금자리, 꿈꾸는 젊은이들의 인큐베이터, 일터이자 놀이터, 온오프라인 만남의 중심....
이 공간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유럽에 있는 한인과학자들을 위한 강연에 연사로 초청되어 영국을 방문하게 된 환경재단과 기후변화센터의 공동 대표이자 환경연합의 설립자인 최열 대표와 함께 찾아간 ‘허브(The Hub)’와 ‘굿브랜드 앤 컴퍼니(Goodbrand & Company)’에 대해 소개한다.
The Hub
hub1〔〕 n.
1 (차륜의) 바퀴살이 모인 부분, 바퀴통(nave);(선풍기 날개가 달린) 축2
(활동의) 중심, 중추, 중핵(center)
a hub of industry 산업의 중심지
3 (고리 던지기의) 표적
4【컴퓨터】 허브 《몇 개의 장치가 접속된 장치》
5 [the Hub] 미국 보스턴 시의 별칭 《the hub of the universe의 뜻에서》
nav*r의 영어 사전에서 hub를 찾아보면 위와 같은 뜻이 나온다. 런던의 중심지를 벗어난 북 쪽의 킹스크로스 역 바로 옆에 위치한 The Hub는 위 다섯 개의 뜻 중 2번의 뜻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많은 정보가 모이고 또 그 자리에서 다시 뻗어 나간다. 말 그대로 ‘중심’이다. 이쯤에서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궁금할 테니까. The Hub는 카페다.

그림 1) 건물의 외관만 남기고 안은 포근하게 꾸민 The Hub, King’s Cross의 실내
나도 이 근사한 공간에서 저들 속에 섞여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알랭 드 보통의 책 한 구절 읽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 솟구쳤다.
그러나 이곳은 그냥 카페가 아니다. 카페이면서 직장이다. 카페이면서 직장이면서 미팅 장소이다. 카페이면서 직장이면서 미팅 장소이고 강연장이다.(여기서 미팅은 업무를 위한 미팅을 말한다.)
무슨 말이냐고? 말 그대로다. 여기 보이는 사람들은 우리가 카페에서 주로 하는 과제 작성이나 잡담(혹은 멍때리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일을 하고 있고 중요한 미팅을 하고 있다. The Hub는 그런 곳이다.
The Hub 와 Goodbrand & Company
The Hub를 얘기하면서 Goodbrand & Company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이 이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들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11년 전에 만들어진 Goodbrand & Company는 일종의 컨설팅 기업이다.(아...사실 기업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작긴 하다.) 11명의 아이디어 넘치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 작은 거인은 많은 거대 기업의 사감선생 노릇을 하고 있다. Volvic, Nestea, Danone, Cadbury, Nespresso 등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다 아는 기업들이 이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변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Goodbrand & Company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 Allen Wagenberg(Head of Knowledge and Insight)가 자신 있게 예를 들어 준 ‘네스프레소 프로젝트’의 경우를 보면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와 도덕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이미지와 (가능하다면) 이익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낸다. 또한 기업과 함께 일하는 이들(네스프레소의 경우에는 커피를 제공하는 농부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방법을 찾고자 하니 어찌 대견하지 아니한가.

그림 2) 2층은 회의 공간이고 1,3층은 개인 사무나 소규모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트리움처럼 만들어진 지붕 덕에 3층은 별다른 조명기구 없이도 환하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흥미를 느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시스템의 공간이 아직 없다. 어쩌면 최열 대표가 조만간 서문안길 어딘가에 ‘그린 허브’라는 이름으로 열지도 모르겠다. 사람 좋아하는 최열 대표가 The Hub(King’s Cross)를 디자인한 소울 충만한 인도인 건축가, Indy Johar를 서울로 초청하였으니 불가능한 바람도 아닌 듯하다.

그림 3) 어떤 곳에서 어떤 자세로 앉아도 좋다. 당신이 원한다면.
다시 The Hub로 돌아가자. The Hub는 Goodbrand & Company에 의해 세워졌다. 아, 세워진 것은 아니다. 이미 있던 건물의 실내만 고친 것이니. 150년이 넘은 건물을 25년간 렌트하여 실내를 고치고 사람들을 모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과 직업을 가지고 있다. Allen의 말을 들자면, traditional한 banker는 이곳에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The Hub를 사용하는 시간만큼 돈을 낸다. 일종의 멤버십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는 요금이 단지 공간 사용에 대한 요금은 아니다. 이들이 The Hub의 멤버십을 취득하는 순간 전 세계 13국가에 있는 The Hub의 멤버들이 덤으로 따라오게 된다. 각각의 Hub에는 상주하는 Host가 있고 그들은 멤버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직업, 관심 분야, 전공, 취미와 특기 등 각 멤버들의 특성과 취향을 파악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만남을 주선(?)해 주고 어느 한 쪽이 특정한 분야의 사람과의 만남을 원할 때 적절한 멤버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브레인스토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자체가 삶과 일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The Hub는 그런 사람들에게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
어떤가? 분위기 좋지 않은가? 따뜻한 느낌의 원목으로 만들어진 벽과 계단, 자연광이 은은하게 부서지는 실내, 그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이루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
첫댓글 크~~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 창의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속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일하는 의욕도 배가 되지 않을까 ~~~아~~ㅋㅋㅋ구경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