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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의 촛불들. 이 나라를 살리는 희망의 촛불입니다. |
ⓒ 강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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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은 오지 마을입니다. 청정한 기운이 풀어져 있어 하루의 시작이 행복한 고장입니다. 그런 고장에서도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을 들었습니다. 27일 저녁의 일이고, 정선에서는 미친소 반대를 위한 첫 촛불문화제 였습니다.
촛불 들기 위해 두 시간 기다린 학생들, 그런데...
행사 시작은 저녁 7시 30분. 행사가 시작 되기 두 시간 전부터 여학생들이 촛불을 들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곧장 행사장인 정선장터 문화마당으로 온 듯했습니다.
"촛불 들면 잡혀가요?"
한 여학생이 물었습니다.
"촛불 든다고 잡아가면 전국민을 다 잡아가야 할 걸? 아무 일 없을 테니 걱정마라."
여학생들은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펼침막을 걸고 음향을 준비하는 동안 여학생들은 뒷골목에 숨어 있었습니다. 무대에 올라 어떤 것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도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 여학생들은 끝내 촛불을 들지 못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정선고등학교 교사들이 여학생들을 집으로 보냈기 때문입니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제가 교사에게 다가가 "역사에 죄를 짖지 말고 학생들을 자유롭게 참여하게 하라"고 항의했지만, 이미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의해 기가 죽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결국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학교 교사들이 행사장으로 오는 양쪽 도로에 자리를 잡고 촛불을 들기 위해 걸음하는 학생들을 발길을 막았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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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메시지. 학교측에서 학부모들에게 촛불시위 참가를 자제하도록 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 강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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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 교육적인 차원이라네요. 무엇이 참 교육인지 모르는 교사들입니다. 학생들보다 못한 이명박 정부와 그에 발 맞추는 교사들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에게 촛불문화제 참석 자제 문자 보내
이미 지난 5월 16일, 정선중학교와 정선고등학교(교장 임준환)에서는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문자메시지를 보낸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은 이렇습니다.
"쇠고기 수입 논란에 대하여 촛불 시위 참가 자제토록 교육적인 차원에서 지도바람. 학교장 올림"
이런 메시지를 받은 학부모들, 한마디로 '웃긴다' 였습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학교가 이런 것을 막고 있냐는 것이지요. 한 학부모는 "미친소 먹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먹고 죽으라는 정부나 학교나 같은 사람들"이라고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27일 정선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인원은 150여명. 대단한 숫자입니다. 교사들이 지켰지만 촛불을 든 학생들이 20여명은 됩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몇 차례 촛불문화제를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미친소가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이지요.
시골이다 보니 프로그램이 알차지 못했습니다. 가수도 없고 도시처럼 자유발언을 당당하게 하는 이들도 없습니다. 즉석에서 출연자를 섭외하고 찾아내야 하는 행사였습니다. 다행히도 촛불을 들러 온 사람 중에 정선출신 보컬이 있어 즉석에서 노래를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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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음악도 없이 노래를 하고 있는 락 그룹 고구려밴드. 얼마 전에 2집 앨범을 냈단다. "나도 정선 사람이래요" |
ⓒ 강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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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락 그룹인 고구려밴드 보컬로 고향에 들렀다가 촛불을 들기 위해 행사장에 왔다고 했습니다. 반주 음악도 없는 상태. 음향도 형편없었지요. 지직거리는 소리는 연신났고. 가수에겐 고역이지만 그는 괜찮다며 반주 없는 노래를 두 곡이나 불렀습니다.
"미친 쇠고기 먹으면 임신을 못한데요"
다음 순서로 행사에 참여한 여학생들이 무대로 나왔습니다. 교복을 입은 채였습니다. 학생들은 즉석에서 노랫말을 지었습니다.
"미친 쇠고기를 먹으면 장가를 못간데요. 아, 정선군민아. 미친 쇠고기를 먹으면 임신을 못한데요. 아, 미친 정부야."
노랫말이 재밌어서 참석한 이들이 함께 따라 불렀습니다. 학생들이 촛불을 들기 위해 모여드는 시간, 어른들은 그 학생들을 막아섰습니다. 경찰차는 행사장 주변을 순회하고, 뉴스에서는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을 엄벌하겠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여린 학생들이 마음 놓고 행사에 참가 할 수 있겠는지요.
그래도 용기 백배하여 촛불을 든 학생들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부끄러워할 어른들은 그 순간에도 왜 부끄러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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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아웃! 손 피켓을 직접 만들어 온 가족 "미친쇠고기 먹기 싫어요. 살려주세요." |
ⓒ 강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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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정선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김도후·신시내 부부는 정선에서 연극활동을 하는 부부인데, 이 고장에 정착한 지 몇 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부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데모나 집회가 없는 나라가 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아이들까지 촛불을 들게 한 이 나라 정부에게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대통령 한 사람이 나라를 촛불 천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부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이명박 정부에게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밤은 깊어 갔고 행사 시작 두 시간 만인 9시 30분이 되어서야 촛불은 꺼졌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까지 '이명박은 하야 하라!'라는 구호가 나왔으니 이명박 정부의 끝을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젯밤은 분명 정선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확인 시켜주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거리 행진을 할 곳도 없는 강원도 정선에서의 촛불문화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두 번째 촛불문화제에는 학생들의 참여를 막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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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중. 청와대가 떠나갈 정도로 미친소 반대 함성 질러 주십시오! |
ⓒ 강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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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모..누구든 장단점은 있지요..국민의 뜻을 따라야 할 정부가 힘이 있고 돈이 있는 곳에 뜻을 따르려 하니,,ㅠㅠ
심하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데 그럴때마다 살해당한다는 논리는 아니다 싶네요. 국민들이 결집하여 좋은 방향을 제시한다는 건 좋지만 왠지 누군가가 살해 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시는듯한 오해를 할 수도 있을것도 같고... 광기님, 좋은 세상을 위한 걱정이라고 생각할게요~
재혁사랑님, 같은 기사 올려주신거 삭제했나봐요~ 그런뜻은 아녔어요~ ^^**
아녜요. 동일한 것이라 중복될 필요가 없어서요. 한 가지 걱정되었던건 '이 카페가 추구하는 것과 동 떨어진 기사가 될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인 '노무현과 삼겹살을 구워먹는 ...'카페였거든요. 그날 이길영선생님께서 노래를 부르셨던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수입할수 있는 협정에 반기를 들으셨던건데 노 대통령을 찬양하는듯한 뜻이 담긴것으로 보일수도 있겠더라구요. 예전에 저의 서명이 나쁘게 이용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꽤 난처했었거든요. 이해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