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영동 삼각선을 탄뒤 봉화군에 들어서니까 영주시의 눈 없던 모습과는 달리 엄청나게 눈이 쌓였다. 봉화역을 지난 다음에 있는 거촌(巨村-큰 마을)역은 이름과는 달리 마을이 작은 편이었다. 중간 중간에 졸면서 처음오는 구간인데도 몇 곳은 보지 못했다--;; 13:15분 승부역에 도착했다. 승부역에 내리기 전부터 엄청난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러잖아도 많이 온 눈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승부역 왼쪽은 강이 흐르고 오른쪽은 마을이 있었는데 강을 건너는 쪽만 다녀왔다. 출렁다리로 강을 건너는데 사람 올라가는 것을 진행측에서 수 제한을 시켜도 다리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얼어붙은 나무판 위를 건넜다. 다리를 건넌 뒤에는 강을 따라 나 있는 오솔길의 눈 위를 걸어서 분수가 있는 곳에 갔는데 분수가 얼어 있다가 갑자기 조금씩 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신기해서 쳐다봤다. 강 건너편에 있는 동안 강릉발 청량리행 새마을호가 승부역을 지났다. 이번에는 나무다리를 이용해서 승부역쪽으로 돌아왔는데 역시 나무다리도 위부분이 얼어있어서 조심조심 돌아왔다. 승부역쪽의 강가에서 보니까 영주방면에서 들어올 때 터널을 나와 다리를 건너서 승부역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터널 입구와 다리가 이어진 모습이 멋져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1시간 30분 동안 긴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먹은 뒤 14:45분 마지막 목적지인 추전을 향해 출발했다. 눈보라는 계속 몰아쳤다. 강을 따라 계속 가는데 석포역에서 그 근처에 어울리지 않는 공장과 많은 화물차들을 봤다. 화물차에는 발화주의(Flammble)라고 써 있었고 공장의 탱크에는 진한황산이라고 써 있었다. 제련소가 검은 연기를 내뿜는 것을 보니 영동선이 원래 산업철도라는 것이 떠올랐다. 태백시로 들어간 뒤 다음 역인 동점(銅店-'구리가게')이란 이름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철암역에 15:20분쯤 도착했는데 열차의 분뇨탱크 처리관계로 좀 길게 정차했다. 철암역에서 오랫동안 서 있던중 창밖을 보니 석탄차에 석탄이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도 석탄을 캐는지...백산역을 지난뒤에는 영동-태백 삼각선으로 빠져 태백선에 들어갔다. 철암역에서 오래 서 있는 것도 시간표예정인지 추전역에는 15:45분쯤 도착했다. 추전역 플랫폼을 벗어난 뒤에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역 852m'라고 써진 비석이 있었는데 이 앞에서 사진도 찍고 태백역쪽으로 가면 있는 간이눈썰매장에서 오랜만에 눈썰매도 타봤다. 추전역 왼쪽으로도 석탄차들이 있었다.
16:15분 드디어 집으로 가는 긴 시간이 남았다. 정암터널을 지나서 고한역에 들어서니 아침에 간현역에서 본 8101호 기관차가 강릉행 무궁화호를 끌고 고한역에 들어왔다. 고한역의 한자를 보니 '옛 고(古)'자에 '땀 한(汗)'자인 것이 태백·정선일대의 옛날 모습인 탄광촌이 연상되었다. 계속 눈보라는 휘몰아치고 그도중에 옆에 있는 많은 허름한 집들을 보니 이 곳이 몰락한 탄광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것 같았다. 사북역 주위에도 석탄을 나르는 화물차가 녹슨 채 있었다. 이곳도 역 이름에서 탄광촌인 것이 드러난다. 한자가 '집 사(舍)'자에 '북녘 북(北)'자였다. 사북역을 지나니 정선군에 들어선 채 까마득한 높이에 있는 철도를 지나 증산역으로 향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덕소-양평 구간에서 내려다 보이는 국도 6호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높이였다. 증산역에 왔다는 것은 정선선이 갈라져 나가는 모습(증산역에서 사북역쪽으로 선로가 갈라진 뒤에 산을 뚫고 터널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계속 열차를 타는 동안에도 눈보라는 가끔씩 몰아쳤다. 다음 역인 자미원역도 추전역처럼 '높이 688m'란 말이 써 있는 나무판을 건물에 붙여놓고 있었다(틀릴 수도 있다--;;)계속 열차를 타고 영월역에 들어서니 역사 건물에 한자가 써진 나무판이 붙어있는 데 그 판이 조금 멋져보였다. 영월역을 지나서 송학역까지는 자 버렸다--;; 깨어나 보니까 제천은 눈이 그렇게 많이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제천역에서 저녁식사인 도시락을 싣기 위해 조금 길게 정차했다. 우리 가족은 도시락값은 내지 않고 1인당 5천원만 내서 도시락은 먹지 않았다. 원주에 멈추기 전에 치악역 건물을 이번에는 볼 수 있었다. 다시 잠이 든 채로 원주역을 지나쳤다. 20:06분 양평역 도착. 이번에는 꽤나 많은 사람이 내렸고 원주행 통일호가 들어왔다. 양평역을 떠난 뒤로는 10분 정도 차내의 불을 끈 뒤에 이벤트를 가졌다. 청량리역에는 21:00 정각에 도착.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옆에 서 있던 21:00 부산행 무궁화호가 떠났다.
이번 환상선 열차여행은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기차를 탄 것이 처음이어서 몸이 약간 피곤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런데 이정도에 몸이 피곤하면 만약에 '환상의 해안선 기차여행'을 간다면 어떻게 견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