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에서 길지 않은 시간에 훌쩍 다녀올 만한 가을 나들이코스가 경기도 포천군 운천면에 있는 산정호수다. 산정호수는 호수 뒤에 우뚝 솟은 명성산을 비롯, 많은 봉우리들이 호수를 에워싸고 있어 산과 호반의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75년 전에 축조된 명성산 중턱의 산정호수는 저수량이 2백30여만t이고 수심이 23.5m에 달한다. 이 거대한 호수 주변 64만4천5백㎡가 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깨끗한 호수가 일출의 아름다움, 일몰의 장관과 어우러져 한국의 대표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가을이면 산정호수로 들어가는 양쪽 도로변과 호수가를 따라 약 6km에 걸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도열하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호수가의 산책로(3㎞)는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길. 나무숲이 울창해 하늘을 볼 수 없다. 따로 산림욕을 할 필요없이 이 오솔길을 걷기만 하면 된다.
주차장을 끼고 호수로 올라가는 길 옆에는 이곳에서 나는 산채를 파는 아낙네들이 줄지어 있고 음식점에서는 산채나물과 한탄강에서 잡아온 민물매운탕을 맛볼 수 있다. 유선장에서 모터보트를 탈 수도 있고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놀이도 할 수 있다.
산정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친 명성산(923m)은 ‘수도권 억새감상 일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가을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갈 때 이 산에서 망국의 쓰라린 설움을 떨어뜨렸더니 산 역시 왕자를 따라 슬피울어 명성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특히 정상부 일대의 억새밭에 서면 아스라히 내려다보이는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정상부근의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은빛 억새밭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와도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산행은 산정호수와 자인사를 거쳐 삼각봉에 오른 후 억새꽃 따라 화전민터∼용두목∼산정호수 코스가 가족을 동반했거나 초행일 경우 바람직하다.
산정호수에서 철원 방면으로 1km 가다보면 나타나는 자인사는 명성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자인사는 고려 태조가 궁예왕을 치기 위해 산제를 지낸 사찰이라고 전한다. 대웅전 안에 있는 금보살은 정교한 예술미가 돋보인다. 극락보전 앞에 있는 약수터도 들러볼 만하다.
주변 가볼 만한 곳으로 백운계곡이 있다. 삼팔교를 지나 성동검문소에서 우측으로 12㎞쯤 들어가면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백운계곡에 다다른다. 계곡의 길이만도 10㎞. 인근 백운산과 광덕산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이 근처에는 외국에 수출까지하고 있는 이동막걸리공장이 있다. 산나물, 송이버섯, 도토리묵, 야생 더덕구이 등을 안주로 막걸리를 즐겨도 된다. 또 이동갈비가 유명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일동의 사이판온천을 비롯, 제일, 하와이온천 등이 있어 피로를 풀기에 좋다.
◆드라이브 메모:의정부∼포천∼3.8휴게소 우회전, 5분 남짓 달리면 검문소 좌회전. 산정호수를 알리는 안내판을 따라 가면 길은 산정호수 아래 주차장에 닿는다. 코스모스꽃길은 주차장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호수 뒤로 돌아가면서 본다.
◆대중교통:대중교통은 상봉터미널에서 운천행 직행버스를 타고 간 다음 운천에서 산정호수 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숙박:고요한 호수가에서 호젓한 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한화콘도(031-534-5500)를 비롯, 유스타운, 산정호수호텔, 명성캠프 등이 있으며, 그밖에 여관과 산안휴게소 등 민박집이 40여곳 있다.
◆별미집:산정호수 주변에서 먹어볼 만한 음식으로 막국수를 먼저 꼽을 수 있다. 순메밀막국수에 얹힌 편육이 구미를 당긴다. 막국수를 잘하는 집으로는 운천막국수집(031-532-574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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