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약국에서 약을 사면 예외없이 '부작용주의'라는 문구가 있다. 대체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적지만 '부작용주의'라는 문구는 만에 하나라도 있을 지 모르는 경우를 대비한 제약회사의 배려(?)이리라.
얼마전 인천시는 수돗물불소화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은 불소화가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외에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모른다. 그리고 아직까지 수돗물불소화로 인한 인체의 치명적인 피해보고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불소화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래 박병상 박사의 글을 보고 공감하는 바, 수돗물불소화와 관련하여 시민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였으면 한다.
평소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원고나 토론회 발언을 통해 근본주의적 주장을 적지 않게 펼치는 처지에도 글을 써야 할 때 신중해야 할 적이 적지 않다. 수돗물불소화(이후 불소화)에 대한 의견이 그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제 내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그동안 진행된 논의를 들여다보면 양측의 주장에서 서로 대체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불소가 이빨을 튼튼하게 한다는 점과, 몸에 축적되는 불소는 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안을 찾아볼 수 있겠다 싶다. 즉, 이빨은 튼튼하게 하면서도 뼈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불소 함유 치약이나 양치액을 사용하는 대안, 외출중인 가난한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에게 많다는 우식증(충치)을 예방하기 위해 보건소나 동사무소에서 불소가 함유된 치약이나 양치액을 무료로 보급하는 사회보장 차원의 대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충치를 유발하는 당분 섭취를 억제시키고 양치를 생활화하도록 아동교육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지 않을까.
쥐약의 주성분이라는 점을 예로 들 것도 없이 불소는 명백한 독극물이다. 자연수에 포함된 농도를 조사한 후 기준에 따른다는 애리조나 피닉스 시의 수도국 책임자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소를 첨가한다는 것을 전문가로서 동의한다. 불소를 원하는 사람에게 불소화 이외의 대안이 존재하지만, 불소화를 시행한다면 불소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 대안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동의하며 문제가 드러나면 바로 중단할 것을 단언한다. 대안이 사라진 피닉스 시는 불확실한 행정을 시행하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었다. 불소화를 추진하기 전에 투명하고 납득할만한 논의와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다행이라 해야할까. 일방적 불소화 논의에 앞서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있다. 현재 불소화 추진 측에서 애써 무시하고 있는 뼈와 장기의 위험성과 발암의 가능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일방적인 불소화 추진으로 대안이 사라진 상태에서 어떤 수습책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불소화로 인해 드러난 문제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식의 전체주의적 주장은 물론 일고의 가치도 없겠지만, 우려가 현실로 규명된다면 영국과 유럽의 광우병에서 여실히 보았듯이 파급될 사회적 혼란은 파국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30년 전에 먹었던 DES라는 여성호르몬 유도체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FDA에서 안전을 승인했지만 과년한 딸을 난소암으로 죽이는 비극을 낳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FDA의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다. 하지만, 확실하다고 믿었던 DES와 광우병만이 아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도 당시 아무런 문제도 밝혀지지 않았다. 의심조차 없었다. 안전성에 논란이 있는 불소화에 대해 우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확실치 않은 문제는 '사전예방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값비싼 교훈이 아니겠는가. 이를 반영하였을까. 그동안 건치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소화에 찬성했던 '대한의사협회'는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불소화 찬성을 유보한다는 성명서가 2002년 1월 11일 발표되었다.
건강사회는 불소화가 전부는 아니다. 인권문제 환경문제 통일문제 불공정한 외교통상문제, 우리사회는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두룩하다. 건치와 시민단체가 전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풀릴까 말까 하는 한결같이 난제들이다. 불소화 이외의 충치 해결책을 찾아보자. 이미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듯이 불소치약도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마시기도 해 우려의 목소리가 큰 초등학교의 강제적 불소 양치 방법도 안전한 방식으로 개선한다면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 당국에서 개진한, 불소 함유 수돗물을 PET 병에 담아 충치 예방을 위해 사회복지와 보건정책 차원에서 무료로 공급하는 방안도 눈여겨볼 수 있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시행하는 불소화는 충치 해결만을 위한 최악의 강제적 의료행위다. 서두르지 말고 대안 없는 수돗물 불소화 이후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무엇이 진정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인지 함께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생활과협동,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