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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山外山 원문보기 글쓴이: 날마다 좋은날
다시쓰는 다신전-3 (차를 만드는 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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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다신전-3 (차를 만드는 일 ) 여연스님/일지암 주지 차를 만드는 일 차의 삼기(三寄), 즉 차색과 차향, 차맛이 잘 조화된 아름답고 고운 차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 세상에서 다사茶事의 크고 적은, 깊이를 가늠하는 다도나 다례에 있어서도 차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옛 왕조께 또는 민족의 신에, 부처님전에 올리는 헌다獻茶의식이거나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진다進茶의식 더 나아가 관혼상제의식, 손님을 맞이하는 접빈다례, 일반생활 속 다례풍습이든 간에 차 자체가 없으면 다사가 만들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차와 물의 어울림, 그것이 다도이다. 그래서 초의 스님께서는 "다신전"에 차자수지신茶者水之神이요, 수자차지체水者茶之體, 즉 "차는 물에 있어서 신령스러운 것이 되고 물은 차에 있어서 본체가 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이러한 신체身體, 건령建靈의 조화를 위해서 차를 잘 만들지 아니하면 다도는 그르치고 마는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찻잎으로 신령스런 차를 만드는 절차와 방법은 까다롭고 매우 번다한 일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차라고 하는 것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다시 소엽종에도 일본, 대만 등 수많은 품종이 있는데, 우리가 즐겨 마시는 우룽차, 즉 청차 계열만 해도 40여 종이나 된다. 그 많은 종류의 찻잎으로 만든 차는 제다 방법에 따라 녹, 홍, 황, 백, 흑, 청의 여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오늘날 중국 민족의 70%가 즐겨 음다하는 소위 우리나라, 일본사람들이 거의 애호하는 녹차(잎차), 서양사람들의 차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녹차 잎을 발효시켜만든 홍차, 그리고 우리가 흔히 우룽차라고 부르는 청차계열 반발효차의 오룡차. 보약이라고 잘못 알려진(95%가 옛 것이라고 속여 팔고 있음) 흑차 계열의 후발효시킨 보이차, 은침 은호 계열인 백차가 있다. 옛시대 당나라 이전엔 덩어리 형태인 긴압(緊壓茶. presed tea). 즉 떡차가 있었는데 음다법이 시대에 따라 상이하나 당, 송, 명 초기까지 병단餠團 덩어리 차가 주종을 이루었다. 오늘날의 긴압차는 대부분 전차(煎茶)종류로 사용하는 원료에 따라서 녹차로 만든 녹차긴압차와 홍차로 만든 홍차긴압차, 청차로 만든 청차긴압차, 흑차로 만든 흑차긴압차(보이차)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떡차가 매우 성행하여 조선 말기, 즉 근대 초기까지 이어져왔었다. 소위 청대전靑台錢 또는 돈차(錢茶)라 불리워져 약차로서 대구 약전시장에서 발물장수들이 다약茶藥으로 팔아 서민들이 마셨던 것이다. 황차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다산 초당에서 제자들과 찻잎을 그늘에 시들게 하여 띄워서 만들어 마셨던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일부 황차라고 하는 것은 녹차를 만들다가 떠버린(부분 발효) 것을 잘못 알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일본 차문화에는 녹차긴압차를 다마茶痲에 섬세하게 갈아서 차선으로 풀어 마시는 가루차인 말차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녹, 청, 홍, 백, 흑, 황의 6대 다류의 차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슨 방법으로 만들어졌던 것일까. 이 일은 아주 조심스럽고 깊이 있게 헤아려야 할 일이다. 차의 경전이라고 칭송되는 육우의 "다경", 송나라 휘종 황제가 썼다는 "대관다론大觀茶論" 명나라 허차서가 쓴 "다소茶疏" 청나라 모환문이 쓴, 즉 다신전의 원본인 다경채요, 그밖의 시대별로 수많은 문헌의 조다造茶편에서 각기 다른 차 만든 법도를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차만든 방법에 따라 그 시대의 차문화 풍습과 풍속이 달라지고 음다문화(차 마시는 일), 찻 그릇의 형태 등 독특한 양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차 종류의 시대별 구분은 당송대를 단차시대로 부른다. 명을 세웠던 주원장이 까다롭고 번다한 단차의 제조방법, 그리고 음다풍속이 백성은 수고롭게 한다고 폐지시켜 중원에서는 단차시대가 끝나고 잎차, 다시 말해 산차散茶시대가 시작된다. 단차 병차의 제조방법은 다음 장에 간략하게 우리나라의 떡차 얘기를 언급하며 풀기로 하고 우선 산차인 잎차 얘기를 하자. 현재 우리가 만든 차는 대개 두가지로 찐차와 덖음차이다. 이것은 녹차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구주, 나가사케 구마모토 하카다 지방. 즉 남쪽지방의 부초차(釜火)즉 우리나라의 덖음(볶음)차 종류가 약 10% 정도이고 대부분 우치 시스오까 시미즈 지방인 일본 차밭의 중심지에서는 90%가 찐차(煎茶)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찐차는 시루에 찻잎을 넣고 떡을 찌듯이 솥에 얹혀 중탕으로 익혀서 만들기도 하고 시금치나 풋나물 삶듯이 대바구니에 담아 살짝 데쳐서 만든다. 그러나 수제차가 아닌 일반차는 증류기에 쪄서 만든 것이 보통이다. 찌는 방법도 각 지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다. 설령 잎을 쪘지만 그 찐 잎을 그대로 가마솥에 뜨겁게 불을 달구어 덖음질하는 일에서부터 찐 잎을 자연 바람에 냉각시켜 멍석이나 대발이나 돗자리 위에 광목천을 깔아 손으로 비벼(유념시키는 일)다시 몇 번이고 솥에(불을 강약으로 조절하면서)넣고 습기를 말리는 것이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중탕하여 찐 잎을 뜨거운 가마솥에 넣고 솥 속에서 비비고 익혀(유념) 다시 뜨겁게 지핀 올돌방에 넓게 깔아 사방을 밀폐시켜 말리는 조다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들은 덖음차도 까다롭고 오묘하여 실수하기가 일쑤여서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만들기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물론 기계로 쪄서 만든 차는 일반적이고 쉬운 일이다. 여기서 찌는 시간, 찌는 강도, 다시 말해 이 섬세한 차의 잎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아니면 찻잎이 살이 쪄서 또는 부드러운 줄기를 어느 만큼의 수준으로 익힐 것인가, 온돌방의 온도는 어떻게 조절하며 시간의 길고 짧음 등, 모두가 비빌스럽고 오묘하며 그야말로 다신전에 "중유현미 난이언현(中有玄微 難以言顯 그 속에는 현미함이 있어 말로써 오묘함을 드러나기 어려우니)" 라고 하여 초의스님이 말로써는 다 설명할 수 없다는 표현에 다시 무슨 말을 더 보태겠는가? 차를 만드는 일은 잘 만들겠다는 그 생각조차 영혼 속으로 접어 그야말로 무념무상의 빈 마음으로 만들어야 될 일이다. 그래서 옛 문헌에 명차, 좋은 차는 아름다운 미인 같다고(茗茶以美人) 했던가. (다인 1999.11) 20년 넘는 세월을 차를 만든다고 보내왔지만 솔직히 해마다 그 맛과 향과 색이 조화롭지 않은 차가 나오기 일쑤이고 들쑥날쑥이어서 여간 고민이 아니다. 그런데 다신전의 조다造茶편에 나오는 화후火後(불살핌)가 균정 均停(골고루 퍼짐)하여서 신미구묘神味俱妙한 다시 말해 신神과 맛이 모두 오묘한 차는 어떻게 만든 무슨 차일까. 더구나 초의 스님의 다신전의 조다편에는 기氣까지 더하고 있지 않는가. 좋은 차를 만든다는 것은 까다롭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매번 신비함을 맛본다. 무엇이라 할까. 장작을 지펴 불을 모아서 도자기를 굽는 도공이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요변(가마에서 이상하게 변화하여 나오는 신기한 작품)이 가끔씩 나오듯 잎차 뿐 아니라 찐차에서 그런 현상이 더 많이 나온다. 더구나 중국 우롱차의 제조과정에서 이런 요변 같은 기이한 차가 생산되고 그런 신이한 차가 좋은 기술로 인해 현실 속에 정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푸른 잎을 시들게 하는 강약에 따라, 즉 발효 상태에 따라 포종차의 청향한 맛이 강한 경발효차인 청차가 나온다. 또는 중발효하면 녹색보다 홍색이 강하다. 동방미인, 무이수선, 대홍포 등이 예측불허에서 나온 차들이다. (이 차들은 품종 개량하여 독특한 찻잎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필자도 떡차(병차)를 몇 년 전부터 만들어 먹고 있는데 그 떡차라는 것이 정말 신비하고 미묘하여 만들 때마다 가슴이 떨리곤 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옛 선인들의 음다풍속에 감사를 드린다. 나아가 떡차를 만들어 먹던 옛 시절의 차문화를 되새겨 보고 오랜 세월 서민의 삶 속에서 일상의 약효, 즉 단방 약으로써 민간요법에 중요한 물품이 됐던 떡차의 전통적인 맥을 다시 이어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된다. 차 만드는 일에 입차(차잎) 선택이 제일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떡차에 있어서 찻잎은 야생찻잎으로 잎이 살찌고 무엇보다 차움이 자랄수록 좋다. 그러니까 5월 중순이 지나서 6월까지, 물론 재배차는 끝물차를 따고 전지를 해주고 난 뒤 새로운 움이 트는 9~10월까지도 가능하다. 채다한 잎을 대바구니에 담아 끓는 물에 데치거나, 더 섬세하고 깊은 차맛과 향을 얻으려면 솥에 시루를 얹어 중탕으로 찐다. 여기서 중요한 일이 땔감의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화목火木을 사용하면 낭패를 본다. 행여 혹자는 물을 끓이는데 무슨 나무면 어떠리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화목의 얘기는 덖음차 만드는 장에서 더욱 조심스럽게 얘기하기로 하자. 찻잎을 데치거나 삶거나 중탕을 하여야 하는데 찐차 잎보다 떡차 잎은 더 많이 쪄야한다. 그래서 절구(나무재료여야 한다)에 넣어 으깨지도록 찧어야 한다. 그야말로 떡치듯이 하면 채에 넣고 물기를 걸러내고 반죽을 한다. 반죽을 하면 찐득찐득한 느낌이 들고 그런 다음 적당한 크기로 모양을 만드는데 예전엔 다식판에 차반죽을 넣고 각기 다른 다식판 문양을 냈다. 당대는 물론 송대에는 용봉병차龍鳳餠茶라 하여 용문양 봉황문양을 새겨 그것도 부족하여 순을 갈아 풀어 용봉금차를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그런 번다하고 사치한 차로 국가세금을 탕진하여 명의 주원장이 칙령을 내려 용봉병차뿐 아니라 일반 떡차까지 금지시켰을까. 모양새를 둥그렇게 만들건 넙죽하게 만들건 상관없이 띄우는 작업을 해야한다. 자연통풍이 되는 곳에 온돌방에 적당한 불을 지펴 15-18일 정도를 띄우는데 그 향기는 형언할 수 없이 황홀하다. 잘 띄어진 차일수록 향기가 깊고 맛이 그윽하다. 그 지난해 함평 엄다지방의 찻잎으로 만든 떡차에서는 붉은 홍차 색깔에 깊은 말차 향기와 벽라춘의 맛이 나오더니 올해 떡차에서는 녹색의 빛깔에 설익은 풋사과 향기와 요룡차의 맛이 나왔다. 그 차를 마시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신기했다. 올해도 떡차를 절구에 찧어 송편모양으로 빚어 일지암 초당에서 말려 띄웠는데, 글쎄 장작불을 많이 피웠던지 띄워(발효)지기 전에 너무 일찍 말라버려서 곰팡이가 덜 피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흑색의 붉은 색이 아니라 말차 빛이 감도는 홍빛이 나왔던 것이다. 물론 향과 냄새도 특이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떡차에서도 맛과 향, 빛깔 모든 면에서 중국 우룽차 못지않은 우수한 차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스런 일인가. 우리 전래차를 더 연구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