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6일, 국문학의 요람 문우사랑이 20세 성년이 되어 행사를 가졌다. 폭설과 한파를 가져온 4월이 격렬한 음정박자를 가졌다면 5월은 잔잔하고 우아한 계절의 여왕. 찬란한 대지가 축복을 아끼지 않는 날, 5월의 문학인들이 모여 황순원을 말하고 한용운을 말해도 금방 통하는 우리 문우인들. 나이를 잊고 사는 비결은 문학을 가슴에 품고 사는 감성적인 삶을 사는 것. 1기부터 20기까지 배움으로 뭉친 인연은 모든 벽을 허물고 활력이 넘친다. 내가 올해 맞이한 행사는 작년과 달리 재학생에서 동문으로 차를 옮겨 탔다는 것. 하루 동안 일용할 양식과 酒식을 싣고 버스에 올라 막내로서 신고식을 하고 초록터널을 달리며 문학은 익어갔다.
‘아름다운 모습에 쉽게 감동받는 나는 설레임을 가득 안은 문학소녀’ 세상을 내 마음에 담으면 감동과 감사함이 함께 넘쳐흐르고 카메라에 담으면 내가 자연의 주인이 된다. 그나저나 봄바람이 폭설까지 데리고 와서 그렇게 사납게 불면서 괴롭혔거늘, 산천초목은 의연한 모습으로 향연을 펼치는 싱그러운 날. 문우인들의 모임은 초여름의 한자락을 장식했다.
책을 읽어도 시험이나 레포트가 없다는 건 신나는 일이지만,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책 목록을 적어 놓고 읽으며 자유를 만끽했다. 방송 강의를 듣기도 하고 놀다 지칠 정도로 여행도 다니고, 1차 산업에 빠져서 살고 싶어서 낭만을 가득 품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일을 하게 된 후론 내 머리에 소프트 웨어가 완전히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맞았다. 마음에 쏙 드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어 날마다 새로운 세상이다. 한글만 가지고 놀던 머리가 엑셀과 파워포인트와 그림파일 등을 배우다가 흰머리가 쏙쏙 돋고 날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용어 속에서 적응하느라고 진땀이 뻘뻘. 통제가 잘 안 되는 아그덜과 있다가 내가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풋내기지만 변화에는 항상 노력과 긴장과 보람이 함께 한다. 딸 같은 아이들이 언니라 불러주고 함께 먹고 노는 기분은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인생의 2막이다. 이것도 문우사랑이 준 선물이라는 것을.
그 동안 보낸 7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자연으로 충전하고 기분 좋을 때마다 하는 생각은 ‘배움은 언젠가 보상을 해 준다.’ ‘지금 이걸 겪어 두면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긴다’ 창밖에 펼쳐지는 자연과 문우사랑에서 보낸 추억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2006년 3월 입회카드 작성하고 서둘러서 맥주집으로 갔던 기억, 노는 듯 하면서 실력이 앞서는 공부파들과 문학기행은 해마다 가고 싶은 여행이다. 25명의 16기 학우들과 처음 만나 몇 마디 나눴던 것 같고, 윤고문님은 공부는 못하고 술만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뜻밖에 공부를 즐기는? 외모와 달리 달리기도 잘하고, 허리케인이 강타를 해도 수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는 진짜 고문님. 중간고사 정리도 과제물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유하던 4년 목표를 이루었다.
두물머리 느티나무에 초록잎이 무성한 모습은 1기 이용로 고문님의 이미지를 닮은 듯, 술이라면 술, 공부라면 공부. 네 개의 학과의 대학 졸업장을 쥐고도 열공중이신 문우사랑의 대부. 20세의 성년으로 키우기 위해 공부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셨을듯. 무조건 ‘’문우사랑‘ 사랑에 빠지신 것 같기도 하고.
‘인생은 구름 같은 것’ 성양모 전 회장님. 항상 즐겁게 분위기를 이끌어 주시는 문학인, 정치인, 예능인...... 항상 첫인상 그대로 건강한 모습으로 행사에 꼭 참석하시길.
14기 박원기회장님은 해마다 우리 문우사랑에 무사고기원, 장학생복, 미녀복, 미남복을 불러들이시느라고 축문을 읽고 꾕과리를 두드리시며 기원을 하시는데. 16기 사춘기 아이돌 스타의 원조 윤고문님의 예능과 재능은 변함없이 압권, 머잖아 문우사랑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을까?
문우사랑을 빛내는 두 번째 아이돌 스타는 18기 용옥오빠, 장르를 초월해서 온 몸으로 문학을 표현하시는 용옥오빠가 있어서 18기의 공기가 항상 푸르디 푸르고 고소한 진정한 멋쟁이. 가정에서는 멋있는 며느님을 두신 시아버지에 멋있는 남편에 멋있는 인생을 사시는 멋쟁이 용옥오빠, 만날 때마다 변치 않으신 모습 존경스럽고 부러움의 대상.
가녀린 어깨에 힘에 겨운 짐을 지고 가다가 내려 놓은 나민자회장님의 여유와 웃음은 작년과 아주 다른 분위기, 덕분에 우리는 쑥을 캐는 여유까지. 내년에는 우리 같은 차타고 모꼬지 가겠네. 후임 원춘옥회장님, 큰 일을 치르시느라고 밥도 안 먹힌다는 분주한 모습에서 몸살이 덮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역시 두루 갖추신 회장님과 운영진 덕분에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인생은 즐기는 자의 몫, 자연도 즐기는 자의 몫 인생이란 이렇게 향기롭게 사는 거야. 차창밖에 펼쳐지는 초여름을 마시며 꽃과 나무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았다. 자연의 결정체 꽃들이 하는 말!
도심의 화분에서 봄을 알리는 팬지가 내려앉아 옹알거리는 곳에서는 아들에게 딸에게 편지를 쓰면 이쁜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날 듯한, 잔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동요도 함께 부르고 싶은 팬지.
철쭉무리가 하는 말은 항상 ‘내일은 없다’ 다. 기분 좋을 때 보면 마냥 올라가고 우울할 때 보면 ‘너 왜 약 올리니?’ 얄미운듯하면서 화려함의 극치다. 화려한 한복을 입고 북과 장고를 치며 ‘닐니리야’ ‘아리랑’을 부르며 쌓인 한을 몽땅 털어 놓으라고 멍석을 펴주며 마음을 흔들어 놓는 철쭉. 고전도 문학도 거부하고 마냥 큰소리로 웃고 수다를 떨며 흔들어 보는 날을 만들어 주는 환상적인 율동을 보여주는 철쭉에 홀려 우리는 철쭉이 하는 말에 순응하며 하루를 보냈다.
푸른 보랏빛 제비꽃무리가 봄을 보내는 아쉬운 모습에서는 외로움이 싸하게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다. 차 한 잔 들고 서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 나이가 진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가는 세월’을 들으면 코끝이 찡함을 느끼며 따라 부를 것 같은 제비꽃의 말.
언제부터 눈에 띄었을까? 내가 어렸을 때는 논두렁 밭두렁에 토끼풀과 쑥과 질경이 등이 주로 흙을 덮고 있었는데 애기똥풀꽃이 ‘온 세상이 내 것’이라고 탐스럽게 자라서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독초라서 짐승에게 뜯어 먹힐 염려도 없다고 마냥 영역싸움만 하겠다며 덤빈다. 옥토에서도 돌밭에서도 배짱을 부리는 소리에 사라져가는 토종꽃들이 아우성을 치는 듯.
‘지금 몇시야?’ ‘밥 먹을 시간이야’ 하얀꽃 두 송이 뽑아서 풀꽃시계를 만들어 차고 소꿉놀이하라고 일러주던 꽃이 애기똥풀꽃에 밀려서 자주 만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니 걱정이다. 이러다 훗날 태어난 아이들은 풀꽃시계 추억도 갖지 못하는 게 아닌가.
햇살을 마시고 무슨 마술을 부렸기에 이렇게 향기롭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초록잎을 대동하고 나왔을까? 모란은 과연 花中王이다. 황진이가 잔잔한 한복을 입고 가야금을 뜯으며 시조창을 읊는 다면 모란이 지지 않겠다고? 애화몽 주변의 화단에서 보물찾기를 하는데 원춘옥회장님 낙관 찍힌 보물은 안보이고 탐스런 모란이 만발한 모습만 보일까? 보물 대신 발견한 모란꽃 무더기를 바라보다가 향낭에 코를 대고 마음껏 향기를 들이 마셨다. 향기가 내년까지 기억되게 하려고 꽃가루가 코에 묻는 줄도 모르고 모란향기에 취해 있는데. 후배님이 보물을 두 장 주웠다고 한 장을 줘서 송이를 세며 모란이 하는 말을 들었다. ‘봄은 이렇게 가는 거야’
봄을 배웅하고 여름과 함께 나타난 장미는 20대 초반의 처녀. 우거진 넝쿨에서 남몰래 살금살금 햇볕을 찍어다 바른 장미 몇 송이가 ‘꽃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며 살랑대는 모습이 유난히 곱다. 계절의 여왕 5월의 대명사 장미는 새침하고 까칠하고 향기롭고, 조심스럽게 눈으로만 즐기라고 먼 곳까지 향기를 날려준다. 장미밭도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힐 수 없는 곳. 장미가 일년 내내 피어있다면 격동의 시기가 역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은 예감. 그림도구를 들고 가서 피기 직전의 장미를 마음껏 그려 젊음의 추억을 새겨놓고 보내란다.
연보라빛 오동꽃 한송이가 목덜미로 날아와 간지럽히며 장난을 걸어온다. 까칠하고 물렁한 촉감에 무슨 벌레인줄 알고 질겁을 하다 꽃을 보고 웃고 만다. 보일 듯 말 듯 향기가 있는 듯 없는 듯 여름을 시작하며 무럭무럭 자라는 기발한 두뇌를 가진 개그맨 같은 오동꽃이 하는 말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뭐라고?’ 다시 귀를 기울이다 공처럼 하얗게 핀 수국백당을 보았고 흰눈을 뒤집어쓴 듯한 이팝나무꽃이 하는 말도 듣고 개복숭아가 하는 말도 들으며 황순원 문학관에 도착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 수준을 높여주는 증거가 되는 문학관이다. 1931년부터 1936년은 황순원의 ‘시심이 꽃피던 시절’, 소나기의 제작사는 fox사가 아닌 ‘양평군’제작 황순원 문학 영상실에서 ‘소나기’ 영상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주인공들이 소나기를 피해 숨을 때 소나기가 내리고 천둥이 칠 때 번갯불이 반짝거려서 현장감을 살린 효과에 우리도 함께 주인공이 되었다. 초등학교 교실 모습 그대로의 책상에 책을 놓고 걸상에 앉아서 서로 주인공이 되었다.
“난 보랏빛 꽃이 좋아”
“부채모양으로 생긴 꽃은 무슨 꽃이야??
“노란꽃은 마타리꽃이란다.”
법정스님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마타리꽃은 여름 소나기가 자주 올 때 피는데 문학관 화단에 도라지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어서 여름에는 소나기의 전경이 실감나게 나타날 것 같았다. ‘수숫단 오솔길’도 걷고 ‘고향의 숲’을 지나서 ‘해와 달의 숲’을 지나서 ‘너와 나만의 길’을 지나 ‘고백의 길’도 걷고 싶었는데 우리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에 쫓긴 듯 버스에 올라서 두물머리로 향했다. 작품배경과 자연과 아주 잘 어우러진 문학관이 분위기가 좋아서 우리도 하루쯤 머물면 시심이 싹을 틔워 행복지수는 팍팍 올릴 것 같았는데.
초여름의 강렬한 햇볕이 쏟아지는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북한강물이 합해지는 모습을 보고 서 있는 느티나무 아래서 초록의 추억을 담아 애화몽으로 향했다. 애화몽! 2007년 2학년 때 와서 줄넘기도 하고 퀴즈대회를 했던 곳에서 후배들과 함께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었다.
세상에 있는 복 다 달라고 고사를 지내고 아들딸이 잘 되게 해 달라고 제상에 올려진 막걸리를 마셨다. 이어서 20기와 19기 후배님들의 열정은 모든 선배님들을 능가하는 靑出於濫이라고 할까? 부럽고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을 갖게 해 주신 멋쟁이 후배님들. 문우초딩들이 풍선을 터뜨리고 줄넘기를 하고 줄다리기를 하고 서연씨의 사회 보는 솜씨는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하는 멋쟁이.
돌아오는 길 문학인들의 마음을 스치는 양평의 물, 양평바람, 양평향기는 그대로 감동이 되어 돌아왔다. 이백이 술 한잔에 시 한 수라고 했는데 막걸리 한잔에 이 글을 썼으니 밥값은 한 셈.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자연이 준 선물은 항상 설레임 이상의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소중한 인연이 준 선물에 감사하며 계절의 여왕이 준 선물. 모든 꽃들이 한 말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말해봐 다 들어 줄게’
첫댓글 배스터셀러 작가 답네요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해마다 초복기원을 해 주시고 그날도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아직 걸음마인 우리 글 선배님 글을 보면 부러움과 나 자신이 작아짐을 ......
순환언니! 걸음마라니요? 항상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니 더불어 즐겁습니다. 언니가 올린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푸른 보랏빛, 햇살을 마시고, 봄을 배웅하고, 초여름을 마시며... 아. 부럽습니다. 이런 감성이. 이런 언어의 조제술이...
권숙희 후배님 반갑습니다. 아직 얼굴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함께 할 수 있어 감사드리구요. 재학 시절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놓으시길.
이렇게 후기까지 멋지게 쓰셨네요. 열심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니 늘 즐거운 일이 생기시는 것 같네요..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그날의 수고로 인해서 무사히 즐거운 하루 보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울 덕임언니의 후기 오래 기다렸습니다. 항상 모꼬지의 감동을 두배로 해주시고거움입니다.
머리속의 사진들을 파노라마로 만들어주시는 글 솜씨는 모꼬지를 다녀온 연례행사의
감사합니다.*^^*
舊회장님, 반갑수다. 느긋하게 웃으며 후배들 모습 바라보던 그날의 홀가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열정과 체력이 뭉친 멋진 결과가 항상 장학생을 만들어내지요. 4학년 마무리도 올A성적표!
맛깔스럽게 빚어내는 덕임언니의 글솜씨...정말 맛있게 읽었습니다. 언제나 감동이네요.
회장님, 항상 수고가 많으시고 남는 것은 없고. 하하하. 항상 좋은 글과 사진 속에서 사시니 일상의 고마움으로 위로 받으시구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