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일시 : 2010년 10월 16일 9:30 ~ 16:55(7시간 25분)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9.5km, 접근 3km, 하산 1.5km
- 산행코스 : 한남정맥 분기봉 - 바사리고개 - 쌍령산(502m) - 쌍영산(377.5m) - 금병산(235m) - 마에스트로 C․C - 방고개(82번 도로) - 신안 C․C - 봉황산 - 파인크리크 C․C - 256.2m봉 - 뱃고개(45번 국도) - 신선봉(322m) - 천덕산(336m) - 23번 도로(성은고개)
○ 기록들
쌍령지맥은 한남정맥의 문수봉과 바래기산 사이의 봉우리에서 분기되어 쌍령산, 금병산, 봉황산, 천덕산과 불악산을 넘어선 다음 평택 시내를 가로질러 안성천과 진위천이 합수되는 지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43.6km의 마루금이다
쌍령지맥은 무엇보다도 용인과 안성에 걸쳐 있으면서 수많은 골프장을 지나야 하며, 이러한 골프장 때문에 산줄기를 제대로 잇기 여의치 않다는 것이 다소 신경 쓰인다.
지난번 앵자지맥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용인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소기업인력개발원행 버스(10-4)를 기다리다 마침 법륜사행 버스가 보이자 바로 올라탔다. 중소인력개발원 못미쳐 삼거리에서 버스 정류장이 아님에도 정차를 부탁하자, 버스기사는 나를 부려 준 후 부리나케 왼쪽 길의 법륜사로 향했다.
<쌍령지맥 분기봉 가는 길에서 오른편으로 보이는 대한석유공사 석유비축시설>
오른쪽 길을 따라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을 가로 질러 가다가 숲길을 따라 올라 앵자지맥 길과 조우하며 문수봉에 이르렀다. 잠시 한남정맥 마루금을 따라간 다음 쌍령지맥 분기봉에서 천덕산까지 이어지는 오늘의 여정에 들어갔다(09:30).
<쌍령지맥 분기봉>
지맥이라 해도 뚜렷한 흔적과 간간히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로 인해 쌍령산까지는 길을 놓칠 염려가 없었다. 다만, 임도로 이어지는 바사리고개를 넘어 시궁산 갈림길에서는 왼쪽의 남동향으로 틀어서 진행해야 했다.
9시50분 코팅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한현우 선배가 이곳에도 제 이름을 찾아 붙여 놓으면 좋을 것 같은, 봉우리라고 하기보다는 펑퍼짐한 능선에 가까운 407.9m봉에 도착했다.
지형도에도 크게 표기되어 있지만, 1800년대 초 신유박해와 기해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았던 미리내 성지 갈림길도 넘어섰다.
분기봉의 이정표에는 쌍령산까지 4.3km 떨어져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거리가 잘못된 것인지 길이 평탄하여 시간이 단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쌍령산까지는 불과 5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다(10:22).
<골프장과 송전탑이 난마처럼 뒤엉켜 있다>
그리고 표지기와 지형도를 확인하며 내려서자 삼각점 밖에 달리 볼 것도 없는 쌍영산(377.5m)에 이르렀다(10:39). 300고지가 채 되지 않는 봉우리를 여러개 넘어서자, 11시 26분 250m봉에서 마루금은 급하게 오른쪽(서향)으로 꺾이며 점점 골프장에 근접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송전탑을 지나자 마루금이 마에스트로골프장 안으로 이어지며 베르사이유 궁전과 같은 유럽풍의 클럽하우스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내려서게 되었다.
<마에스트로 골프장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 근처에 거의 다 왔을 때 골프장 관리인이 카트로 앞을 가로 막고 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구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알아서 가겠다고 했지만,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불과 3~40미터의 거리를 카트로 이동했지만, 남의 영업장에 불법으로 침입했으니 시키는 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장에 내려설 때면 언제나 내 스스로 동물원을 탈출한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나를 원숭이처럼 쳐다보는 골프장 사람들의 눈빛은 생각하기도 싫다.
<폐기물로 전락한 금돼지 식당>
11시 48분, 밤고개에 도착하면서 금돼지를 형상화해서 식당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형편없는 산업폐기물로 전락이 되어 있었다. 굴다리로 우회를 할까 하다가 82번 국도의 교통류를 살펴보니 잠깐 통행이 멈추는 시간대가 있었다. 그 시간대를 틈타 무단횡단을 할 수 있었고, 그 반대편의 철계단을 올라서자 마루금이 분명함에도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었다. 멀리 문수봉, 쌍령산과 쌍영산의 봉우리가 하늘금을 그으며 따라오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 왔다.
<잡초에 뒤엉킨 철계단>
<문수봉에 이어 쌍령산과 쌍영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아마도 마루금을 따라 진행한 경우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되며, 마루금을 개척한다는 기분으로 가시덤불과 잡목을 헤쳐 나갔다. 그러다 송전탑길의 사면을 따르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12시 17분 98/17번 송전탑이 있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지점에 이르자 독도가 애매해졌다. 다시 되돌아 온 다음 가운데 송전탑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서자 신안 C․C의 골프장을 왼쪽에 두며 따라가게 되었다.
선답자들은 이 지점에서 대개 골프장의 도로를 따라 간 것으로 되어 있지만, 골프 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럴 수도 없었다. 잡목을 헤치며 진행하기가 수월치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앞면이 절개지인 214m봉이 불과 50m 떨어져 위치해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넘어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214m봉>
<가운데 송전탑 능선을 따라 내려서거나 골프장 도로를 따라 내려와야 함. 왼쪽 송전탑이 98/17번>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탈출한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다 하더라도 직진방향으로 냅다 달려 순식간에 봉우리를 오르기로 했다. 그들이 필드를 가로지르는 내 모습은 보지 못했더라도 절개지를 오르는 모습은 봤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절개지를 넘어서자 드디어 반가운 표지기가 나타났다. 마치 적지를 벗어나 내 편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끝내고, 임도와 같은 길을 따라가다 13시 33분 봉황산(259m)을 넘어섰다. 파인크리크 골프장은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의 사람이 다닌 흔적이라곤 없지만, 가끔씩 표지기가 나타나는 것으로 봐선 선답자 누군가는 이 길을 따랐을 것이다. 잡목을 헤치며 어렵사리 골프장으로 내려서자 불가피하게 클럽하우스를 지나가게 되었다.
13시 40분 고급승용차가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클럽하우스 앞을 지나 가려니 무척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그 누구도 나의 출현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표지가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돌아 올라가자 13시 50분 256.2m봉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침반을 확인하면서 남서향이 아닌, 북서향의 잡목을 헤치며 내려가자 송전탑 공사 중인 곳에 이어 임도를 따라가게 되었다.
<파인크리크 골프장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지형도와 나침반에 의지하며 내가 가는 진행방향에 신경 써야 했다. 어느 순간 빨간 표지기가 보이며 숲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솔잎 낙엽 속에서 말뚝버섯(나중에 인터넷에서 이름 확인)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송이버섯으로 착각을 하였지만 송이버섯이 아닌 것은 분명하였고, 대가 없이 야구공처럼 생긴게 특이하여 몇 개를 채취했다.
<말뚝버섯>
빨간 표지기가 잘못 걸려 있어 잠시 발품을 팔기도 했지만, 진행방향에 유념하면서 따라가자 드물게 표지기가 나타나며 진행방향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 줬다.
묘지가 있는 숲길을 올랐다 내려서자 오른쪽으로 납골묘가 보이는 지점을 지나며 독도에 무척 어려운 Y삼거리가 나타났다. 뱃고개 인근인 것은 분명한데, 지형도상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진행해도 무방한 것 같기도 하고, 순간 무척 혼란스러웠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진행을 했다. 14시 34분 막상 45번 국도의 철계단이 있는 절개지 위에 이르자 제대로 진행한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Y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해도 무방할 것 같다. 만약 좌측으로 진행했다면 지하차도를 이용하여 세방전기로 우회하면 될 것이고, 우측으로 왔다면 무단횡단하여 반대쪽 절개지의 철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되었다.
<45번 국도 - 반대편 흰색 트럭이 있는 지점에 철계단이 보인다>
사람통행이 거의 없어서인지 철계단은 잡목과 잡초로 뒤엉켜 있었다. 철계단을 내려선 다음 차량통행이 뜸한 틈을 이용, 중앙분리대를 넘어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 그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갓길을 따라 반대 쪽의 철계단을 찾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분명히 반대쪽 계단을 내려오면서 확인했던 철계단이 막상 밑에서 찾으려니 보이질 않았다. 일단 낮으막한 지점을 찾아 어렵사리 잡목을 헤치며 올라 왼쪽으로 이동하자 잡목과 가시덤불에 덮혀 있는 철계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막상 절계지 위의 정상에 이르렀지만 사람흔적이 전혀 없어 나침반에 의지하며 묘지를 지나 농로로 내려섰다. 15시 8분, 45번 구도로에 터치다운할 수 있었지만, 순간 잘못 내려선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마침 인근에서 밭일을 하는 촌로에게 활궁장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바로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포장도로 따라 들어가면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왼쪽 산줄기가 130m봉이 있는 지맥이며 우연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정확하게 내려섰음에 안도할 수 있었다.
잠시 도로를 따르다 적당한 지점에서 왼쪽의 마루금을 찾아 들어가자 사람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고, 이어서 15시 30분 오른쪽으로 활궁장의 전경이 펼쳐졌다.
<활궁장>
184m봉을 지나 남서쪽으로 향하며 지금까지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쳐 나온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등로가 매우 평탄해졌다. 16시 9분 285봉을 지나자 안성시에서 이 등로를 양성산림욕장으로 지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양성산림욕장 가는 길에... 무슨 의미인지?>
16시 23분에 도착한 신선봉(322m)에는 코팅이 되어 있지만, 판독이 불가한 고산마루님의 종이판이 걸려 있었다. 신선봉에서 10분이 지나 군수기지보호구역 표지가 나타났다. 점점 군사지역으로 가까이 들어가자 긴장이 되었다. 2003년도에 지뢰를 제거하였지만, 여전히 지뢰 폭발위험이 있기 때문에 철조망을 설치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선답자도 그랬듯이 조심스럽게 철조망을 밟고 넘어섰다. 사람흔적만 따라가면 사고위험은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16시 48분 공군부대 정문 앞으로 나오며 사실상 마루금이라 할 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는 23번 도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군부대 정상은 이 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오를 수도 없지만, 천덕산 자체가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다.
<천덕산>
<23번 도로 직전의 군헬기장>
23번 도로에 이르기 전 헬기장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와 16시 55분 23번 도로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성은리 버스정류장까지 슬슬 달려보기로 했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성은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마침 그 곳(종점)에서 회전하는 8번 시내버스를 만나며 지체 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땀 냄새 때문에 버스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뒷좌석에서 옷을 갈아 입은 후 평택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자, 여느 때와 달리 이른 시간에 귀가할 수 있었다.
<성은리 버스정류장의 8번 시내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