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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태국의 평화 : 이제는 마지막인가
오늘(5.12) 아피싯 총리는 레드셔츠(UDD) 시위대에 대해, 오늘밤 자정까지 집회장을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했고, 단전 단수 조치도 들어가는 중이다. 본 카페의 레귤러 통신원은 이미 집회구역 주변으로 사단급 정규군이 배치되었고, 실탄도 지급된 상태라고 보고해주었다.
만일 이번에 강제진압이 실행되면 이제 태국은 거대한 내전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심지어 일부 보수층의 많은 태국인들을 포함하여. 국제사회 역시 도대체 이 싸움이 무엇때문에 일어나,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함으로써 더욱 많은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
그리고, 태국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도 침묵하는 자들 역시 너무도 많다. 더욱 나쁜 것은 알고도 "아는 것과 반대로" 말하는 자들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학자들이나 언론인들 중에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준 학자나 언론인들이 안보였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태국의 보수 극우파가 그만큼 가공할만한 위험과 공포를 주는 자들이기도 해서이다. 태국사회가 지닌 이 가공할만한 공포에 대해, 한 외신 언론인은 "어느날 아침,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가온 어떤 이가 내 이름을 불러 돌아보았을 때, 갑작스레 그가 나에게 공격형 기관총을 난사하는 모습"을 연상하곤 한다고, 상징적인 표현으로 말해주었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다들 잘 아는 체하며 익숙하게 생각하는 태국이 바로 그런 수준의 가공할만한 체제유지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온 사회인 것이다.
"크메르의 세계"는 현재 태국에서 벌어진 싸움이 단순히 <독재 vs 민주주의>의 싸움이 아니라, <전근대적 집단 봉건체제 vs 21세기형 합리주의>가 충돌하는 싸움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그 정점인 내전의 단계에 실제로 도달하게 된다면, 그 내전은
(1) 사실상 건강상 금치산자 상태인 푸미폰 국왕을 대신하여, 그 부인인 시리낏 섭정왕후가 봉건 세력의 최고 수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그녀는 군사적 작전지침을 포함한 상당히 구체적 명령권까지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역죄인 처단"이라는 벌써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한세기 전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 사라져버렸지만 일부 보수층 태국인들에게는 상식이자 지켜야할만한 가치로 존재하는 이 목표를 향해 얼마든지 많은 수의 "붉은 역적들"을 기꺼이 살해하려 할 것이다. 그 수는 아마도 태국의 상층부 엘리트들이 쉬쉬하며 회자하는 20만명 정도에 근접하리라.. 지엄하신 섭정왕후마마께서 최초로 발언하신 "엄명"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배후에서만 조정하던 그녀를 만일 내전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녀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행운의 기회도 갖게 되리라...
(2) 또한 이제 다시 한번 총소리가 나면, 그 오랜 시간 여론조작과 언론검열, 심지어는 외국인 기자들에 대해서까지 가해진 협박 속에서 그 가치를 평가절하당하다, 최근에 들어서야 간신히 "민주적인 비폭력 피플파워"라는 명분을 세계여론으로부터 획득했던 레드셔츠들도...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 없이 이제는 살기 위해 총과 수류탄을 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 하루도 틀리지 않는 꼬박 60일간을, 전국적으로는 전체 인구의 다수를 지지받았으면서도 유독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인구가 다수인 방콕이란 도시 내에서 투쟁했던 이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불리한 환경에서 농성을 했던, 평화적 피플파워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단돈 몇만원이면 총이며 수류탄을 살 수 있는 지역에서, 그 오랜 기간을 유혈사태에도 아랑곳없이 비폭력으로 투쟁해준 레드셔츠 시위대의 "적진 내 평화투쟁"만큼은 우리가 영원히 그 기록을 보존하고 추가하는 과정을 통해, "위대했던 라차빠송의 민주항쟁"에 대한 진심어린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진실과 보편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 "크메르의 세계"는 당신들이 이미 승리했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사태에서, 비록 우리가 "폭력적 투쟁"을 지지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우리가 지금까지 견지했던 당신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될지라도, 부디 "위대했던 레드들"에게 행운이 있기만은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지금껏 태국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앙망해온 "크메르의 세계"도 이제는 지쳤다. 이제는 우리도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제까지의 진행과정에서
(1) 레드셔츠들에 대해 근거없는 비하와 비난을 가해온 한국인들이 너무도 많았고, (2) 지구 반대편이 아니라 바로 비행기로 4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웃국가의 사람들이 보여준 진실과 가치에 대해, 한국의 언론과 학계가 충분히 평가해주지 못했다는 점, (3) 그리고 비록 노벨평화상 수장자라는 자격이긴 했지만, 한국이 도와주었던 가난한 신생국 동-티모르의 대통령조차 방콕으로 달려가 총성이 울리는 것을 막고자 했던 데 비해, 소위 "G20 의장국"이라 틈만 나면 자부했던 우리 조국의 정부가 "평화적 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하나 제대로 발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바이다.
이를 사죄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권고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민들의 무지와 경솔함에 대해, 국제사회에 사죄하는 의미에서 "G20 의장국" 지위를 포기하기를 정중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G20 의장국 정도의 위상을 가진 국가라면, 국제사회에 대해 단순히 과실을 저지르지 않거나, 통상적인 관행만을 고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발언하고 선도할 수 있는 "가치"(value) 선도적 덕목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만일 그러한 덕목이 없는 다른 국가가 G20 의장국을 한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마음 역시 편치 않을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조국과 더불어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기 위해, 우리의 조국이 "G20 의장국" 지위를 고사해주어 국제적 품위를 유지해주길 간절히 권고한다. 이런 국민들과 사회문화적 수준을 가진 국가가 G20 의장국을 맡고 있다는 것은, 세계 평화와 인류를 위해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뿐만 아니라, 보다 미래지향적인 국제협력을 위한 G20의 발전마저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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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식들은 다음의 글들을 참조하라.
(바로가기) "[태국속보] 5월 11~12일 상황" - 5월 12일 아피싯 총리는 자정까지 시위대가 해산하라는 최후통첩을 함. - "크메르의 세계"는 다시금 태국상황을 "내전 예비상태"로 상향 경고함. |
첫댓글 본 컬럼에 전적으로 지지를 보냅니다. 한국 정부에게 일침은 더욱 동조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지만 단전단수조치가 의미가 없다고 본것 같습니다... 역시 오늘 오후 6시부터 장갑차까지 동원한 집회구역 포위로 돌입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시위진압 목적보다는.. 시위대 궤멸에 목적이 있지 않나도 의심이 드는데.. 어떠하신지요??
짝짝짝!!!!!!!!!